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業 VISION
라이프 체인저
삶은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
막이 바뀔 때마다 변화하고 성장하는 기관사의 꿈
박상균 예비역 공군 대위
스토리 컨설턴트인 크리스토퍼 보글러는 모든 성공한 스토리는 영웅의 여정이라고 하였다. 일상 세계의 여행자는 소명을 받고 관문을 통과한다. 이때 적대자와 조력자를 만나고 심연을 경험한다. 그리고 한껏 성장한 모습으로 처음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온다.
삶의 이야기는 12단계 3막으로 구성된다. 철도기관사로 변신한 예비역 공군 대위의 2막, 3막은 어떻게 펼쳐질까?
글 양일석 사진 오철민 영상 황지수
철도기관사의 일과
“아빠, 꼭 돌아올게.”
이 말은 이달의 라이프 체인저가 들려준 가장 인상적인 대사 였다. “I’ll be back.” 이 말을 남기고 사라진 어느 영화의 캐릭 터와는 사뭇 다르다. 전역 후 인생의 새로운 막을 준비하던 예비역 공군 대위 박상균. 그가 철도기관사가 되기 위해 최 종 면접을 가던 날, 태어난 지 50일도 되지 않던 딸에게 남긴 인사말이다. 저 짧은 말 속에는 애타는 진심이 숨어 있다. ‘꼭’ 과 ‘돌아올게’ 사이에 ‘합격하여’라는 말이…. 그는 돌아왔고 철도기관사가 되었다.
가장은 가족과 함께 움직이지만 기관사는 승객과 안전을 공 유한다. 삶은 움직임이고 우리는 매일 어디론가 떠났다 돌아 온다. 한국철도공사 수도광역본부 구로승무사업소에서 근 무하는 그는 철도기관사의 일과는 3단계로 구성된다고 말 한다. 보글러의 말같이 대부분의 스토리가 3막으로 이루어 진 것처럼.
“철도기관사의 세계는 형식과 절차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1단계로 운행 계획을 확인하는 단계가 있어요. 전체 일정을 파악하고 정확한 시간에 출근해야 하죠. 다음은 적합성 검 사를 하는데, 음주 여부, 컨디션 확인 등을 말해요. 상황실에 서 운행 구간 내 주의할 지점 등을 체크하고 팀장님께 교육 을 받습니다. 이후 운용실의 팀장님께 출무 인사를 함으로써 2단계가 완료됩니다. 마지막은 계획표대로 안전하게 운행하 는 것인데요. 최종 운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운용팀장님께 보 고함으로써 전체 일과가 종료됩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
우리의 삶은 수많은 변화 속에 있다. 그러다 보니 변하는 것 이 마치 기본 속성 같다. 그래서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는 대 사가 나왔을까? 이달의 체인저 역시 그 점을 인정한다. 하지 만 변하는 것들 속에서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며 강 조하였다. “기관사의 업무는 일단 운행이 시작되면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열차가 출발하면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 지 않는데 ‘안전의식’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기 때문” 이라고 덧붙였다.
움직이는 열차의 기관사는 늘 선로, 신호, 철도차량, 승객 등 을 살핀다. “하루는 운행 중 반대편 승강장에 안전문이 열려 있는 걸 발견해 조처했다”라고 하였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 의 반대쪽에도 언제나 사람들이 있다. 안전문의 작동 변이는 곧 위험 요소이므로 놓칠 수 없다.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사 항들은 기관사의 적대자인 셈이다. 반면에 가족은 가장 든든 한 조력자이다. 뿐만 아니라 선로 유지, 신호 관리, 승객 흐름 등에 힘쓰는 많은 분들도 그를 돕는다.
변하는 것은 삶의 디테일이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삶의 궤도이다. 달리는 열차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은 기관사의 소명. 영웅은 위대해 보이는 일을 하는 자가 아니라, 소소해 보이지만 긴요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각 자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역할을 다할 때, 그 소영웅(小英 雄)들의 힘이 모여서 우리 사회가 움직인다. 평화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날마다 무심코 타고 다녔던 전철에도 이름 모를 어느 영웅의 노고가 있었던 것이다.
인연 그리고 행복론
스토리는 우연히 시작된다. 개연적으로 이어지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필연으로 끝나곤 한다. 이달의 체인저 역 시 우연히 닿은 인연이 소중하였다고 회상한다. 대학 졸업 후에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선배가 있었는데 우연히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메신저로 연락이 닿았다. 대화 중에 무심 결에 나온 말이 기관사였다는 것. 이후 아내를 만나고 다시 딸을 만나게 되는 등 그 모든 인연이 삶의 키워드를 발견하 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 모든 인연에 감사하다고.
인연… 그것에 대한 고마움… 이런 것들은 필히 행복으로 이 어졌으면 좋겠다. 행복이 무엇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에 ‘어떤 상태’라고 대답해서 적이 놀랐다. 대개 무엇을 가져서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달의 체인저는 나 자신의 어떤 상태가 행복이라고 피력하였다.
“어떤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나 자신의 상태가 행 복 아닐까요? 나와 가족, 그리고 여러분 모두가 건강하고 근 심 없는 상태에 있다면 매일이 활기차고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