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業 VISION
라이프 체인저
산소 같은 바닷가에서
모래를 만지다
휴식 같은 불멍~
캠핑+피크닉= 캠프닉의 세계
서경규 예비역 육군 중령
인문 지리학자인 이푸 투안은 《공간과 장소》(1977)에서 공간에 경험과 애착이 스며들면 비로소 장소가 된다고 하였다. 어쩌면 삶이란 낯선 공간에서 익숙한 장소로 옮겨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21년간 군(軍)에서 머물다바다로 떠난 솔저는 그곳에서 어떤 공간을 발견하였을까? 예비역 육군 중령 서경규의 캠프닉장은 언제 장소로 변해 가고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는지 머물러 보았다.
글 장창수 사진 오철민 영상 황지수
우주의 중심으로 돌아온 제대군인
“캠프닉이 뭐예요?”
이달의 라이프 체인저에게 제일 먼저 물은 말이다. 세상이 빨라지고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문화가 등장한다. 그렇다고 이 새로움 앞에서 당황할 필요는 없다. 차근차근 라이프 체인저의 설명을 들으면 된다. 캠프닉은 캠핑과 피크닉의 합성어로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여가 트렌드이다. 당일 개념의 피크닉인데 캠핑의 감성까지 누린다. 아침 일찍 몸만 와서 텐트 체험, 모래놀이를 하고 타닥타닥 불멍까지 만끽한 다음 홀연히 돌아가도 된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서 창원 지역의 아름다움을 재구성하고 싶었습니다. 어촌관광 콘텐츠를 더해서 공간대여업을 창업한 이유입니다.”
돌아온 솔저(soldier) 서경규 예비역 중령은 남쪽 바다가 있는 창원으로 돌아왔다. 창원시 구산면의 한 바닷가 공간을 꾸며 캠프닉장 ‘오투씨’를 창업했다. 오투씨는 산소 같은 바다라는 뜻. 지금은 입소문을 타고 은근 명소가 되어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캠핑 사이트에 프리미엄급 트레일러와 수영장도 갖추고 있으며, 모래놀이장, 조개체험장, 바비큐 파티장, 불멍 시설 등이 있다. 아이들이 이 공간에 뛰어들면 곧바로 자기만의 장소를 만든다.
레바논 파병 당시 군수과장을 지내는 등 폭넓게 세상을 누볐던 라이프 체인저. 그는 왜 창원으로 돌아왔을까? 여기서 우리는 이푸 투안의 이론으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세계 어느 곳이든 사람들은 자신의 고향을 세상의 중심으로 본다는 것이다. 투안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도 장소가 될 수 있는데, 가장 근원적인 생명의 장소는 바로 어머니이다. 창원은 서경규 예비역 중령의 고향이며 어머니가 살고 있는 곳이다. 그가 돌아온 곳은 우주의 중심이다.
중령의 아내는 든든하다
“저는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일까? 이 한마디 속에는 우주의 별들처럼 무수한 의미가 묻어 있다. 캠프닉장은 물 관리, 시설 관리 등 필요한 손길만 주면 되므로 시간이 넉넉할 거라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캠프닉장 2층에는 따로 장소를 만들어 어머니를 모시고, 1층에서는 고객을 위해 긴요한 손길을 나눈다. 그러고 나서 라이프 체인저는 또 다른 일들을 챙기러 떠나는 것이다. 그와 함께하는 짧은 시간 동안 삶을 이렇게 살뜰하게도 살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른 새벽, 그는 주상복합 건물의 환경미화원으로 변신한다. 예비역 육군 중령이 청소를 한다고? 게다가 해가 뜨면 (주)아쿠아넷의 영업 사원으로서 사료 배달도 한다. 이 일들을 다 마치면 다시 자기 사업자로 돌아온다. 공간대여 사업 외에도 다양한 어촌관광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그는 정녕 행동하는 기획자이다. 문득 대비적으로 마르케스의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1961)가 떠올랐다. 더 정확하게는 가련한 대령의 아내가.
“전국에는 112개소의 어촌체험 마을이 있어요. 대부분이 인구 고령화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거든요. 그래서 오투씨(주)는 이러한 어촌에서 활기찬 어촌관광 콘텐츠를 개발해 전파하고 싶습니다. 현재까지는 6개 마을과 연계하고 있죠. 체험 마을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만개, 편지(결과)가 오게 하는 것
꿈은 막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라이프 체인저는 전역하기 2년 전부터 미래를 준비하였다. 바다를 좋아해서인지 마지막 직업의 선택으로 어촌에서 역할을 하리라 스스로 다짐하였다. 수산업 비전공자였으므로 귀어귀촌 교육을 160시간 받았고, 5개월간 흰다리새우 양식 과정에서 실제 사육을 해 보기도 하였다. 생각하고 준비하고 동시에 행동하는 것. 막연히 편지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먼저 뛰어들어 움직이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작년에는 정부지원 사업에도 두 번이나 채택되었고요, 올해는 좀 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이 나타나서 희망적이기도 합니다.”
지면을 빌려 그가 말한 멘토들의 소중한 이름을 적기로 한다. “창원, 남해, 통영 등의 어촌계장님들. 지역 청년회 원로분들. 아쿠아넷의 대표 서윤기 박사님. 미래수산 TV 엄주태 대표님 등” 이분들의 이름을 굳이 기리는 것은 라이프 체인저에 대한 필자의 작은 응원일 따름이다. 지역과 융화하고자 하는 뜻이 좋으므로 도와주는 이들이 계속 늘어나는 듯하다. 이달의 라이프 체인저는 우주의 중심으로 돌아와서 끝내 어디로 가려 하는가?
“저는 어촌을 배경으로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어촌관광 기업으로서 공감을 얻는 순간이 온다면 그것이 제 삶의 만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땐 여러 사람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겠지요. 편지는 기다리는 게 아니라 오게 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