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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더 잡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다
소리꾼 & 싱어송라이터
맑은 가을 하늘 아래, 길거리에서 감미로운 선율로 버스킹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를 마주치면 낭만적인 가을의 하루가 완성된다.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조선시대에도 길거리나 여러 행사 자리에서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예술인이 있었다.
영화 『광대: 소리꾼』스틸컷 _사진 출처_제이오엔터테인먼트
내가 있는 곳이 바로 무대, 실력파 퍼포머
소리꾼
판소리는 판놀음, 광대, 무가 등의 영향을 받아 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까지 가장 성행했으며 지역에 따라 전라도 동북지역의 동편제, 전라도 서남지역의 서편제, 경기도와 충청도 지역의 중고제로 유파가 나뉘어 있었다.
이 판소리의 핵심이 되는 사람이 바로 소리꾼이다. 소리꾼을 필두로 해서 북 치는 고수와 추임새를 함께 넣어 주는 청중들이 함께 판소리 공연을 만들어 간다. 판소리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어디에서든지 펼쳐졌다. 관아에서 하는 행사, 축하 잔치, 마을굿, 양반이나 부호의 집 등에 소리꾼이 등장하면 사람들은 신분을 불문하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와 노랫소리에 빠져 들었다. 소리꾼들은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소리’, 말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니리’, 부채와 몸짓으로 연기하는 ‘발림’을 적절히 섞어 가며 몇 시간에 걸쳐 쫄깃한 긴장과 이완으로 사람들을 이끌었으며, 득음을 하기 위해 고된 훈련도 불사했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고 서민들의 희로애락을 그렸던 판소리의 인기는 시간이 흐르며 사그라들었다. 현대에 와서는 객석이 분리된 공연장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조선 후기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그러나 판소리의 가치는 여전히 인정받고 있다. 제5호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 및 전승되고 있으며, 다른 음악 장르에도 활용되면서 계속 우리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익숙한 예술 장르다.
직접 쓴 노래로 감동을 주는 사람들
싱어송라이터
판소리 소리꾼의 공연 모습과 닮은 풍경을 현대에서 찾는다면, 길거리에서 통기타를 치며 버스킹을 하는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의 모습이 연상된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노랫소리에 이끌려 즉흥적으로 멈추어 서서 관중이 되고 호응하는 모습은 판소리의 풍경과 흡사하다. 그러나 판소리가 이야기와 연기가 있는 서사시에 가까웠다면 싱어송라이터의 공연에는 주로 노래만 있다. 작사와 작곡을 겸한다는 점도 싱어송라이터만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미국에서 포크 음악이 유행하면서 젊은 연주자들이 편곡에 뛰어든 것을 시작으로 싱어송라이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직접 곡을 쓰고 연주한다. 버스킹으로 곡을 홍보할 수도 있지만 다양한 매체가 활성화된 오늘날에는 TV 프로그램이나 SNS 등에서 이름을 알리는 경우도 많다.
싱어송라이터가 되는 경로는 다양하나 기본적으로 기타나 피아노 등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작곡과 작사를 위해 화성학 지식, 창의력, 섬세한 관찰력과 감수성도 중요하다. 보컬 능력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 이를 갖추기 위해 학원에서 레슨을 받거나 관련 학과에 진학할 수도 있다. 다재다능해야 하지만, 스스로 곡을 쓰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곡을 쓸 수 있다는 점,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깊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 등 매력적인 면모도 많아 더욱 사랑받고 있는 직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