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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my Life
굿 JOB 굿 LIFE

반짝반짝 빛나는 국가보훈부

차민혁 예비역 육군 중사

2023년 제대군인 리스타트 챌린지 수기 공모전 장려상(요약본)
*2024년 제대군인 취· 창업 성공수기 공모(~ 7월 19일까지)

굿 JOB 굿 LIFE

국가보훈부 서울지방보훈청 청사 건물 전체의 환경위생(화장실·사무실·복도 청소 등) 업무를 맡은 지도 어느새 3년 차가 되었습니다. 전역 후 새로운 취업 도전에 멋지게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 소중한 국가보훈부! 이제는 제가 보훈부를 매일 반짝반짝 빛나게 청소하는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육군 이등병에서 부사관으로 그리고 사회로
고등학생 2학년 때인 2002년 월드컵 시절, 아버지께서는 한국인 근로자로 평생 일하신 의정부 주한미군 부대에서 국방 개혁 및 전작권 전환 이슈로 인해 정규직에서 조건부 계약직으로 신분이 바뀌었고, 어머니는 지병인 허리 디스크 악화로 수술 후 잘 걷지 못하게 되자 집안 분위기는 사뭇 어두워졌습니다.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4강에 진출한 기쁨이 잠시 제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었지만,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어 광주비행장으로 홀로 전출 가는 기러기 아빠의 무거운 발걸음과 넉넉지 못한 형편에 천만 원에 달했던 어머니의 병원비는 외아들인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군에 입대하게 되는 사연이 되었습니다.
저는 만 19살 되던 해 여름에 육군 이등병으로 자원입대하였고, 군대 생활은 당시 어려웠던 집안 문제를 잊고 지내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나름대로 군 생활에 적응한 저는 상병 계급을 달고 현역 부사관 지원 장려금을 받아 육군 하사로 임관하였습니다. 그리고 첫 휴가 때 은행에 들러 통장에 입금된 장려금을 모두 출금해 와서 병상에 누워계신 어머니 허리 밑에 봉투를 슬며시 넣었습니다. 직업군인을 지원하고 받은 이 돈이 틀림없이 어머니의 허리를 빨리 낫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주중엔 부대 일을 하고 주말엔 사이버대학에 다니며 생활했던 20대 초·중반 군대에서의 시간은 어느덧 5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다행히 다니던 직장에서 다시 정규직으로 복귀하셨고, 어머니의 허리도 상당히 회복되며 집안 사정이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20대 후반에는 사회로 진출하여 나름의 역할을 하고자 전역지원서를 제출하였고, 그간 모았던 돈으로 평소 생각해 둔 사업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창업과 폐업,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저의 첫 사업 분야는 군 생활 중 취미로 배웠던 기타(및 악기류)를 파는 악기점이었습니다. 사무실을 얻고, 각종 물품을 나르기 위한 차량도 사고, 마음이 맞는 동업자도 구하고. 자신 있게 시작한 사업은 여러 가지 피치 못할 사정으로 그만 1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의욕만 앞섰던 저는 상권 분석도 잘 몰랐고,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알아보지 않은 채 군에서 모은 돈과 경험으로만 사업을 하려 했으니 당시 1년을 버틴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당차기도 했고 무모하기도 했던 좌충우돌하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손에 남는 것이 없었던 1년여간의 사업을 정리하며 저는 저 자신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과연 사업에 유리한 적성과 체질을 갖추고 있는가? 군 생활처럼 일종의 직장 생활이 내게 더 알맞지는 않을까? 28살에 사회복지사 자격증 하나뿐인 내가 취업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학창 시절 특출난 공부 머리를 타고나지는 않았지만, 군 생활 및 사이버대학 공부 등 주어진 일과에 나름대로 성실하게 임했던 과거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화려하거나 큰 규모의 일이 아니더라도 분명 제 능력에 맞는 일은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긴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은 직장 생활도 제게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센터 상담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계약직 자리긴 하지만 보안요원 채용 공고가 하나 나왔는데요. 관공서라 익숙하기도 하고 적성에도 잘 맞을 것 같은데 한번 지원해 보시겠어요?”
저보다도 취업을 더 고대하는 목소리로 연락을 주신 상담사님의 취업 알선 전화에 저는 제대군인지원센터 워크숍 때 배운 대로 이력서를 제출하여, 면접을 보고 고용노동부 지청 산하 고용복지센터에 계약직 보안요원 근로자로 채용되었습니다.
청사 인원 및 시설 보안요원직은 체력이 요구되는 일이라 퇴근 후 헬스장을 다니며 6개월 동안 정말 보람 있게 일했습니다.
