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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JOB 굿 LIFE

그들에겐 군인정신이 있고,
든든한 백도 있다

2023년 제대군인 리스타트 챌린지
수기 공모전 우수상

김혜정 제대군인 가족

굿 JOB 굿 LIFE

남편이 소령 진급 자리에 있다며 발표하기 전에 이미 축하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 부대 역사상 그 자리에서 진급이 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며 다들 호언장담했는데 말이죠. 모두가 ‘예’라고 할 때 당차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남편의 성격이 떠오릅니다. 거기서 모두가 됐다지만, 우리 남편만 되지 않았습니다.

남편, 다시 군대 가
얼마 후 남편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군인 아닌 내 모습 어때? 이제 우리 가족의 인생 2막을 준비할 때가 된 거 같아.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인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야.” “난, 남편 믿어. 남편 뜻대로 해.”라고 말해주었지만 제 속마음은 ‘남편이 계속 군인이었으면 좋겠어.’ 였습니다. 그는 제 속마음도 모르고 전역지원서를 들고 왔습니다.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나 봅니다. “여보, 취업 기간이 10개월이야. 그 정도면 충분해. 남편 믿어 봐.”
전직 교육 신고를 하고 돌아온 남편을 꼭 안아주면서 “그동안 고생 많았어. 안 되면 내가 일하지 뭐. 편안하게 준비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다녀온 뒤 성남에서 며칠간 취업 교육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업, 귀농, 기업 취업, 공무원 같은 것들이야. 나는 다 잘할 수 있어. 이번엔 자기에게 선택권을 줄게.” 군 생활을 10년 넘게 했으니, 업무 환경이나 호봉 인정 등을 고려했을 때 공무원을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남편에게 제 생각을 전달했고요. 곧 남편이 취업 교육을 받을 때 받아온 명함을 뒤적이며 며칠 알아보더니 소방, 경찰, 군무원을 놓고 고민하기에 저는 남편에게 명령했습니다.“남편, 다시 군대 가. 군무원!”

군대가 이 사람을 얼마나 담금질했기에
이제 뭘 할지 정했으니 막연했던 우리 가족 삶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의 첫 관문은 한국사 자격증이었습니다. 보름이라는 짧은 시간에 속성으로 한국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을 보고 조금 믿음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오전에는 저와 아들을 위해 한바탕 열정적으로 시간을 보냈고, 나머지 시간에는 숨이 찰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잠은 밤 10시 이후에 졸리면 한 번 자고, 12시에 일어나 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새벽에 소변이 마려워 일어난 아들(당시 5세)이 화장실에 갈 때마다 아빠가 책상에 있으니 “아빠는 잠을 안 자고 어떻게 살아?”라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저도 밤 12시에 남편 깨우고 잠에 들기 때문에 몰랐는데요, 새벽 3시 넘어 졸리면 한 번 더 자고 다섯 시에 또 일어나 아이 일어날 때까지 공부하는 패턴이었다고 합니다. 정말 절박했기에 그 모든 것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81kg이었던 남편 몸무게가 시험 끝나고는 63kg이 되었어요. 심지어 다리가 저보다 얇아져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보낸 10년간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군대가 이 사람을 얼마나 담금질했기에 어떻게 이렇게 끈질긴 사람이 되었을까요? 남편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될 때까지 돕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믿을 수 없는 일이 세 번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될 때까지 돕는다’라고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2020년 전반기 예비전력 군무원 채용 계획입니다. 남편이 얼마나 좋은지 히딩크의 어퍼컷 세레모니를 합니다. 서울 · 경기 지역에 예비군훈련대를 창설하기 위해 대규모 선발을 한다는 겁니다. 채용이라도 된 것처럼 좋았습니다.
두 번째는 전 세계의 불행이었던 바로 코로나입니다. 어느덧 공부한 지 세 달째, 남편은 첫 모의고사라며 문제를 다 풀고서 저한테 채점을 부탁했습니다. 120점 만점 같았는데 37점! 제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이런 성적표를 제게 보여주었으니 너무 실망했습니다. 멋쩍게 웃는 남편 얼굴이 정말 못생겨 보였습니다. “첫 모의고사야. 매주 10점씩 올리면 합격할 수 있어.”라고 하는데. 참, 말이라도 못하면...근데 신기하게도 정말 매주 10점 정도씩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로 난리가 났습니다. 불행 중 다행! 시험이 한 달 연기되었습니다. 남편은 4주면 주당 10점씩 총 40점을 더 올릴 수 있다고 좋아했습니다. 110점 이상이 되면 1지망에 무조건 된다고요.
세 번째는요. 시험 전날 대전으로 함께 차를 타고 갔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 달렸을 때 운전석에서 갑자기 물이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물을 받아 가며 정신 차리고 가고 있는데 5분쯤 지났을 때 갑자기 옆에 달리던 10t 이상 되는 큰 트럭이 흔들거리더니 옆으로 쓰러지는 게 아니겠어요. 정말 대형사고였습니다. 돌아가신 시아버님께서 저희를 지켜주신 걸까요. 간신히 우리 차는 아무런 피해 없이 빠져나와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과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남편은 정말로 계획했던 110점대를 달성했습니다. 다섯 개의 지망 사단 중 1지망에 합격하였고, 다시 열두 개의 희망 보직 중 1지망에 우리가 바라던 곳으로 당당히 합격하였습니다. 드디어 끝났습니다. 아무리 행복한 순간이 많았다고 한들 다시 돌아가라면 절대 돌아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 남편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대한 분들이 더 잘 살아^^
남편의 끝은 언제일까요? 저와 아들이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항상 일찍 들어와 동네 투어도 해주고, 요리도 많이 해줍니다. 또, 아들하고 매일 놀아주고,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는 집에서 가족과 꼭 함께하고 있습니다. 매일이 새롭고,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이곳에서의 삶에 매우 만족하고, 평생 살아도 되겠다 싶어 집 근처 신축아파트 청약을 넣었습니다. 14대 1의 경쟁이었지만 정말 감사하게도 제대군인 특공으로 당첨되었습니다. 제대군인의 삶의 터전까지 책임져주는 국가보훈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배드민턴 동호회를 다니고 있거든요. 결혼 적령기인 한 처자가 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수다를 떠는데 그 처자는 결혼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주저하지 않고 군인이 최고의 신랑감이라고 했죠. 진급 걱정, 정년 걱정을 하길래 아주 자신 있게 말해주었습니다. “걱정하지 마. 제대군인들은 군인정신이 있어서 뭐든 잘하거든. 거기다가 취업 도와주는 국가보훈부가 있잖아. 제대한 분들이 더 잘 살아.”
무척 많이 고생한 남편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당신을 존경하는 아내가.


※ 본 수기는 개인의 경험으로 정부의 정책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본 수기는 지면 관계상 내용이 다소 요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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