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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체인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퓨전떡 연구소 ‘아이엠떡’
김태언 예비역 해군 중사
“어흥!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해님달님’의 이야기를 보면 우리 조상님들은 얼마나 떡을 좋아했던지 그 무서운 호랑이도 당연히 떡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나 보다. 오죽하면 가장 편안한 일을 칭할 때 ‘누워서 떡먹기’라고 할까? 하지만 세월따라 많은 것이 변해가듯 떡이 차지하던 자리는 다른 먹거리들에 하나둘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되었다. 전통떡의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퓨전떡 연구소의 김태언 예비역 중사를 만나보자.
글 양일석 사진 오철민 영상 황지수
갖가지 색깔과 모양의 앙증맞은 떡들이 매대 위에 놓인 진열장 속에 먹음직스럽게 개별포장되어 놓여있다. 동네시장에서 흔히 보는 떡집 분위기가 아닌 제과점에 진열되어 있는 다양한 빵과 쿠키를 보는 느낌이다. 매대를 지나 떡집 안쪽으로 들어서니 하얀 위생 모자와 하얀 마스크를 끼고 하얀 앞치마를 두른 채 떡을 만드는 곳에서 분주히 돌아다니며 작업에 한창인 김태언 사장이 보인다. 멀리서 바라보니 문득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가 연상된다.
삼십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떡집을 운영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원래 이곳은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전통떡을 만드는 떡집이었어요. 저는 떡집을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었죠. 해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며 저의 길을 가고 있었는데 아버님이 건강이 안 좋아지셨어요. 그때 심각하게 고민을 해 보았는데 떡이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 해오던 것처럼 전통떡을 만들어서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군생활 5년 차에 전역을 하고 전국의 떡집을 돌며 새로운 떡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연구하는 수련기간을 거쳤죠. 그리고 2020년에 상호를 아이엠떡으로 변경하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퓨전떡을 개발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개발해서 판매하고 있는 떡은 모두 59가지 종류인데 지금도 계속 새로운 떡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편의점이 없던 시절 새벽에 골목을 나서면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곳이 목욕탕과 떡집이었다. 그만큼 떡집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찍부터 바지런도 떨어야 하고 떡을 만드는 과정에 체력도 많이 소모된다. 하물며 지금은 그 가지수가 59가지나 된다고 하니 각각의 떡마다 만드는 공정도 다 다를텐데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많이 바쁘죠. 떡의 종류도 많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떡과 주문받은 떡을 모두 만들어야 하니까요. 저희는 온라인으로 들어오는 주문이 거의 대부분이라서 보통 아침 5시에 출근해서 오전 시간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떡과 전날까지 주문받은 떡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택배로 발송해야 하는 물건은 발송을 합니다. 보통 7시 ~ 8시쯤 되면 매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떡이 나옵니다. 중식 후 오후에는 다시 오전 시간 동안 주문이 들어온 떡을 작업해서 발송합니다. 워낙 체력적으로도 힘든 부분이 있어서 7시쯤 퇴근하면 헬스장에 가서 몸을 만듭니다. 취침은 보통 11시쯤 하고요. 일요일 오후만 휴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은 평상시에 그렇구요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되면 밤샘은 기본이죠. 휴식은 생각도 못합니다.”
떡집을 시작하기 전 부모님의 가게를 놔두고 전국을 돌며 떡을 만드는 방법을 배운 이야기나 힘든 일과 중에도 체력단련을 위해 매일 헬스장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작은일 하나도 허투루 하지 않는 성격이 배어난다.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는 만큼 그가 만드는 떡의 제조과정도 믿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떡을 만들 때는 항상 제 가족들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재료를 엄선하고 만드는 과정에서도 정성을 다하려고 노력합니다. 먹거리이다 보니 특별히 위생에 신경을 써서 모든 제품을 철저히 개별포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쁘고 분주하게 일을 하면 어디에서 즐거움을 찾을까 궁금해진다.
“즐거움이요? 저는 지금도 떡을 만들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떡을 만드는 그 자체도 즐겁고, 새로운 떡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도 즐겁고, 또 제가 만든 떡을 먹고 맛있어 할 고객분들을 생각하는 것도 즐겁습니다.”
떡에 둘러싸여 하루종일 떡만 생각하는 그는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궁금해졌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새로운 떡을 계속 개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전 세계에 우리나라의 전통 디저트인 떡을 알리고 싶습니다. 나아가 이탈리아의 마카롱이나 영국의 샌드위치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며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저만의 떡을 만들고 싶습니다.”
젊고 야무진 떡집 사장님의 당찬 목소리가 결코 공허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떡집을 운영하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짧은 기간에 이룬 그의 성과 때문인 것 같다. 떡을 좋아하던 떡집아이에서 전통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세계에 널리 알리는 주인공으로서의 김태언 사장의 미래에 힘찬 응원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머지않아 사회에 합류할 예비 제대군인들에게 당부의 말을 부탁했다.
“각자 저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역 후 바로 시작할 일이 아닌 인생의 큰 그림을 먼저 그려보시길 바랍니다. 큰 그림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그리다 보면 준비해야 할 일의 우선 순위가 정해지고 전역 후 먼저 해야 될 일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 전직지원 기간을 이용하여 그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몸소 실천 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