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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어르신 손에서 태어난 기적,
장난감의 순환 이야기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

버려진 장난감에서 시작된 따뜻한 발상이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울산에서 시작한 ‘코끼리공장’은 고장 난 장난감을 수리해 아이들에게 기부하고, 사용이 불가능한 장난감은 분해해 자원으로 재탄생시키는 순환경제 모델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은퇴한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아이들의 웃음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지켜가고 있다.

박선경 사진 최다영

사회적기업 ‘코끼리공장’

수리와 재활용, 그 너머의 가치
코끼리공장의 시작은 울산의 자원봉사단체 ‘아빠장난감수리단’이었다. 간단한 고장에도 버려지는 장난감이 아깝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이 활동은 2014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며 본격적인 사회적 실험으로 확장됐다. 이후 2022년부터는 노인일자리 사업과 자원순환 활동이 본격화되었고, 현재 울산 본사 110명, 부산 동구점 50명 등 약 160명의 어르신이 함께하고 있다. 이곳에서 어르신들은 하루 3~4시간, 주 15시간 이내로 근무한다. 단순한 노동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주체로서 각자의 연륜을 살려 서로를 도우며, 코끼리공장은 일자리 이상의 의미를 품은 공동체가 되었다.

‘거북이공장’으로 다시 태어난 자원
코끼리공장에서 분해·가공된 플라스틱과 장난감은 ‘거북이공장’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태어난다. 조끼, 모자, 수건, 장갑 등 작업용품은 물론, 운동화, 블록, 조명, 판재, 안전손잡이 등 다양한 생활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부산 동구점에서는 장갑을 직접 생산하고 있으며, 그 외의 제품은 생산 후 가져와 검수, 자수, 각인, 포장까지 모든 공정에 어르신들이 참여한다. 이 제품들은 ESG 경영을 실천하는 공공기관과 공기업, 교육기관 등에 주로 납품되며, 일부는 개인의 교육 목적으로도 판매된다.
2024년 기준 약 280톤의 PET병과 뚜껑, 장난감 자원을 재활용했으며, 매출은 3억 4천만 원을 기록했다. 이 중 30%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환원되어 다시 노인일자리 창출에 쓰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환경을, 지역에는 순환을
코끼리공장은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환경교육과 체험 활동에도 힘을 쏟고있다. 교육 프로그램은 장난감 분해로 시작된다. 아이들은 장난감이 왜 재활용 쓰레기로 분류되지 않는지를 배우고, 폐자원을 간 가루 플라스틱에 레진을 넣고 나만의 키링을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 자원의 소중함을 체득한다.
‘1인 1교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고장 나거나 싫증 난 장난감을 가져오면 다른 장난감으로 교환해 주는 이 프로그램은 물건의 순환적 사용 가치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시와 협력해 구축 중인 ‘우리 동네 ESG센터’도 주목할 만하다. 부산시 16개 구·군 전역에 지역 순환 거점을 마련하고, 15분 도시 전략과 연계해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자원 순환을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5곳이 개소했으며, 하반기에는 중구와 강서구에도 문을 열 예정이다.

함께 만드는 착한 변화
코끼리공장에는 하루 평균 30박스, 많게는 400박스에 달하는 장난감 택배가 전국 각지에서 도착한다. 이는 단순한 자원의 흐름을 넘어선다. 더 많은 아이들을 도우려는 시민의 연대이며, 노인 일자리를 지키려는 사회의 응답이다.
코끼리공장이 하고 있는 일은 국가가 미처 해내지 못한 영역을 메우는 일이다.
이들의 실험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고, 지속 가능한 착한 순환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I N T E R V I E W

제대군인과 함께 성장하는 코끼리공장

제대군인과 함께 성장하는
코끼리공장

금호연 팀장

금호연
팀장

 “제대군인 선생님들과 함께하면 현장이 든든해집니다” 
코끼리공장은 1호점을 운영할 때부터 제대군인지원센터와 공무원연금공단 등 여러 기관에서 인재를 추천받아 왔습니다. 현재도 두 분의 제대군인 선생님이 함께 근무하고 계십니다. 채용 입장에서 보면, 제대군인들은 확실히 규칙적인 근무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요. 어떤 일이든 먼저 나서시고, 책임감도 강하고, 팀원들과 잘 융화되십니다. 주변 정리나 현장 정돈도 정말 잘하셔서 늘 믿음이 갑니다.
특히 저희 작업 특성상 손이나 도구를 많이 사용하는데, 제대군인들은 이해도 빠르고 다양한 현장 경험을 살려 적응을 잘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회사와 뜻이 맞는 분이라면 최대한 채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에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제작부터 판매·홍보까지 다양한 업무가 필요해질 예정입니다. 이런 시기에 제대군인 선생님들의 꼼꼼함과 통솔력이 큰 힘이 될 거라고 믿어요. 무엇보다 여기서 일하시는 분들이 ‘퇴직 후의 또 다른 전성기’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들이 행복하게 일하실수록, 저희 회사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거라 생각합니다.

김석준 제대군인

김석준
제대군인

 “버려진 장난감에 생명을, 내 인생에도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1988년에 입대해 2009년까지 21년간 군 생활을 했고, 전역 후에도 지역 예비군 중대장으로 일하면서 오랫동안 군과 함께했어요. 정년퇴직 후엔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따고,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해 봤지만 마음이 잘 안 맞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올해 2월 코끼리공장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하루 3~4시간 부담 없이 일하고, 오후에는 제 생활을 즐길 수 있으니 하루가 참 알차게 느껴집니다.
무엇보다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의 분위기가 좋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장난감 분해, 소독, 재활용은 군과는 전혀 다른 일이지만, 책임감과 협동심, 솔선수범 같은 군대에서 익힌 기본 자세는 여기서도 그대로 통하더라고요. 특히, 우리가 손질한 장난감이 저소득층 아이들이나 해외 난민에게 전달된다고 생각하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냥 일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대군인 선배로서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전역 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겁니다. 돈보다도 ‘내가 오래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제2의 인생이 훨씬 행복해질 거라 믿습니다.

리마인드내가 가장 생각하는 것은
[    ] 이다.
인사이드 스토리교단에서 다시 시작된
군인의 사명
조승제 예비역 육군 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