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준비, 거대한 물결이 되기까지

1926년 6월, 순종 황제의 서거는 조선 민중에게 깊은 상실감과 분노를 안겼고, 이는 억눌렸던 민족 감정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제는 3·1 운동 이후 ‘문화통치’를 내세워 민족 지도자들을 회유하고 분열시키려 했지만, 청년들은 민족의식을 지키며 계몽운동과 식민교육 반대운동을 전개했습니다.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는 점차 독립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시기, 중국에서는 국민당과 공산당이 제국주의에 맞서 국공합작을 이루는 등 국제적 저항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조선 내 학생들과 각 진영 지도자들도 순종 인산일에 맞춘 만세 시위를 준비했습니다. 시위는 사직동계, 통동계, 공청-천도교계 세 갈래로 조직되었습니다. 사직동계는 연희전문 이석훈 하숙집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태극기와 격문을 제작해 배포를 준비했고, 이병립, 이선호, 박두종, 이천진 선생이 주도했습니다. 통동계는 중앙고보와 중동학교 학생들이 삼선평에서 비밀리에 모여 박용규, 김재문, 황정환, 곽대형, 이동환 선생을 중심으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공청-천도교계는 조선공산당 산하 청년회와 천도교 청년들이 함께 시위를 계획했으나 일부는 사전에 발각되어 권오설, 박래원 선생 등이 체포되었습니다.

6월 10일의 외침, 그리고 꺾이지 않은 신념

1926년 6월 10일, 순종 황제의 장의행렬이 진행되던 서울 도심은 조용한 추모와 뜨거운 외침이 교차하는 현장이 되었습니다. 단성사 앞에서 중앙고보 이선호 선생이 격문을 뿌리며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고, 박용규, 이동환, 류면희 등 많은 학생들이 이에 호응해 만세를 외쳤습니다. 관수교, 훈련원, 동묘 등지에서도 격문이 뿌려지고 태극기가 휘날리며 시위가 확산되었고, 일본 군경의 무력 진압으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이날 시위로 중앙고보 58명을 포함해 총 210여 명이 체포되었습니다.
일제는 만세운동의 여파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고보(이선호, 류면희, 박용규, 이동환), 연희전문(이병립, 박하균), 경성제대(이천진), YMCA(박두종), 중동학교(곽대형, 황정환, 김재문) 등 주동자 11명을 선별 기소했습니다. 이들은 제령 제7호 및 출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926년 11월 3일 열린 공판에서 “자유를 얻기 위해 자유를 부르짖었다”며 당당히 자신의 뜻을 밝혔습니다. 법원은 대부분에게 징역 1년과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검사의 항소로 수개월간 형무소 독방에 갇히는 고초를 겪었습니다. 이듬해 복심 법원은 형을 확정했고, 별도로 기소된 공청-천도교계 권오설 선생은 징역 5년형을 받고 복역 중 고문으로 순국했습니다.

독립운동의 물줄기를 바꾼 6·10 만세운동

6·10 만세운동은 일제의 철통 같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독립운동 세력에게 강력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임시정부가 있는 상하이에서는 대대적인 연설회가 열렸고, 도산 안창호 선생은 “6·10 만세운동은 3·1 운동 정신을 계승한 것”이라며 민족대당촉성운동을 제창했습니다.
국내에서는 1927년 신간회 창립으로 이어졌으며, 학생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어 1929년 광주학생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해외에서도 중국 언론과 문인들이 6·10 만세운동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조선 민족의 고통을 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