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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체인저
도심 속에 자연환경을
조성하는 조경기사
방진수 예비역 육군 중사
조경은 아름답고 유용하며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문,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토지를 시공, 설계, 관리하는 예술이다. 차가운 도심 속에 풍요로운 자연을 구상하고 사람들이 그곳에서 휴식과 감동을 얻어가기를 바라는 조경기사 예비역 육군 중사 방진수 씨를 만났다.
글 양일석 사진 오철민 영상 황지수
여름이다. 땀구멍마다 스멀스멀 솟아오른 땀이 등줄기를 따라 한곳에 모여 흘러내린다. ‘지구온난화의 이유’나 ‘엘리뇨와 라니냐의 영향’ 같은 어려운 말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무더위는 해가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 여름 한낮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에서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나 보도블록 위를 걷다 보면 한 뼘의 그늘과 한 줄기의 산들바람이 간절히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이럴 때는 깔끔하게 인테리어가 된 카페에 앉아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폼잡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수목이 어우러진 곳에서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살랑이는 미풍에 몸을 맡겨 잠시 쉬어가는 것이 몸과 마음을 더욱 편안하게 만드는 길일 것이다. 도심 속으로 자연을 옮겨와 쉼터를 만들고 가꾸는 방진수 조경기사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저는 8년 조금 넘게 군생활을 하다 중사로 제대하고 현재는 아파트 건설을 위주로 하는 조경회사에서 공사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방진수라고 합니다. 주로 하는 업무는 현장 공정에 맞게 장비를 수배하고 도면을 보면서 수목을 식재하고 필요한 서류작업을 하는 등의 현장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경기사가 나무를 심고 시설물을 설치하면서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고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이 더 나은 삶의 질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일을 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상황들이 발생하게 된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물어보자 웃으며 답한다.
“입사하고 얼마되지 않아 아직 도면을 보는 것이 어색할 때 나무를 옮겨 심는 식재작업을 진행할 일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착각을 해서 정작 옮겨 심어야 하는 나무는 그냥 놔두고 멀쩡한 다른 나무를 옮겨 심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저야 잘못했으니 혼이 났지만 나무한테는 정말 미안하더라구요. 사람과 달리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린 나무에게 이사를 한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었을 테니까요.”
우리는 조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먼저 식물 그 자체를 생각하게 되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가 하는 일은 건설조경으로 설계를 하고 도면을 작성하고 또 도면대로 시공을 하는 건설에 가깝다. 군생활과 조경 관련 업무는 크게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데 조경일을 일찍 시작하지 않고 장기복무를 한 것에 후회는 없는지 물어보았다.
“군생활을 한 것이 결코 낭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건설조경은 절대 혼자 하지 못합니다. 항상 장비기사와 직접 현장에서 식재를 하고 시설물을 설치하는 반장님들의 도움을 받아야지요. 그러려면 사람들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제가 군생활을 하며 상관 앞에서 브리핑을 하거나 많은 병사들을 면담하며 그런 부분들이 많이 길러진 것 같습니다. 또 건설조경 자체가 군대조직과 비슷한 부분이 많습니다. 조경일도 군생활과 마찬가지로 업무가 일찍 시작하는 편이어서 보통 아침 6시 반에 출근해서 7시면 작업을 시작합니다. 또 야근도 많은 편입니다. 낮에 현장을 쫓아다니다 보면 늦게까지 남아서 각종 서류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맡은 일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개인 건강도 잘 챙기고 또 무엇보다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군생활을 하며 길러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갓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조경분야에서 향후 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물어보았다.
“지금도 조경에 관련된 자격증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말에는 식물원에 다니거나 조경이 잘 되어있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경험치를 쌓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20대에 군생활을 했고 이후 대학까지 다니면서 조경에서는 남들에 비해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조경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싶습니다. 목표는 3 ~ 5년 이내에 조경공사의 전반적인 내용을 배우고 싶고, 작지만 한 개의 조경공사현장을 책임지고 완벽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10년쯤 후에는 현장소장이 되어 제가 만든 공원이나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일에 감동을 받고 그것들이 모여 우리의 힘든 삶을 버티게 해준다. 그에게 살면서 가장 크게 감동을 받은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저는 작은 일에도 좀 크게 감동 받는 편이에요. 가장 큰 감동이 뭐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감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부모님은 제가 직업군인을 선택했을 때나 군생활 중 전역을 택했을 때에도 걱정이 많이 되셨을 것 같은데 별다른 말 없이 끝까지 저를 믿어 주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항상 믿는다는 말을 많이 해 주셨고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 저는 항상 올바른 길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 자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부모의 믿음은 자녀에게 자신이 그렇게 성장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훗날 방진수 조경기사가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며 영감을 얻고, 나아가 감동을 얻을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기를 기대하며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