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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더 잡
독자를 구합니다!
지식을 판매하는 사람들
책쾌 & 출판사 편집자
책은 시대가 변하며 현대인의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 같으면서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우리의 일상 풍경 속에서 책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책은 매우 귀한 물건이었다. 그렇다면 그 시절, 책을 다루는 사람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진 출처_국립중앙박물관
조선 후기에 등장한 서적 판매상
책쾌
조선 후기에 책이 상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책을 들고 돌아다니며 고객을 찾아 판매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들을 책쾌라 한다. 조선시대에는 책을 중시하면서도 상업을 멀리해 서점업이 발달하지 못했는데, 책쾌는 그 사이에서 활로를 찾고 책을 통해 지식을 전파했다. 책쾌는 가난하거나 형편이 어려운 양반가에서 절반 가격으로 책을 사 평소 소매에 넣고 다니다가 누군가 책을 구하면 제값에 팔아서 돈을 벌었다.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사람과 안면을 트고 교류하며 원하는 서책을 제공해 단골 고객으로 만드는 방식을 썼다.
여러 지식인의 책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책쾌였던 ‘조신선’은 대단한 정보력으로 희귀본이나 금서도 구해다 줄 수 있었으며, 저자나 권수 및 발간 시기 등 자신이 취급하는 책의 서지정보를 줄줄이 꿰는 박학다식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당시 책쾌가 유통하던 책의 값어치는 논을 두세 마지기 이상 살 수 있을 정도로 고가였다.
그러나 책쾌가 부를 거머쥐고 승승장구했던 것만은 아니다. 영조 때 금서인 ‘명기집략’ 유통 사건으로 수백 명의 책쾌들이 죽거나 유배당했다. 이 사건으로 책쾌의 활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으나, 명맥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책을 팔고 사는 거간꾼이라기보다는 책에 대해 박식했던 지식인이자 사명의식을 가지고 지식을 중개하는 사람들이었다.
책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모든 과정의 책임자
출판사 편집자
오늘날 책을 다루는 직업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출판사 편집자는 책이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인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총괄한다. 출판의 과정 중에서는 책을 홍보하고 판매해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홍보 마케팅 업무가 책쾌의 일과 가장 흡사하다. 그러나 책쾌는 책을 모아서 판매하는 것이 주 업무라는 점, 출판사 편집자는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업무까지 담당한다는 점이 다르다.
출판사 편집자는 출판 가능성이 있는 콘텐츠와 저자를 발굴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저자를 발굴하면 저작권 계약을 하고, 원고가 완성되기까지 관리 및 검토를 진행한다. 글을 읽기 좋게 다듬는 윤문과 교정·교열도 편집자의 몫이다. 이후에는 편집 작업이 이어진다. 글씨체, 디자인, 책의 판형 등을 논의하여 결정하면 책이 본격적으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책을 홍보하기 위한 카피, 광고 문구, 추천사, 보도자료 등도 편집자가 작성한다.
출판의 전체 과정을 총괄해야 하기에 출판사 편집자에게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다. 언어 능력이 뛰어나야 함은 물론이고 저자, 디자이너, 마케터, 그 외 외주작가들과의 의사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배경지식도 풍부해야 한다. 그만큼 편집자는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책이라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보람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