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業 VISION
라이프 체인저
새로운 주거공간을 창조하는
KD인테리어
신유성 예비역 육군 중사
도배, 장판, 바닥재 공사는 신축 하우스나 아파트, 주택 리모델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다.
얼핏 보기엔 단순하고 반복되는 고된 작업이지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했던가 세상사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창의적이고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예비역 육군 중사 신유성 씨를 만나보았다.
글 양일석 사진 오철민 영상 황지수
우리나라 동해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통일전망대의 도시 강원도 고성에서 KD인테리어라는 상호명으로 매장을 열고 도배, 장판, 바닥재, 블라인드 시공 및 판매를 하고 있는 신유성 씨를 만났다. 전역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취직이 아닌 창업을 택한 계기를 물어보았다.
“아버지의 영향이 컸죠. 제가 호기심이 많아서 전역 후 영업직, 물류회사 등 여러 가지 경험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전역한 후 2년 정도 지나서 아버지가 문득 이 일을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시더라고요. 아버지는 강원도 고성에서 30년이 넘게 이 일을 해오셨고 저도 중 ·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를 도와서 일을 했던 터라 어렵지 않게 결심하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공정 중에서도 도배와 장판은 그 자체가 마감재이기에 타 공정과 달리 자재를 다룰 때도 훨씬 조심해야 하고, 이물질이 묻어 오염되거나 긁히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작업도 아주 꼼꼼히 해야 한다. 어렸을 때 시간이 나면 틈틈이 아버님을 돕던 것과는 달리 어엿한 성인이 되어 점포를 내고 직업으로서 일을 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을 텐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 직업의 장단점과 전망은 어떠한지 궁금했다.
“먼저 장점을 말씀드리면 수요가 꾸준히 있어 기술만 익히면 나이가 들어 은퇴할 걱정없이 평생직업으로 삼기에 적합합니다. 일만 꾸준하다면 보수도 높은 편입니다. 허나 단점으로는 주로 칼이나 공구들을 다루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고 장판 같은 경우는 무게가 굉장히 무겁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또 천장 도배를 할 때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전등 같은 것들을 다 떼어내고 시공을 해야 하는데 전선에 의한 감전 위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하는 일이다 보니 주의할 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점은 홍보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초기에는 시공 사례가 적고 내 가게를 아시는 분들이 적기 때문에 고객 확보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홍보와 자기PR을 계속 해야 합니다. 그리고 원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하자에 의해 보수하게 되는 경우에는 해당 공사가 적자가 될 수 있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
사무실에서 문서를 앞에 두고 하는 일과 달리 현장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 예기치 못한 많은 에피소드들이 생겨난다. 재미있는 일보다는 당황스러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지만. “해안가 절벽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등대가 나옵니다. 며칠 전 그 등대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연휴 때 자손들이 방문을 하니 그 전에 꼭 도배, 장판을 해달라고 하시더라구요. 집주소를 검색해보니 차로는 갈 수없는 곳이었습니다. 등산로를 따라 산꼭대기로 올라가야 하는 집이었습니다. 할머니와 상의하여 시공 날짜를 잡고 시공하러 가는데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우비를 입고 장판을 들쳐메고 등산로를 따라 걷는데 비도 많이 오고, 길은 미끄럽고, 장판은 무겁고, 중심은 잡기 힘들고, 허벅지는 터질 것 같았습니다. 바닥이 온통 진흙이어서 장판이 더러워질까 봐 바닥에 내려놓을 수도 없었습니다. 쉴 때에도 무릎을 꿇고 그 위에 장판을 올려놓았습니다. 장판의 경우 원가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내 몸이 부서질지언정 장판을 살려야겠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비와 땀에 온몸이 젖었지만 결국 무사히 시공을 마쳤습니다. 그날은 저에게 너무 힘든 하루였지만 자손들이 다녀간 뒤 할머니께서 전화로 감사인사를 하실 때는 충분히 보상을 받은 것 같았습니다.”
아직 젊은 나이에 기술도 뛰어나고, 매장도 가지고 있고 또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라 충분한 인맥도 가지고 있는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했다.
“ 현재는 도배, 장판, 블라인드, 바닥재 시공을 중심으로 개인 사업자로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내건축공사업 법인설립입니다. 지금처럼 일을 하며 공부를 병행하여 향후 건축목공, 실내건축, 건축도장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아가 법인을 세워 한 곳에서 종합적인 인테리어를 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현장에서 벽지 도배 작업을 하다 잠시 시간을 내었기에 인터뷰가 끝나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 반복되는 단순 작업이 지루하지 않냐고 물어보자 그는 이런 답을 했다.
“저는 이 일이 너무 재미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단순한 육체 노동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제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소중한 생활공간을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우리가 청소만 조금 해도 주변이 깨끗해지면서 기분이 좋은데 칙칙한 시멘트벽과 바닥이 작업을 끝내고 나면 정말 멋지고 깔끔한 공간으로 변하니 얼마나 보람이 있습니까. 또 벽지나 바닥재는 그 소재와 디자인이 너무나 다양하고 이를 원하는 고객들도 취향이 다 달라서 날마다 창의적인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죠.”
인터뷰를 마치고 또 하나의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러 서둘러 현장으로 향하는 신유성 씨.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행복의 비결은 좋아하는 일을 해서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이다.’라는 영국시인 제임스 베리의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