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my Life
리;스펙 히어로
예술의 대중화를 위해 초보 예술가의 창작활동 공간 시작
백종빈 예비역 해병 대위
모두들 순수예술은 배고프고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에 순수예술이 그 자체로 사회에 기여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그로 인해서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낯선 길을 개척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예비역 해병 대위 백종빈 씨를 만났다.
글 양일석 사진/영상 오철민
Interview
한 사람의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업
대전시 유성구의 주택과 상가가 어우러진 골목. 스튜디오라고 이름 붙여진 간판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벽면에 무섭지도 않고 그렇다고 귀엽지도 않은 약간은 고독해 보이는 얼굴의 호랑이가 계단을 내려오는 필자를 무심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온통 하얗게 칠해진 벽면이 나온다. 벽을 따라 액자 걸이용 와이어가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서 있다. 새로운 전시를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방금 전시가 끝나서 잠시 휴식을 즐기는 듯도 하다. 공간의 가장 안쪽에서 꼬마 아이 둘이 이젤을 앞에 두고 스케치를 하고 있고 백종빈 대표가 그 옆에서 지도를 하다가 인사를 건넨다. 잠시 뒤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그가 하는 일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호사유피 인사유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지요. 우리 모두는 어떠한 삶을 살았든 죽기 전에 각자가 살아오면서 겪은 많은 일들과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깨달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후대에 남기기를 원합니다. 단,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그 기회가 주어지지 않지요. 저는 이러한 꿈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싶습니다. 우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가운데 자신만이 가진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찾게 하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가치 있고 완성된 미술작품을 만들게 합니다. 그리고 예술 관련 전문가들이 함께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게 하고, 탄생한 작품들은 상업적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획과 전시를 통해 유통하고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제가 만들어가고 있는 예술 종합 브랜드 ‘TIGER’의 목표입니다. 현재는 완성되지(=존재하지) 않은 사업이기 때문에 롤모델을 찾기보다는 본질에 집중하여 상품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해병정신을 예술로 승화하다
미술을 전공했는데 해병대를 지원했고, 군생활을 자그마치 14년이나 한 뒤에야 다시 원래의 전공분야로 돌아왔다. 짧은 인생에 너무 멀리 돌아오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들었다.
“20대 시절 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조직에서 시간을 쓰고 싶어서 직업군인의 길을 선택했고, 이제는 제가 잘할 수 있고 또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어서 전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군복무 중 노력했던 모든 일들이 지금의 저의 자산입니다. 장교로 복무하면서 훈련계획을 작성할 때 훈련의 본질을 파악하고 잘 마무리 되도록 큰 그림을 먼저 그렸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의 본질(목표)을 파악하고 구체화하는 과정이 사업의 시스템을 만들고 유통구조를 만드는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해병대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상륙작전을 진행하듯, 어려운 여건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사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습니다.”
예술의 대중화
가까운 사이일수록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고 격려해 주기보다는 우려와 걱정을 더하고 남들이 가는 길을 선택하도록 회유하려는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백종빈 대표도 일을 시작하며 말리는 이들도 있었을 텐데, 굳이 기존에 없던 길을 가려는 까닭은 뭘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저도 가정을 위한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것과 제가 하고자 하는 일 사이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왜 순수예술, 특별히 미술작품은 대중성을 띠기 어려울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순수 예술은 배고프고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예술가들이 창작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프로젝트 ‘tiger1area’ 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수의 성공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달란트를 버리지 않고 일반적인 삶 또한 풍족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그런 구조를 만들어서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트렌드의 창조
“타이거는 시각적인 모든 분야를 상품화하며 특별히 가치 있는 삶을 완성된 미술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누군가 ‘미래의 모습은 막연한 것이 아니라 미래를 계획하고 그 미래를 결정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타이거’는 10년 후에 유트브와 인스타 다음의 트렌드가 되고자 합니다. 타이거스튜디오에서 이를 예상하여 개인의 가치 있는 이야기들을 통한 완성도 있는 작품(상품)들로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고 미래의 문화를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해병대의 도전정신이 넘쳐나는 그에게 군생활을 하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전역 후 미래를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맡겨진 임무에 충실한 자세를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나라가 여러분에게 맡겨준 오늘의 임무에 충실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나가서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현재에 충실하세요. 그리고 시간을 쪼개어 개인의 시간에 미래를 준비하세요. 지금 중요한 건 내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입니다. 그것이 바로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입니다.”
남들이 수긍할 수 있는 안정적인 길이 아닌 자신만의 꿈을 찾아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백종빈 대표에게 갈채를 보낸다. 그리고 그의 꿈이 이루어져서 더 많은 예술가들이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그들의 창작활동에 매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