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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살

‘나다움’,
왜 나에게는 이토록 어려울까

최은영 Live Stories 대표

무엇이든 물어보살

Q.
저는 30대 중반의 여성 군인으로, 앞으로 1~2년 내 제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점차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이는 모두 제가 기꺼이 선택한 길이었음에도, 일단 이 경로에 들어서면 적정한 균형을 찾기 어렵고, 가족을 위한 노력과 헌신에 점점 더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을 가장 뒷전에 두게 되었어요. 제대 후, 육아를 하면서도 어떻게 저 자신을 잃지 않는 의미 있는 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A.

엄마라는 이름으로 사는 것의 난감함(?)
육아는 한 생명을 다루고 성장시키는 일이기에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생각을 엄마 스스로 강하게 하기 마련입니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지만 늘 부족한 것 같고, 다시 또 그 이상으로 쏟아붓습니다. 남들 하는 것 하나라도 놓치면 자격 미달 같고, 아이 외에 다른 것에 시간을 투입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지극히 당연한 심리입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우리 아이와 관련된 일 외에 시간을 투자할 때는 매우 강력한 명분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모성’이라는 틀을 주입받아 왔습니다. ‘이런 것이 훌륭한 엄마다.’라는 이상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맞춰갑니다. 물론, 나의 아이를 향한 온 진심이 모성의 중심이지만, 내가 사는 시대가 제시하는 각종 육아의 기준에 맞춰야 할 것만 같습니다. 바로 육아나 교육 시장이 부모의 역할에 대해 ‘그때가 아니면’, ‘그것이 아니면’ 큰일이 날 것처럼 겁을 줍니다.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명분이 있어야 자신을 위한 시간을 허락할 수 있을 것 같은 심정이지요.
그렇게 엄마는 치열하게 삽니다. 그렇게 살며 엄마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여유를 내지 못합니다. 설사 살짝 여유가 생겨도, 부족한 모성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그 여유는 나를 위해 쓰이지 못합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흐르면, 자신과 사회를 연결하는 감각을 점차 잃어갑니다.

내가 처한 상황의 재구성
우리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나를 잃어버렸다’ 또는 ‘나다움을 발견하고 싶다’고 이야기하곤 하는데요, 과연 ‘진정 나다운 것에 대해 알고 있나요?’ 커리어를 지어 올리는 동안, 우리는 최선의 선택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정말 나다운 선택이었는지 질문하는 계기가 지금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나를 잃어버렸다’고 말할 때 ‘무엇을’ 잃었는지 구체적으로 대답하기 어렵다면 현재까지의 커리어가 앞으로의 삶을 지속할 동력으로서는 어쩌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 선택의 맥락이 아니라 새롭게 나다움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채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이렇게 가정하면, 빼앗겨 손해 보고 있다는 억울한 감정은 줄어들고,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다움’, 먼 곳에 있지 않아요
지금을 계기로 ‘나다움’을 단단하게 지어 올려서, 나의 일, 나의 육아, 나의 가족에 대한 노력과 봉사 모두를 조화롭게 가져가는 힘을 가져보자는 것입니다. 내 삶에 대한 주도성, 즉 ‘나다움’을 가지려면 삶에 어떤 요소를 추가해야 할까요?
첫 번째로 나의 ‘필터’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대통령 연설 비서관으로 재직하신 바 있고, 현재는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인생공부> 등 활발한 집필활동을 하고 계신 강원국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원고를 써내야 하는 상황이면 원고의 키워드를 파일명으로 컴퓨터 바탕화면에 파일들을 정렬해 두신다고 합니다. 그 키워드를 염두에 두면 일종의 필터가 되어, 같은 걸 보더라도 예전과는 달리 그 키워드와 연결되는 콘텐츠가 걸러진다고 합니다. 머릿속에 늘 자리하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필터링된 재료가 점차 엮이고 성장하게 되는 원리를 이야기해 주셨어요. 그렇다면 이 키워드에 해당하는 것을 내 속에서 찾아보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사회적 실현 욕구에 집중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나는 무엇을 할 때 사회적 활동자인 나로서 가장 쾌감을 느끼는가?’ ‘무엇을 어떻게 할 때 가장 인정을 받는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하고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져 왔는지,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래의 나는 어떠하길 바라는지, 쭉 그려본다면 자연스럽게 내가 추구할 키워드 몇 가지가 발견될 겁니다.
두 번째 단계로는 ‘마음껏 표현하기’입니다. 앞으로 추구할 삶의 맥락과 키워드가 어느 정도 구성된다면 그것을 계속 글이나 말로 뱉어내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사회적 실현 또는 연결 욕구인데요, 그러므로 나의 이야기를 계속 밖으로 내보이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듣고 재구성을 반복하여 농축된 짜임새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쉽게 잊히지 않으니까요. 그 표현을 통해 생겨나는 사람들과의 연결이 결국 작은 활동이 되고, 일상의 실천을 만들어내며, 점차 계획 또는 프로젝트가 되고, 나아가 인생의 작업, 또는 제2의 인생을 위한 ‘업’이 될 수 있는 방향이 되기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식을 기획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점차 진화하는 질문을 하고 스스로 답을 찾게 됩니다. 단단하게 지어 올려진 ‘나다움’은 쉽게 타인과 비교해서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지요. 그리고 나에게 제일 중요한 가족에대한 사랑과 노력을 실천하는 방법도 그에 따라 찾게 됩니다. 단단한 중심을 지켜가면 제한된 시간 자원하에 최대의 효과를 거둘 방법을 다변적으로 구하는 힘이 생깁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주변을 설득할 수 있게 되면 내 시간의 확보를 위한 요청도 당당하게 할 수 있게 될 것 같지 않으세요?

우리는 우리를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저 아래 가라앉아 있는 것을 찾아서 길어 올리면 됩니다. 분명히 거기 있거든요. ‘계속 떠올리고 구체화하기!’ 그렇게 시작해 봅시다.


글쓴이 소개

엄마사회학 콘텐츠 창작소 ‘리브 스토리즈’ 대표, 라이프코치(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코치),
<쓰다 보니 나를 만났습니다>(2023년 6월 출간) 공저 작가

여행 보일지도멋에 겨운 천안 삼거리의 가을,
충남 천안
전국군대자랑과업은 선임이! 포상은 후임에게!
임진혁 예비역 육군 소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