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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훈련소로 가는 길,
눈물 거두니 아름다움과
역사가 보인다
충남 논산
이토록 눈물과 아쉬움, 그리고 반가움이 공존하는 곳이 있을까?
바로 정예 육군을 양성하는 충남 논산 연무대의 이야기다.
여전히 이별의 장소, 고된 훈련의 장소로만 기억한다면 눈을 살짝 돌려보자. 연무대 인근에는 입영 때는 알지 못했던 진한 아름다움과 유서 깊은 역사를 간직한 명소가 곳곳에 가득하다.
글 박선경 사진 권진혁

탑정호 일몰 풍경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육군훈련소
충남 논산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한민국 육군훈련소다. 신병을 맞이하는 월요일과 목요일, 연무읍 육군훈련소 입소대대 일대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무수한 청춘들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날이자 가족, 친구, 애인과의 이별을 고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가는 이에게도, 보내는 이에게도 애틋함을 남기는 그런 날이다.
논산 육군훈련소는 6·25전쟁 당시인 1951년 신병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육군 제2훈련소’로 창설됐다. 연무대로 잘 알려진 지역 이름은 ‘무예를 단련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입영 행사를 마친 신병은 현역일 경우 입소대대에서 3일, 훈련소에서 5주가량을 지내게 된다. 유격, 사격, 제식, 화생방, 각개전투 등의 훈련 과정을 거치고 자대배치를 받기까지 연무대가 임시 보금자리다. 훈련소 앞에 서자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입영하는 장병들은 이 문을 지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다짐을 했을까?’ 그 마음에 들어가 보니 연무대의 의미가 더욱 깊게 다가왔다.
애틋한 안녕의 공간, 육군훈련소 체험문화공원
입소가 없는 날의 연무대 일대는 적막할 만큼 조용했다. 대신 며칠 전 누군가 흘렸을 눈물을 기억하는 ‘육군훈련소 체험문화공원’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육군훈련소 체험문화공원은 육군훈련소와 입영심사대 그리고 연무대역 부근에 조성된 작은 공원이다. 이곳은 입영 장병들이 마지막으로 가족 혹은 연인과 작별 인사와 기념사진을 찍는 공간으로 애용되는데, 종종 면회객과 군 장병이 반가운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도 사용된다.
또 입영 전 짧은 시간, 마지막 서로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안녕을 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육군훈련소 체험문화공원은 그런 아쉬움을 달래는 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다. 이를 돕기 위해 공원에는 다양한 시설물이 조성되어 있다. 잠시 안녕을 고하는 시간을 예쁜 추억 한 장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장미터널과 사랑의 열쇠, 추억의 고무신 등의 시설물을 조성해 둔 것이다. 이곳에서 눈물 가득 고인 군화와 고무신은 마음 한쪽에 단단한 기다림의 각오를 새기게 된다.

육군훈련소 체험문화공원
훈련소 옆 국내 대표 한류관광지, 선샤인랜드
육군훈련소 지척에는 K-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한류 관광의 중심으로 떠오른 곳이 있다. 그곳을 찾아가는 길, 육군훈련소 담장이 손이 닿을 듯 가까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아들, 친구, 연인이 있는 곳에 조금 더 머물며 호흡하고 싶은 마음에 이곳을 찾는 이들부터 한류 관광지를 찾아오는 관광객까지 늘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선샤인랜드는 국내 최초 민관합작 드라마 테마파크로, 개화기 촬영 세트장인 선샤인스튜디오, 한국전쟁 직후의 풍경을 재현한 1950스튜디오, 실내에서 사격과 가상현실(VR) 체험을 즐기며 훈련소 추억을 자녀와 공유하는 밀리터리체험관 등으로 구성된다. 총면적 약 2만㎡에 이르는 선샤인스튜디오는 1900년대 초반 한성(서울)을 재현했다. 한성전기 사옥을 비롯한 근대 서양식 건물과 기와집, 초가집, 일본식 가옥에 1899년 운행을 시작한 전차까지 어우러져 120여 년 전 모습을 그대로 구현했다. 이곳에서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대부분을 촬영했다. 극 중 ‘글로리 호텔’로 들어가면 카페 ‘가배정’은 지금도 영업 중이고, 드라마 소품 전시관이 곁에 있다. 디즈니 드라마 세계 1위를 기록했던 ‘파친코’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드라마를 본 이들은 장소마다 엮인 이야기를 풀어내거나 기념사진을 남기며 추억을 쌓는 모습이었다.


