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my Life
리;스펙 히어로
뚜렷한 목표와 꿈을 이루기 위해 젊음을 아낌없이 투자하다
정홍기 예비역 해군 대위
어린 시절 사촌형의 새하얀 해군 정복에 반해 해군에 입대해서 7년여의 군 생활을 하고 지금은 초보 제빵사 및 예비 사업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예비역 해군 대위 정홍기 씨를 만났다.
글 양일석 사진 이명기영상 황지수
Interview
해군장교에서 제빵사로 변신
쇼핑카트를 끌고 대형매장을 돌아다니다가 후각을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면 여지없이 매장 한 켠에 위치한 베이커리를 발견하게 된다. 갓 구워낸 빵 냄새는 허기의 정도와 상관없이 강력하게 침샘을 자극한다. 홀린 듯이 발걸음을 옮겨서 진열되어 있는 먹음직스러운 다양한 빵들을 구경하다 보면 문득 빵집 사장님이 한없이 부러워지곤 한다. 하지만 진열장과 달리 그 뒤편의 빵을 반죽하고 구워내는 곳은 또 하나의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각기 다른 재료와 모양의 빵이 쉼 없이 빚어지고 저마다 다른 온도와 시간으로 오븐에서 구워지기에 잠시도 쉬거나 다른 생각할 틈이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쉼 없이 손을 놀리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 정홍기 씨에게 몸 담았던 군대를 나와서 제빵 일을 시작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같이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 누나와 매형의 권유가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일하는 이 매장은 원래는 누나와 매형이 운영하던 매장이었습니다. 누나랑은 어렸을 적부터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친구 같은 사이였기 때문에, 평소에도 자영업에 대한 꿈과 전역에 대해서도 얘기를 많이 나눴었는데요. 제가 전역을 결심한 이후, 같이 일을 해보며 경험을 쌓아보지 않겠냐는 권유로 현재까지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음식에 관심이 많았고,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요식업에 대한 거부감 없이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과점에 더해 피자가게까지 진출
“전역을 결심하고, 곧 바로 사전준비를 했습니다. 우선 기초라 할 수 있는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했는데요, 전역 준비 당시에는 매형이 빵집만 운영했기 때문에 곧바로 전직지원제도를 활용하여 제과제빵 자격증 취득에 몰두했습니다. 다행히 아슬아슬한 점수였지만 한 번에 붙었고요, 그 이후에는 주말 또는 휴가를 활용해서 잠깐씩 일을 도와주며 경험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전역한 후 매형이 따로 피자가게를 차려서 지금은 누나와 제가 같이 일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기 쉽지 않고, 전역을 하자마자 하루종일 비좁은 베이킹 룸에서 생활하다 보면 어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닐텐데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보았다.
“빵이라는 음식이 직접 만들다 보니 굉장히 어렵습니다. 예로, 날씨, 습도 등 많은 변수에 따라 발효 시간, 오븐 온도, 굽는 시간 등이 모두 달라져 손도 많이 가고 신경도 많이 갑니다. 짧지 않은 군 생활에 대한 영향인지 항상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기 때문에 매일 반죽과 씨름하며 경험하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제도 순간 잊어 빵을 태워먹었습니다. 이제 일을 시작한 지 1년 차가 돼가는데 아직도 매일 같이 혼나고 있습니다.”
일반 제과점과 달리 대형 쇼핑몰 안에 입점해 있어서 그런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매장을 방문해 빵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빵을 만들어야 할 텐데 하루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아침 7시 기상해서 8시까지 출근을 합니다. 그리고 12시 30분까지는 부지런히 빵을 구워내죠. 식사를 하고 1시부터 6시까지 다시 빵을 반죽하고 구워내는 일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퇴근을 하고 나면 다시 매형이 운영하는 피자집으로 이동해서 10시 30분까지 매형을 도와 피자집에서 일을 하다가, 11시에 퇴근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이틀을 제외하고는 따로 쉬는 시간 없이 쳇바퀴 돌 듯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나만의 브랜드를 준비하는 사업가로 변신 중
어느 정도 부지런하게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연애도 하지 못할 정도로 쉴 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법하다.
“최근엔 누나, 매형, 저 셋이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번엔 프랜차이즈가 아닌 우리가 우리의 힘만으로 직접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였지만, 지난 일 년 동안 서로가 서로를 이끌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합을 맞추다보니 공통의 목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목표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만, 지금처럼 서로를 보듬고 독려하며 나아간다면 빠른 시간 안에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목표는 저도 저만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인데요, 이 목표는 좀 제쳐두고 있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군생활을 하며 제가 겪어보지 못한, 사회에서 겪어볼 수 있는 수많은 경험들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마, 향후 10년 안에는 번듯한 회사의 임원이자 사장으로서 평범하지만 특별한 삶을 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진 젊음을 아낌없이 꿈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정홍기 씨에게 동시대를 살아가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 저는 항상 무언가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마다 제가 상황에 이끌려가는 것보다 스스로 선택해서 가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군생활 중에도 장기지원을 할 때와 전역을 할 때에도 선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해 많은 선택지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을 했습니다. 현재도 항상 흐름에 이끌려가기보다는 제가 그 흐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전역을 앞둔 후배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어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 주도적으로 행동한다면, 그 끝이 어떨지는 몰라도 최소한 후회는 없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남들의 시선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과거의 지위에 자아도취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