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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체인저
그가 전하는 것은 큰마음
사람들과 함께 행복으로 나아가는 소포 집배원
조홍철 예비역 육군 중사
스카르메타는 그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1985)에서 세계적인 시인인 네루다의 친구 역으로 17세의 소년 마리오를 창조하였다. 마리오가 네루다의 전담 우편배달부가 된 것은 그에게 자전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소년의 언어적 재능을 나타내는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2포병여단에서 약 8년간 복무한 예비역 육군 중사 조홍철 씨의 자전거는 무엇이며, 그는 어떤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가?
글 장창수 사진 오철민 영상 황지수
소포 집배원이 찾아가는 사람들
전남 장성군의 동화 같은 마을 동화면(東化面)에서 장성우체국 소포 집배원을 만났다.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삶의 변화는 원하든 원치 않든 지속적으로 겪어 나가야 할 파도와도 같다. 다만 굴곡을 타고 넘는 의연함이 필요할 뿐이다. 어른들의 동화(童話)는 아이들의 것보다 훨씬 중층적이다. 이달의 라이프 체인저는 갑작스럽게 전역하였다고 한다. 아버지의 건강 악화로 가까이에서 보살필 사람이 필요해서 결단했다는 것.
예비역 육군 중사 조홍철은 고향으로 돌아와 소포 집배원이 되었다. “고향 친구의 추천으로 이 길을 가게 되었다”는 체인저는 주어진 변화를 선택적인 변화로 바꾸어 나갔다.
“아침에 출근하면 장성군 전체로 가는 소포가 팔레트에 가득 실려 있죠. 그것을 지역별로 분류하는데, 제가 소속된 1팀은 장성읍, 서삼면, 동화면을 담당하죠. 소포를 차량에 적재하고 해당 루트별로 배달합니다. 귀국(歸局)한 다음에는 전산으로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고 5시에 퇴근합니다.”
마치 소설 속 마리오가 시인 네루다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 같다고나 할까. 가가호호 방문하는 걸음은 경쾌하고 소포를 다루는 손길에 정이 묻어 있다. 고객을 찾아간다기보다는 지역의 어르신을 뵈러 가는 느낌이랄까.
큰마음 전하는 것이 바로 보람
라이프 체인저의 자전거, 즉 그의 재능은 분명해 보인다. 그것은 군(軍)으로부터 가지고 왔는지도 모른다. 강인한 정신과 건강한 신체 그리고 긍정적으로 자신을 리드하는 마음이있다. 올해 유월, 물품을 배달 중이던 그는 주민의 집 앞에서 큰 구렁이를 발견하였다. “119에 신고는 했는데 자칫하면 귀가하는 주민과 마주칠 수 있어 주민에게도 알리고 마지막까지 기다렸다”는 체인저는 “그걸 누가 국민신문고에 올려서 신문에까지 났다”며 쑥스러워하였다.
그가 지역민에게 전하는 물품은 대개 생필품이다. 옷, 반찬, 해산물, 고기, 서적 등이 주요 내용물이다. “이곳은 농어촌 지역이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사는데, 가족이 단출한 분들이 많다”는 그는 “아마도 도회지에 나간 자녀들이 혼자 계시는 부모가 걱정돼 여러 가지를 보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은 소포에 들어 있는 물건들에서 큰마음을 느낄 수 있다. 소포는 작게 포장한다는 뜻인데 소포대심(小包大心)이라 할 만하다.
“예로부터 장성은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이라고 학문으로 치면 장성만 한 곳이 없다는 뜻이죠.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배출되었죠.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제게 중요한 것이 친구들입니다. 여기는 친구들, 가족들, 이웃들이 있는 곳이죠.” 고향에 왔으니 고향 자랑은 빠질 수 없으리라. 그의 고향은 한마디로 사람들이고, 그들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친구를 정의해 달라고 하자 이런 메타포를 던졌다. ‘대나무 숲.’ 그의 두 번째 자전거다.
사람들과 행복을 향해 나아가다
일을 할 때 작은 어려움들도 있다고. 주소를 틀리게 쓰는 분들이 있는데 전화 통화가 안 될 때도 간혹 있다고 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결할까? 장성우체국에는 이 지역을 훤히 꿰고 있는 베테랑들이 많다. 주소가 틀려도 찾아갈 수 있다고 하니 선배, 동료들의 도움이면 해결된다. 경력이 짧은 라이프 체인저에게 이들은 든든한 후원군이자 넓은 의미에서의 친구, 범우(汎友)이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어려움 앞에서도 두렵지 않다. 사람이 곧 희망이니까.
그가 방황으로부터 돌아와 안정하게 도와준 장성우체국. “한마디로 따뜻한 우체국”이라고 말했다. 그의 자전거가 나아가는 방향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다. 친절히 가르쳐 주고 따뜻하게 격려해 준 사람들. 모두가 가족 같다며 특정할 수 없다 했지만, 그래도 한두 분 따뜻한 이름을 알려달라고 졸랐다. “따뜻함으로 치면 조숙영 과장님, 든든하기로는 같은 팀의 임재범 주무관님.” 그러더니 “이분들을 포함해서 모두 다”라고 강조 또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자신처럼 급작스레 전역할 분들을 위한 조언도 남겼다.
“누군가는 계획을 세우고 전역하기도 하지만 저처럼 갑자기 전역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계획이 섰다면 끝까지 밀고 나가기를 바라고요, 그렇지 않다면 깊이 생각해서 현실적인 선택을 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