선샤인랜드

탑정호 출렁다리
동양 최대 길이를 자랑하는 탑정호 출렁다리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시간. 마지막 목적지인 탑정호로 향한다. 탑정호는 충남에서 두 번째로 큰 저수지로, 보기만 해도 마음이 뻥 뚫리는 시원한 호수와 그 위를 수놓은 출렁다리가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봄에는 분홍 벚꽃, 여름에는 푸른 녹음, 가을에는 오색 단풍, 겨울에는 하얀 눈이 탑정호를 둘러싸며 수채화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해 질 무렵의 탑정호는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저 멀리서부터 물들어 오는 주황빛 노을이 호수 전체를 붉게 물들이니 낮보다 더 진한 아름다움과 여운을 남긴다. 탑정호를 가로지르는 길이 600m의 출렁다리를 걸으며 윤슬을 보고 낙조를 만나니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온 나와 우리를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바람에 따라, 누군가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리는 다리는 우리 삶과 닿아 있는 듯하다. 그런 흔들림에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뒷모습이 위풍당당하다.
수변을 따라 물 위에 설치된 ‘힐링수변데크산책로’를 걷는 것도 좋다. 서정과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나무데크 길을 걷다 보면 반쯤 물에 잠긴 나무와 겨울 철새들이 풍경을 더한다. 봄(4월)이 되면 음악분수도 가동된다고 하니 그때 다시 한번 오겠노라는 다짐을 남기며 탑정호와의 이별을 고했다.

탑정호 출렁다리
Tip.
논산의 맛, 한우와 딸기
논산에는 유난히 한우 전문점이 많다. 논산 전역에 한우 전문점이 있지만, 훈련소 가는 길에는 줄지어 있을 만큼 한우 취급 음식점이 많다. 곰곰이 이유를 생각해 보니 답을 알 것 같다. 훈련소 가는 아들, 친구, 연인에게 마지막으로 영양 가득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그 마음이 한우전문점을 찾게 했고 그 수요에 맞춰 점점 더 생겨났으리라. 한우전문점은 대부분 구이부터 불고기, 갈비찜, 탕까지 다양한 메뉴를 취급하고 있다. 넉넉하고 정갈한 손맛에 한우까지 더해지니 없던 입맛도 돌아오는 듯하다.
3월에는 27일부터 30일까지 논산딸기축제도 열리니 논산을 찾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논산시민가족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딸기 축제는 ‘논산딸기, 세계를 잇다’란 주제로 다양한 공연, 전시, 체험, 판매 등과 연계한 ‘논산딸기 테마존’, 대한민국 국방군수산업을 이끄는 논산의 새로운 산업 전략과 연계해 육군항공학교의 헬기 전시 및 체험과 방산을 전시·홍보할 ‘논산방위산업관’ 등이 운영된다.

논산의 맛 ‘한우’

•육군훈련소 체험문화공원
위치: 충남 논산시 금곡1길 9-18
운영: 상시개방

•선샤인랜드
위치: 충남 논산시 연무읍 봉황로 90
운영: 10:00~18:00(매주 수요일 휴장)

•탑정호 출렁다리
위치: 충남 논산시 부적면 신풍리~가야곡면 종연리 일원
운영: 11~2월 09:00~17:00 / 3~5월, 9~10월 09:00~18:00 / 6~8월 09:00~20:00 / 마감 30분 전까지 입장 / 연중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