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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처방전
송향버섯 –
신의 식탁에서 인간이 훔친 비밀의 음식
천명훈 예비역 해군 중사
모두가 달려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도 주변 사람들을 따라잡으려, 뒤쳐지지 않으려, 턱까지 차오른 숨을 참아내며 달리고 있다.
어느 날 문득 의구심이 들어 멈추어서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은 어디를 향해 있는 걸까? 나는 왜 달려가는 걸까? 열심히 달리던 트랙에서 내려와 천천히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귀농 2년 차 예비역 해군중사 천명훈 대표를 만났다.
글 양일석 사진 황지수
Mentee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Mentor
해군 항공 6전단에서 직별은 항공조작이었고 그중 음향조작사였습니다. 9년 5개월 정도 근무하고 중사로 전역하였습니다. 지금은 영천 임고에서 ‘몬스터농부’라는 상호로 송향버섯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송향버섯은 송이와 표고를 합쳐 놓은 버섯으로 송이향이 나고 고기 식감에 표고의 영양까지 함께 가지고 있는 버섯입니다.
Mentee
귀농 후 버섯농사를 하고 계신데 전역을 하실 때 귀농을 염두에 두셨나요?
Mentor
아니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 일을 하기까지 많은 일들을 겪어왔습니다. 처음에 전역을 결심한 이유는 보쌈집을 차리기 위해서 제대를 했습니다. 2001년도 초봉이 98만원이었는데 제가 10년이 조금 안되는 기간 동안 모은 돈이 1억 3천만 원이었으니까 정말 열심히 모았죠. 그 돈으로 보쌈집을 차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집안에 일이 생겨 돈을 써버려서 시작도 못해봤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일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꿈을 찾아주는 동기부여 리더십 강사를 2년 동안 하게 되었습니다. 일은 재미있고 보람도 느끼고 좋았지만 회사대표를 잘못 만나서 열정페이로 월 100만원만 받고 쉬는 날도 없이 일했었었죠. 그러던 중 돈도 벌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강의 소재도 찾을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찾은 일이 캐디 일이었습니다. 돈도 벌면서 좋아하는 운동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딱 마흔까지만 해야지 했는데 서른아홉 살에 아버님이 불치병으로 편찮으셔서 일을 그만두고 대구로 돌아와 병간호를 하였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자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취업교육을 귀농교육으로 대체해서 듣게 되었고 귀농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버섯재배 기술 스승님을 만나서 지금의 송향버섯 농사를 짓게 되었습니다.
Mentee
지금 재배하고 있는 송향버섯이 조금은 생소한데 설명 좀 해주세요.
Mentor
송이버섯은 향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가격대가 너무 부담스럽잖아요. 송향버섯은 송이버섯에 비해 가격대는 확 낮춘 대신에 송이향이 풍부하고, 육질이 단단하며 쫄깃한 식감과 탄력, 맛, 영양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게 특징입니다. 프리미엄 표고버섯으로, 향긋한 송이버섯향과 단단하고 쫄깃한 표고버섯 식감이 어우러진 명품 버섯입니다.
Mentee
일반적인 농산물과 버섯농사는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나나요?
Mentor
대부분의 농사는 야외에서 햇볕과 비바람을 맞으며 하는 경우가 많은데 버섯농사는 실내에서 일정하게 온도가 유지 · 관리되는 곳에서 일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초기 시설투자비가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농사는 농작물의 생장과 계절에 따라 바쁜 주기와 한가한 때로 나뉘는데 버섯은 계절과 상관없이 꾸준히 작업을 한다는 것도 큰 차이입니다. 다른 작물은 해가 지면 일을 못하지만 버섯농사는 힘이 특별히 필요한 일은 아니나 작업량이 많은 편이어서 밤 늦게까지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Mentee
상호가 ‘몬스터농부’인데 무슨 뜻인가요?
Mentor
특별한 의미는 없습니다. 그저 시작할 때 조금 남들과는 다른, 일반적이지 않은 농부가 되고 싶었어요. 그때 괴물투수 류현진이 유명하기도 하고 해서 지은 이름입니다.
Mentee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Mentor
우선은 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자리를 잡도록 노력해야겠지요. 하지만 너무 욕심내지 않고 어느정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생각입니다. 차후에 버섯농사가 어느정도 본궤도에 올라서면 제가 귀농과 버섯농사를 통해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10년쯤 후에는 아등바등 살아왔던 지난날에 대한 보상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여행을 다니고 싶습니다.
Mentee
전역을 앞둔 후배들에게 사회 선배로서 한 말씀 해주세요.
Mentor
제 주변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하면 저는 무조건 하지 말라고 말립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자기 시간도 많이 나고 훨씬 쉬울 수도 있습니다. 농사를 하는 것은 자영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다 신경써야 합니다. 귀농을 생각하신다면 정말 독한 마음을 먹고 오랜기간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노하우와 경험을 전달받을 수 있으면 정말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죠. 또 지역특산물을 생산한다면 판로걱정을 안 해도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장 큰 걱정거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