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my Life
선배의 노하우 Zip
우리 동네 철도건널목의
안전을 지키는 친절한 아저씨
권영우 예비역 해군 준위
요란한 알람이 울리고 차단봉이 내려온다. 알람소리와 동시에 황급히 도로 중앙으로 달려나가서 주변 차량을 통제하고 기차가 지나갈 동선의 안전을 확보한다. 한때는 해군에서 군악대장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음악연주 활동으로 대한민국을 알리는 홍보대사의 역할을 했고, 지금은 철도건널목 안전원으로 일상에서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예비역 해군 준위 권영우 씨를 만났다.
글 양일석 사진 권진혁
Safety
Kwon Young-woo
멘티: 자기 소개를 부탁할게요.
멘토: 현재 저는 코레일테크 소속 신안건널목 안전원으로 2022년 7월부터 근무하고 있습니다. 조치원역 인근 건널목에서 열차운행 시 건널목을 통과하는 차량 및 보행자를 통제하여 안전하게 건널목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임무입니다. 건널목 안전원은 공무직으로 책임감과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근무하고 있습니다.
멘티: 제대 후 현재 일을 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멘토: 퇴직 전 전직 지원 교육을 받아서 기본적인 진로에 대해서는 이해했지만, 막상 퇴직하고 나니 많이 암담했습니다. 퇴직하게 되면 음악 관련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퇴직할 무렵에는 우리나라 음악 관련 산업이 많이 침체되고 퇴보하기도 했고 축소되어서 전문 음악인으로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랐습니다. 그래서 음악과는 무관한 국가산업 관련 직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공무직 관련 도로 보수나 건널목 안전원을 소개해줘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합격하게 되어 지금까지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며 꾸준하게 직장생활을 잘해 나가고 있습니다.(대전 제대군인지원센터 이은주 상담사께서 전화와 대면 상담을 하며 직접적인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늘 감사함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멘티: 생각보다 기차가 많이 지나다니는데 힘들지는 않나요?
멘토: 평균 1시간에 6대 정도 1일 170여 대의 기차가 지나가고 있고, 밤 12시부터 5시까지는 운행되지 않습니다. 기차가 건널목에 도착하기 1㎞ 전에 알람이 울리고 대략 40초 후에 기차가 지나갑니다. 각 건널목 상황에 따라서 기차 통행량이 다른데 제가 근무하는 이곳 신안건널목은 비교적 통행량이 많은 편입니다. 결코 쉽지많은 않은 직업이지만 벌써부터 연금만으로 생활할 수는 없죠. 어떻게 보면 아직 젊은 나이인데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젊음에 대한 직무유기가 아닌가 합니다. 백세시대에 장기적으로도 일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가능하다면 80세까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멘티: 근무하면서 느끼는 직업의 장단점을 말씀해 주세요.
멘토: 건널목 안전원으로서의 장점은 주간 근무 2일과 야간근무 2일 휴일 2일로 여기서는 일주일이 6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야간 근무 시에 주간에 개인적인 업무도 볼 수 있어서 시간 활용이 용이하며 4일만 근무하면 휴일이라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4일 근무 2일 휴식이라는 무한반복으로 때로는 지루함과 싫증이 날 수 있어서 꾸준함과 성실함이 없으면 근무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명절이나 연말연시가 별도로 없으며 필요시 휴가를 쓸 수 있지만 근무 여건을 생각하면 휴가를 무한적으로 쓸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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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할 때에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했지만
여기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멘티: 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자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멘토: 건널목 안전원이라는 직업은 기본적으로 나보다는 남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 생활할 때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생활했지만 여기서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근면 성실한 마음과 건강한 신체가 있어야 하고 안전함을 계속 유지하려면 정확한 판단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건강한 정신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특별히 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철도안전 관련법이나 용어 등을 숙지하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건널목의 안전한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수시로 현장감시와 CCTV를 확인하는 등 근무시간에는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열차 통과 전에 선로의 확실한 안전을 확보하여 기차와 차량 및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임무입니다.
멘티: 일을 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멘토: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음주 보행자로 인해 위험하고 아찔했던 상황입니다. 2023년 가을 밤 9시경 한 주취자가 음주 후 건널목을 비틀거리며 지나가던 중 열차의 접근을 알리는 경보장치가 울렸습니다. 놀란 보행자는 상행선과 하행선 중간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찔하고 위험한 상황이라서 재빨리 관계 역에 알리고, 열차는 중간에 정차시키고, 뛰어가서 보행자를 데리고 나와서 다행히 사고를 면한 적이 있습니다. 또 항상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다 보니 주변에 사는 이웃분들이 지나가실 때마다 인사를 주고받게 됩니다. 가끔은 이웃 주민이 직접 수확하였다며 옥수수나 대추, 감 등을 갖다 주셔서 동료들과 나누어 먹은 일도 기억에 남습니다.
멘티: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지길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멘토: 모든 일은 쉽다고 생각하면 쉽고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든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도전정신을 가지고 있으면 웬만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왕년에 이런 사람이었는데…’ 이러한 생각은 버리고 신입사원이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배워나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했으면 합니다. 또한 퇴직 후 일자리 관련해서는 국가보훈부 산하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교육 지원과 일자리 지원은 물론 다방면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상담하셔서 여러분들도 많은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