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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살

나의 사소하고
위대한 중독

도우리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저자

DOPAMINE

Q.
안녕하세요. 직업군인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꾸려가는 40대입니다. 일자리를 바꾸는 과정 중에 있다보니 무료할 때가 많은데요, 그럴 때마다 멍하니 핸드폰만 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무엇을 먹는지, 어디로 여행을 떠나는지… SNS를 보다보면 2~3시간은 그냥 흘러버리죠. 제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기보다는 타인을 부러워하는 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만둬야지, 하다가도 스크롤을 멈출 수가 없어요. 이런 저, 중독이겠죠?
어떻게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혹은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A.
도파민 중독이라는 같은 전장 속에서

새삼 신기합니다. 제대군인인 당신과,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는 저는 낯모를 뿐 아니라 아주 다른 사람인데도 SNS 중독의 모양은 이렇게 비슷하다는 점이요.

무엇보다 숱한 훈련으로 굳은살이 박힌 당신의 정신력조차 번번이 꺾이게 만드는, 이 도파민 중독의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실감했어요. 정말, 요즘 주변이고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닝닝과 같은 유명인이고 ADHD(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지 않았나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며 디지털 공간에 능숙하다고 여겨지는 청소년들조차, 오히려 이렇게 유해한 ‘집중력 전쟁통’에서 위축되어 게시글을 올리지 않아 ‘SNS 소통 시대의 종말’을 앞두게 되었다고 하죠. 이를테면 우리 모두 ‘도파민 중독이라는 전장’을 공유하게 된 거죠.

왜 타인의 삶을 염탐하는 건 그리 중독적일까요? 그 화려한 이미지가 편집된 현실일 뿐이고, 허세라고 치부해도 쉽게 떨쳐지지 않아 결국 나의 초라함을 되새기게 되는 데도요.

행복이란 일상적이고 고유한 상태가 아닌, 어쩌다 잠깐 달성하는 숏폼(short form) 같은 형태가 되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주목을 끄는 숏폼들이 그렇듯, 오디오가 비지 않는 입담이나 대단한 외모, 뚜렷한 스펙이나 자산이 있는 삶만이 ‘유잼’ 취급받습니다. 반면 그러한 기준에서 (자발적이라 하더라도) 벗어나는 삶은 ‘노잼’ 취급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요. 잠깐의 휴식이나 준비 기간, 나와 주변을 돌보는 질적인 시간은 ‘노는 일’ 취급을 받거나 어떤 성취들은 ‘물경력’이 되어 인정해 주지 않습니다. 이렇게 무엇이든 액체화되는 시대(지그문트 바우만 <액체 근대>)이기에, 홀로 ‘디톡스 노오력’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중독의 늪을 빠져나올 수 없게 돼버렸어요.

당신과 내가 ‘우리’로 묶이는 일

저는 제 글쓰기 수업 때 아껴 쓸 단어 중 ‘우리’를 꼽습니다. 제 이름(실명 맞습니다) 때문만은 아니고요, 쉽게 누군가의 목적을 위해 각자의 차이를 가릴 위험성 때문이에요. 하지만 SNS 중독의 보편성이 이렇게 ‘우리’를 묶어준다면, 기꺼이 함께 나설 일들이 있을 거예요. 저 역시 혼자로는 엄두가 나지 않기에 당신을 불러내고 있고요.

실제로 해외에서는 그렇게 우리들이 모였다고 해요. ‘집중력’을 피해자 신분으로 법정으로 세우느라고요. 지난해 10월 24일,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 메타(Meta)가 미국 41개 주 정부로부터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이 보도됐어요. 메타가 플랫폼을 과하게 중독적으로 설계해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 그 이유였고요. 개인적인 노력의 대상으로만 상상되던 집중력도 일종의 ‘공중 보건’ 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인 것이죠. 평행우주가 아닌, 같은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니 여기 우리 사회에서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거예요.

‘우리’가 참고할 만한 무기로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를 추천드려요.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서 내내 베스트셀러였던 <도둑맞은 집중력(요한 하리)>을 포함해 집중력 문제를 고찰하는 책들에서 꼭 자문을 구하는 인물, 제임스 윌리엄스가 직접 집필한 책입니다. 이 교수의 이력이 특이한데요, 구글에서 10년 동안 전략가로 근무한 데다 검색 광고 분야에서 공로를 세워 사내 최고 영예인 ‘파운더스 어워드(Founders Award)’를 수상했어요. 그런데 이런 영예를 박차고 나와 플랫폼 기업들의 집중력 기술 설계를 비판하는 기술윤리학자가 되었고요. 그 윌리엄스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공적인 집중력’이에요. 모두가 번번이 중독에 항복하는 일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시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요. 그것은 기업을 상대로 한 법정 소송처럼 거대한 전략일 수도, 지금 중독의 현실을 잠시라도 비판적으로 고민하는 아주 사소한 시도까지 다양할 수 있다고요.

‘우리’의 전초기지에서 만나요

‘우리’는 이 문장들이 모두 끝난 이후에도(혹은 읽는 도중에서조차) 알고리즘 사이를 헤메겠죠. 중독은 단번에 격파될 대상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디지털 이불’과 같은 알고리즘 설계를, 이 쏟아지는 현실을 잠시 피할 벙커로 이용하기도 하면서, 함께 밟고 있는 중독 사회의 지형을 살피면 어떨까요. 그때 드는 고민과 감정들을 감히 ‘전우애’라고 불러 봐도 될까요.

여행 보일지도낭만 속을 거니는 기분
경기 고양
전국군대자랑창끝 전투력 우수부대 되기
윤석봉 예비역 육군 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