제대군인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저는 내친김에 정규직에도 도전하고 싶어 퇴근한 후에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를 전담할 위생직 공무원을 모집하였는데 체력과 성실성에 자신 있었던 저는 위생직 공무원에 먼저 지원하여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계약직으로 일하던 도중에 정규직 합격까지 성공하게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위생직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
한차례 실패를 겪으며 어렵게 성공한 취업이었기에 사무 업무가 아닌 청소 업무라도 더없이 좋았습니다. 많은 제대군인분이 익숙한 사무직 업무 위주의 취업을 구상하는 편이지만, 먼저 자기 적성을 고려한 뒤 다각도로 인식을 전환한다면 저처럼 현장직으로 진출하는 길도 많이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개 몸을 쓰는 직업은 그때마다 일이 깔끔하게 끝나는 편이며, 항상 자신의 건강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유지하게끔 신경 쓰게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청소 분야로 입직한 김에 아예 청소 전문가가 되기로 마음먹고 첫 출근을 하였습니다.
과거 창업에는 비록 한 번 실패했지만, 사회에서 새로운 제2의 취업 인생을 살게 해준 국가보훈부에 늘 고마워했던 저의 마음이 닿아서였을까요? 서울대가 법인화되며 공무원으로 남기를 원했던 저는 다른 국립대를 거쳤다가 위생직의 퇴직 결원이 발생한 서울지방보훈청으로 전입을 지원해 근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서울지방보훈청에는 매일 수많은 보훈가족께서 방문하십니다. 유공자와 유가족, 참전 용사, 보훈 대상자, 그리고 저와 같은 제대군인 등의 방문객들은 각양각색 사연의 이야기를 갖고 오시며 방문 목적도 다양합니다. 국가보훈부는 그분들께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혜택을 생생하게 받은 한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구석구석 세심하게 청소하는 이유
많은 민원인이 보훈부를 방문하실 때 그분들의 품격이 더욱 빛나도록 저도 이른 아침부터 청사 건물을 깨끗이 쓸고 닦습니다. 특히 고령자분이 많이 방문하시기에 현관이나 화장실 바닥은 수시로 물기가 없게 마른걸레로 닦아내고, 용모가 잘 보이시도록 거울도 잘 닦아 놓습니다. 제복을 입은 영웅들께서 레드카펫을 밟는다는 느낌으로 현관과 복도는 왁스 칠한 바닥이 반짝임을 잃지 않도록 신경 써서 닦습니다. 물기를 꽉 짜낸 수건으로 계단 핸드레일을 쭉 닦아 내려오며 민원인분들을 미소로 맞이합니다. 행여 냄새가 날까 봐 쓰레기통도 자주 비우고, 세면대 안쪽, 정수기 얼룩, 창틀 턱처럼 구석진 부분도 꼼꼼히 청소합니다. 존경하는 보훈가족분들로부터 청소가 깨끗하게 되었다고 칭찬을 받으면 정말 큰 힘이 납니다. 간혹 어르신 민원인께서 대·소변기 주변에 실수하실 때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얼른 청소하면 되니까요. 그보다 부디 많은 어르신께서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보훈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높아진 위상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을 예우하고 지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대군인지원센터에서 가치 찾기를 기원
먹먹한 안갯길 한가운데에서 보훈부의 도움을 받아 청소 분야로 취업하고, 운명처럼 보훈부에서 근무하게 된 저의 최종 목표는 정년퇴직한 후 청소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청소가 필요한 곳에 위생적으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유쾌히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도 언젠가 퇴직하겠지만, 그때에는 꼭 성공한 창업주가 되어 다시 한번 제대군인지원센터를 방문하여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제대군인 멘토링 자격을 갖춘 당당한 선후배 멘토이자 관련 분야 멘티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제대군인으로서 취업과 창업을 모두 겪어보았는데, 다시 생각해 보면 둘 다 정말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군 특성상 사회에 필요한 역량과 다른 특수한 환경의 업무를 하기에 전역한 후 취업하기까지 꽤 오래 걸렸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 없이는 민간 회사와의 접점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창업 또한 사전의 철저한 전략 수립과 행정·재정적 지원 없이는 시도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며, 알아야 할 것과 배워야 할 것도 많아 사회생활 초보자가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도 경험해 보았습니다. 중·장기 복무 군인으로 헌신하다 사회로 복귀한 자랑스러운 제대군인을 위해 마련된 제대군인지원센터의 각종 지원 제도 말입니다. 센터 상담사분들은 취업 분야와 창업 분야의 베테랑 조력자로서 제대군인을 힘껏 도와주고 계십니다. 모든 군인은 언젠가 사회로 복귀하지만, 그때 제대군인지원센터가 큰 힘이 되어준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모든 선후배 제대군인분의 앞길이 국가보훈부와 함께 각자의 소중한 가치로 반짝반짝 빛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본 수기는 개인의 경험으로 정부 정책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본 수기는 지면 관계상 내용이 다소 요약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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