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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광복 80주년,
경포호에서 만난
독립의 숨결과 역사
강원 강릉

강릉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만으로 기억될 도시가 아니다. 이곳에는 독립을 향한 간절한 외침과 독립운동가들의 뜨거운 숨결이 서려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강릉의 역사적 장소를 걸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특별한 시간을 가져본다.

박선경 사진 권진혁

강원 강릉

강릉 3.1운동 기념공원에서 만나는 독립의 함성
여정의 시작은 강릉 3.1운동 기념공원이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강릉3.1독립만세운동기념탑이다. 탑 앞에 서니 106년 전, 이곳 강릉에서도 독립을 향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는 사실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 강릉에서는 3월 말부터 만세 운동을 준비한 뒤, 장날이었던 4월 2일에 강릉장터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만세 시위가 펼쳐졌다. 수많은 청년과 시민이 태극기를 들고 독립을 외쳤고, 그 함성은 바람을 타고 바다를 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탑 왼편에는 다시 찾은 조국을 지키듯 강릉의 독립운동가들이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들의 얼굴을 하나씩 마주하며 결연한 의지를 떠올려 본다. 단순한 조각상이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이자 형제, 친구였을 이들.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에 잠시 숙연해졌다. 탑 오른편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억하기 위한 이 조형물은 단정한 표정과 살짝 쥔 주먹을 통해 여전히 아물지 않은 역사의 상처를 상기시킨다. 소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이 더욱 선명해진다.

경포호 야경

경포호 야경

낭만 가득 경포호, 시간의 흐름을 따라 걷다
강릉 3.1운동 기념공원을 나와 몇 걸음만 가면 경포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예로부터 ‘다섯 개의 달이 뜨는 곳’이라 불린 호수. 하늘의 달, 호수에 비친 달, 바다에 비친 달, 술잔에 비친 달, 연인의 눈동자에 비친 달까지. 이름만으로도 낭만이 가득하다.
호수 둘레를 따라 조성된 ‘경포 둘레길 12km’을 천천히 걸었다. 잔잔한 물결이 햇빛을 반사하며 일렁이고,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산책하는 사람, 뛰는 사람,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사람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호수를 즐기고 있다.
경포호를 한 바퀴 돌면 자연스럽게 경포해변으로 이어진다. 드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끝없이 이어지는 푸른 바다는 한순간에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아침에는 잔잔한 파도가 부드럽게 해변을 어루만지고, 오후에는 힘차게 밀려와 역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해 질 녘 경포해변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붉게 물든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황홀한 풍경을 연출하고, 파도에 반사된 노을빛이 잔잔한 감동을 더한다. 그 순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고민과 걱정이 사라지는 듯하다.
독립운동가들도 이곳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독립을 염원하지 않았을까. 나라를 되찾는 그날을 꿈꾸며,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우리는 그들이 바라던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고 있다. 감사한 마음으로, 달을 품은 호수를 다시 한 번 내려다본다.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경포해변

경포해변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문학 속에서 역사를 만나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문득 다른 시대의 인물들이 떠올랐다. 조선 시대, 글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남매. 허균과 허난설헌이다. 강릉에는 이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된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이 있다.공원 안의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은 목조 한식 기와로 지어진 단층 건물로, 허균과 허난설헌의 삶과 문학 세계를 담고 있다. 이곳이 자리한 ‘초당’이라는 지역명은 허균의 아버지 허엽의 호에서 유래했다. 흥미롭게도 오늘날 강릉의 대표 음식인 초당두부 역시 허엽과 관련이 있다. 허엽이 바닷물이라는 천연 간수로 두부를 만들게 했는데 이 두부가 바로 초당두부의 기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 그는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저항하다 역모 혐의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글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있다. 조선 시대 여성으로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던 허난설헌. 그녀의 시는 국경을 넘어 중국과 일본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시대를 앞서간 남매, 그리고 그들이 남긴 문장들. 독립운동가들이 행동으로 싸웠던 것처럼, 이들도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섰다.

경포호 벚꽃

경포호 벚꽃

초당두부

초당두부

초당순두부 한 그릇, 꽉 찬 여행의 마무리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근처에는 강릉의 대표적인 맛집 거리 초당두부마을이 있다. 1986년, 초당마을에서 처음 두부 전문 식당이 문을 열었고 몽글몽글한 두부 맛은 순식간에 명성을 얻었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움츠러든 몸을 녹이기에는 따뜻한 순두부가 제격이다.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깊은 풍미가 입안을 감싼다. 바닷물로 간수를 맞춰 더욱 감칠맛 나는 초당두부는 시간이 지나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순두부와 짬뽕이 만난 순두부짬뽕, 심지어 두부 젤라토까지 등장하며 전통과 변화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독립운동가들이 피난길에 먹던 강냉이죽이나 보리밥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풍요로운 한 끼. 우리는 그들의 희생 위에서 이렇게 여유로운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겨본다.강릉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는 시간이었다.
4월이면 경포호와 경포해변은 벚꽃으로 뒤덮이며 강릉 벚꽃 축제의 중심지가 된다. 역사의 무게와 봄의 생기가 공존하는 이 순간, 우리는 다시 한 번 자문한다. ‘우리는 그들이 꿈꿨던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파도는 밀려왔다가 사라져가고, 하늘은 어김없이 푸르렀다.

강릉 여정 포인트

#강릉 3.1운동 기념공원 – 강원 강릉시 저동 645
#경포대 – 강원 강릉시 경포로 365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 – 강원 강릉시 난설헌로193번길 1-16
#초당두부마을 – 강원 강릉시 초당동 308-23

전문가 칼럼MWC 2025로 읽는 IT 3가지 포커스
이임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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