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my Life
리;스펙 히어로
아름다운 도시 강릉에서 사랑하는 반려견들과 함께 행복을 추구한다
정환서 예비역 육군 소령
대학시절엔 아이스하키 선수로 빙상 위를 달렸고, 졸업 후에는 직업군인으로 조국을 위해 봉사하였다. 그리고 전역 후에는 반려견 전문가로 인생의 새로운 문을 연 예비역 육군소령 정환서 씨를 만났다.
글 양일석 사진 & 영상 황지수
Interview
강릉에 자리잡다
오늘의 주인공 예비역 육군소령 정환서 씨를 만나기 위해 강릉으로 향한 날은 하늘을 뒤덮은 묵직한 회색구름 아래 간간이 눈발이 흩날리는 날이었다. 매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반려동물용 안전문 너머로 상담과 애견미용을 하는 공간이 있고 그 뒤의 큼지막한 창문 너머로 강아지들이 뛰어놀고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애완견 미용을 위한 앞치마를 입고 손님과 상담을 하던 정환서 대표가 잠시 기다려 달라는 눈짓을 보내고 서둘러 상담을 마쳤다.
강릉은 일출 명소로 유명한 정동진을 비롯해 야경이 아름다운 경포대와 커피로도 유명한 관광도시이기는 하지만, 주거지가 밀집한 대도시도 아니고 정환서 대표가 나고 자란 곳도 아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애견 관련 사업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강릉은 제 군생활의 마지막 근무지입니다. 제가 이곳에 정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제가 시베리안 허스키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이곳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어서 반려견과 같이 생활하기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곳 강릉이 대도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인구가 있고 관광객도 방문을 해주어서 반려견 호텔이나 유치원 등 반려견 업을 하기에도 사업적으로 좋은 위치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제가 대학생 때 아이스하키 선수생활을 했었는데 강릉은 아이스하키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기도 합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빙상경기가 모두 강릉에서 치러져서 빙상장이 5개나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하키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죠. 지금도 아이스하키 동호인 성인 클럽팀의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도시는 강릉이 유일하다고 봐야죠.”
직업군인에서 반려견 전문가로
운동선수에서 직업군인으로의 전환은 의외로 단순했다. 대학시절 선수로 활동하면 4년간 장학금을 받기 때문에 중간에 군대를 갈 수 없었고 졸업 후 상무팀에는 아이스하키 팀이 존재하지 않아서 입대를 앞두고 향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학사장교로 군입대를 신청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직업군인을 그만두고 반려견 전문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전역을 결심하기 전까지는 제가 반려견 전문가로 활동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군생활을 하다가 외로움을 달랠까 하여 지인에게 시베리안 허스키를 분양받았고,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내가 키우는 아이들에게 좀 더 잘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이런 직업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어요. 반려견과 관계있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뒤에는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여 반려견 지도사, 애견 미용사, 반려동물 관리사, 반려동물 목욕관리사, 클리커 전문가 자격 등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였다고 생각하며 너무도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반려견에게 받는 것과 주는 것
인터뷰를 하는 내내 실내에 있는 통유리 너머 안쪽의 강아지 한 마리가 연신 짖어댔다. 정환서 대표가 다가가면 꼬리를 흔들며 반기다가도 그가 인터뷰를 위해서 잠시만 밖으로 나와도 분리불안을 느끼는 어린아이처럼 끊임없이 울어댔다. 인터뷰 중간중간 정 대표는 그 강아지를 달래기 위해 안쪽으로 들어가서 눈을 맞추고 쓰다듬어 주기를 반복했다. 자꾸 인터뷰가 끊기는 것이 미안했는지 마음이 아픈 강아지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반려견을 통해 위로받고 행복을 느낀다. 반려견을 통해서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반려견에게는 우리가 받은 맹목적인 충성과 사랑의 극히 일부분이라도 돌려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가 하는 일이 보호자에게는 가족 같은 반려견을 상대하는 것이라서 무엇보다 안전을 중요시합니다. 더군다나 반려견들은 의사소통이 되지 않기에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일을 떠나서 제가 직접 반려견을 키우는 입장이라서 더욱 마음이 쓰이는 게 사실입니다. 2023년 3월에 이곳의 개업을 앞두고 있을 때, 강릉에 산불이 크게 나서 지역에 큰 타격을 입은 일이 있습니다. 저는 현역시절, 각종 산불진화 작전에 많이 투입되어 보았기에 현장의 처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산불 소식을 뉴스로 접하자 마자 바로 그 현장의 반려견들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은 정부에서 대피소를 마련하고 각종 지원을 강구하고 도움을 주지만 산불이 난 지역의 동물들은 아무도 챙기지 않습니다. 오갈 데 없이 길을 잃고 겁에 질려 배고픔에 떨고 있을 모습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고민없이 바로 오픈 일정을 미루고 SNS 채널을 통해 ‘반려동물 대피장소를 제공할테니 도움이 필요한 반려견이 있다면 걱정 말고 연락을 달라’라고 알렸습니다. 실제로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기자분들이 찾아와 언론에 기사까지 났었지요. 지금도 반려동물 전문가로서는 당연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산불이 난 지역민들의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듯 여기는 정환서 대표의 말을 들으며 그가 좋아하는 강릉에서 그가 사랑하는 동물들과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