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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상담소
게으른 완벽주의자,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글 박민선
『아주 작은 시작의 힘』 저자
Q
규칙적인 군대와는 다르게 스스로 통제하고, 실행해야 하는 일상이 낯섭니다. 그러다 보니 목표를 세워 놓아도 몇 번 하다가 쉽게 포기하게 되고, 혹은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완벽하게 잘 해내고 싶은 욕심 때문에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스트레스부터 받습니다. 게으른 완벽주의 성향의 저, 어떻게 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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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선
우리가 일을 미루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입니다. 특히, 실수가 용인되기 힘든 환경이었던 직업군인으로서의 기억 때문에 시작하기도 전에 스트레스를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군에서 이미 수많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을 통제하는 경험을 하셨을 거예요. 마치 목표 달성 ‘경력직’ 같은 느낌이죠. 다만, 목표 설정과 진행 과정을 회고할 누군가가 ‘자신’이라는 차이만 있을 뿐입니다.
이제는 하달받은 목표가 아니라, 온전히 내가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는 차원이 다른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목표가 잘 지켜지지 않을 때는 3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원인 1 목표 설정이 잘못된 경우
중요하고 절박한 목표가 아니라면 동기부여가 어렵습니다. 목표를 설정할 때는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부합하는지, 내 욕망과 일치하는지, 나의 정체성과 맞는지 두루 생각하며 설정해 주세요.
원인 2 할 일을 구체적으로 세우지 않았거나 시간 관리가 힘든 경우
적당한 난이도로 구체적으로 계획해야 꾸준히 실행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계획이라면 부담감 때문에 지속하기 힘들고, 너무 쉬우면 성취감이 안 느껴지겠죠? 실천해 가며 내 페이스에 맞게 조절해야 합니다.
원인 3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꾸준히 스스로 동기부여 할 방법이 없는 경우
장기 목표는 변화가 금방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기 쉽습니다.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기록하며 스스로 동기부여 해주어야 합니다. SNS에 목표 달성용 계정을 만들어 사진과 함께 짧은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습니다.
<TV동물농장> 프로그램을 본 적 있나요? 동물을 구하려면 일단 먹이로 유인하여 포획해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유인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할 일’ 입구에 두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운동을 시작한다면 내 퍼스널컬러에 딱 맞는 나를 돋보이게 할 디자인의 운동복을, 글쓰기를 하기로 했다면 아름다운 노트북을, 일기를 쓴다면 글이 쓰고 싶어지는 예쁜 디자인의 일기장과 필기감이 좋은 필기구를 장만해 봅니다. 그리고 이를 사용하며 자기계발하는 ‘멋진 나’를 상상해 봅니다.
이렇게 유인에 성공했다면 필요한 장소에 나를 데려다줍니다. 운동을 한다면 집에서 가까운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하고 집에서 글쓰기가 힘들다면 분위기가 차분하고 일할 맛이 나는 카페에 갑니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탄 봉준호 감독도 하루에 카페를 세 곳이나 옮겨 다니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하죠.
일할 때는 이미 아는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것이 일의 내용에 집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더라고요. 질문자님도 일 모드를 만들어 보세요. 일하는 시간과 배경음악 등을 정해두고 늘 똑같은 환경에서 시작한다면 무의식이 ‘이 환경에서는 꼼짝없이 일해야 하는구나’ 하고 준비가 됩니다. 참고로 ‘일할 기분’을 내는 저의 루틴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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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이전에 했던 것들을 본다
의외로 잘한 결과물에 감탄하며 자신감을 충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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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아이돌 안무 영상을 본다
‘열심히 하는 이는 반짝이는구나’라는 생각에 의욕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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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노동요를 틀고 좋아하는 음료를 앞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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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일을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정말 하기 싫을 때 제가 썼던 방법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저는 30대를 1년마다 딱 1개 목표만 세우고 꾸준히 실천했는데요. 하기 정말 싫을 때는 ‘올해의 마지막 날’을 어떤 기분으로 맞이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으며 힘을 냈습니다. ‘아, 내가 그렇지 뭐. 올해도 망했다’라는 열패감으로 맞이하기보단, ‘아, 올해는 그래도 내가 애썼네’라는 뿌듯함을 맛보고 싶었어요.
질문자님, 정말 하기 싫을 때는 어떤 기분으로 올해 12월 31일을 맞이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상상보다 훨씬 더 멋진 미래의 내가 오늘의 질문자님을 미소 지으며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행운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