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Live
무엇이든 물어보살
나도 살고
상대방도 살려주는 대화법
글 이윤지 <메타인지 대화법> 저자, 멘쉬커뮤니케이션 대표
Q.
안녕하세요. 10년의 직업군인 생활을 정리하고 있는 육아 초보입니다.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두면서 조금 울적해져서 그런지 남편과 아이에게 쉽게 화를 냅니다.
대화를 하면서도 욱하게 되고 남 말을 듣기보다는 내 감정이 앞서는 기분입니다.
그러니 관계는 나아지지 않고 아이도 제 눈치를 보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마음을 다해 부드러운 대화를 나눌 수는 없을까요? 어떻게 하면 ‘좋은’ 대화를 할 수 있을까요?
A.
‘좋은’ 대화란 무엇일까요? 후회 없이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다면 가장 긍정적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말을 하는 나 자신과 상대방, 대화의 목적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 와의 대화로 맑고 고요한 마음밭 만들기
대화 중 자꾸 욱하거나 감정이 앞서는 것은 나를 돌봐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신호입니다. 밝은 거울과 정지된 물 ‘명경지수(明鏡止水)’는 사념 없이 깨끗한 마음을 뜻하는데요. 맑고 고요한 마음 상태는 좋은 대화의 바탕이 됩니다. 가슴속에 분노와 원망, 슬픔이 가득 차 있으면 상대방의 말과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왜곡되어 다가올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말도 부정적으로 들리고, 칭찬도 비아냥거리는 표현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마음이 파도처럼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의도치 않은 날카로운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쉽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힘이 들고 눈물이 난다면 먼저 나 자신을 위한 휴식 시간을 가져주셔야 합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양가 가족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나의 몸과 마음이 온전해야 건강한 가정을 함께 이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꾸준히 ‘나’ 자신과 대화하며 마음을 들여다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요즘 들어 왜 자주 화가 나는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셀프 대화의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글쓰기’를 추천드립니다. 고요한 시간에 가만히 앉아 내 마음을 하얀 종이 위에 담아보세요. 가슴이 답답하고 서러웠던 날을 복기하며 일기처럼 써내려 가도 좋고요.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저 편안하게 나열해 보셔도 좋습니다.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마주하다 보면 미처 몰랐던 상처를 발견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는 날도 있으실 거예요. 내 마음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통해 딱딱하게 굳어있던 감정이 부드러워지고, 잊고 있던 오랜 꿈을 발견하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맑은 렌즈로 ‘상대방’의 눈과 마음 바라보기
나를 보듬어주는 과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투명해지면, 대화를 나누는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그의 마음을 함께 헤아려주는 쉼표의 자리가 생겨납니다. 이전에는 관심 있게 보지 않았던 남편의 흰머리도 눈에 들어오고, 엄마에게 혼이 나고도 다음날이면 웃으며 다가오는 아이의 해맑은 미소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지요. 이렇게 내 앞의 ‘사람’에 온전히 집중하면 상대방의 미숙한 말투 속에 가려진 진심이 가슴으로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미움이 사랑으로 변화하는 순간입니다.
대화의 종착지는 가족의 ‘화목’과 ‘행복’
집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싸움을 걸거나 일생일대 상처를 주기 위해 대화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남편분도, 아이도, 우리 어머님께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한마음으로 화목한 가정을 그리며 말을 건네실 거예요. 혹여나 오늘 내 표현이 근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람이란 완벽한 대화만을 나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는, 언제나 ‘사랑’이 담긴 말을 건넬 수 있습니다. 마음밭에 품고 있는 진심은 반드시 전달되는 덕분입니다. 어머님께서 아침에 가족을 깨워주는 손길, 잘 다녀왔냐고 바라봐주는 눈빛, 소파에 함께 앉아 있는 온기 등을 통해서요. 그러니 당분간은 소중한 나의 몸과 마음을 아껴주는 데 전력을 다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랜만에 취미 생활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한층 높아진 목소리 톤과 활짝 웃는 얼굴로 남편과 아이에게 인사를 건네게 되는데요. 이때 나를 바라보는 가족의 표정과 말투도 한껏 밝아져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내가 바라보는 모습 그대로 상대방도 나를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내가 변화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나도 살리고 상대방도 살려주는 사랑의 대화를 통해 가정에 행복이 넘쳐나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