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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능력검정시험 기출문제로 보는 역사와 보훈 지식
일장기 말소 사건
글 편집실
[정답] ①번
(가) 한성순보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신문으로 정부에서 발행한 순 한문 신문입니다. (나) 독립신문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으로 서재필의 주도로 창간되었어요. (가)와 (나)는 올바른 설명입니다. 일장기를 삭제한 손기정 선생의 사진을 실은 신문은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이고, 상업 광고가 처음으로 게재된 신문은 한성주보이므로 ㄷ과 ㄹ의 설명은 틀렸습니다. 따라서 정답은 ①번입니다.
이와 관련한 역사 지식을 한번 살펴볼까요?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2면의 고개 숙인 손기정 선수의 모습.
손기정 선수, 조선 청년으로 달리다
1936년 8월 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11회 하계 올림픽 마라톤 결승선에는 고개 숙인 한 청년이 서 있었습니다. 손기정 선생은 2시간 29분 19초라는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으나, 시상대 위에서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감추기 위해 월계수 화분 뒤에 숨긴 모습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사실 선생은 출전 당시 일본 국적으로 등록되었으며, 선수 소개에도 ‘SON Kitei, 일본’이라는 이름이 사용 되었습니다. 그러나 대회 서명록에는 ‘KOREA’라는 국적을 직접 썼고, 한글로 ‘손긔정(손기정)’이라 서명 하셨습니다. 선생은 끝까지 자신이 조선인임을 분명히 밝혔던 것입니다.

부상으로 받은 월계수로 가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손기정 선생의 모습.
손기정 선생 왼쪽 남승룡 선생도 3위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한 장의 사진, 하나의 저항
손기정 선생의 시상 장면은 조선 전역에 전해졌고, 이 소식을 보도한 국내 언론은 그 사진에 주목하였습니다. 1936년 8월 13일, 조선중앙일보는 손기정 선생의 사진 속 가슴 부분 일장기를 지운 상태로 게재하였고, 곧 이어 동아일보는 기술적으로 일장기를 선명하게 삭제한 사진을 보도하였습니다.
이는 일제 총독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위였으며, 즉각적인 보복이 뒤따랐습니다. 8월 25일 동아일보는 무기 정간 처분을 받았고, 조선중앙일보 또한 자진 휴간에 들어갔습니다. 편집 책임자와 기자들은 체포되어 모진 취조와 고초를 겪어야 했으며, 이후 일부는 언론계에서 퇴출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언론인들이 단행한 이 선택은 단순한 편집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식민 권력에 맞선 조선인의 정체성과 민족 의식의 상징적 표현이었습니다.
지워진 깃발, 지워지지 않은 마음
‘일장기 말소 사건’은 그날의 기사보다 그날의 편집보다 더 깊은 파장을 남겼습니다. 신문 한 장이 ‘나라 없는 백성’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었던 시절, 언론은 침묵 대신 행동을 택하였습니다. 그것은 총칼이 아닌 펜과 인화지의 저항이었으며, 민족의 자존을 향한 작지만 깊은 울림이었습니다.
손기정 선생이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시상대에 섰던 그날, 대한민국의 언론은 고개를 들고 민족을 대신하여 외쳤습니다.
“그는 조선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기억할 것입니다.”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출처: 대한체육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