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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온더트립
만추의 계절, 추억이 희망으로 물들다
전북 정읍
온 세상이 가을의 색으로 물드는 만추의 계절. 단풍잎 하나 집어 들고 정성스레 책갈피를 만들었던 추억이 떠오른다. 오색빛깔 절경과 고즈넉한 이야기로 추억의 깊이를 더해주는 전북 정읍에서 희망을 물들여 본다.
글 박성하 사진 정읍시청 제공
단풍 절경의 극치, 내장산 단풍터널
KTX 정읍역에서 차로 15분 정도 가다보면 꽤 큰 규모의 내장저수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내장산 국립공원이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붉게 물든 단풍의 절경을 마주할 생각에 설렘이 서서히 증폭된다. 단풍하면 내장산, 내장산하면 단풍이라 했던가. 남부 내륙에 위치한 내장산은 주변에 높은 산이 없는 평야 지대에 솟아 있기 때문에 일조량이 풍부하다. 볕을 많이 받으면 광합성 양이 많아지고 잎 속의 당분도 늘어나 단풍의 색이 선명하고 예쁘게 물든다.
내장산은 11월부터 전국에서 온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특히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단풍터널은 정읍 제1경에 속할 정도로 인기 명소다. 불교의 백팔번뇌를 씻으라는 의미에서 108그루의 단풍나무가 길을 따라 우거져 있다. 단풍터널을 지나 케이블카를 타면 한 폭의 그림 같은 내장산의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호남의 금강산’이라는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순간이다.
내장산 단풍터널 전북 정읍시 내장산로 1207
평지에 세워진 열린 공간, 무성서원
대체로 서원이라 함은 마을과는 조금 떨어져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에 터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무성서원은 마을의 중심부에 자리하며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학문의 기회를 제공하고 주민과 소통했다고 전해진다.
무성서원의 또 다른 특별함은 공간 곳곳에서 마주하게 된다. 입구의 현가루를 지나 너른 마당의 중심에 자리한 명륜당은 앞뒤로 훤하게 트인 구조가 인상적이다.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조금 전 지나온 현가루를 바라본다. 명륜당과 현가루 모두 평지에 비슷한 높이로 세워져 있어 시선을 아래로 내리거나 올려다볼 필요가 없다. 대청마루 뒤편에도 벽이나 문이 없어서 고개만 돌리면 태산사의 삼문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이렇듯, 계단을 힘들게 오르거나 켜켜이 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아도 공간들에 쉬이 닿게 되는 곳이 바로 무성서원이다. 폐쇄적이지 않고 마을을 향해 활짝 열려 있는, 평등과 애민을 강조했던 최치원 선생의 얼이 곳곳에 깃들어 있다.
무성서원 전북 정읍시 원촌1길 44-12
보약 같은 차 한잔을 음미하다, 쌍화차 거리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따뜻한 차 한잔이 절로 생각나는 요즘, 진하게 달여 낸 전통방식의 쌍화차를 맛보고 싶다면 쌍화차 거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정읍은 조선시대 토산품으로 차를 올렸을 정도로 역사적으로도 유구한 차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장명동 일대에 형성되어 있는 쌍화차 거리는 정읍세무서에서부터 정읍경찰서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20여 개의 전통찻집이 들어서 있다. 40년 세월을 자랑하는 전통 있는 가게부터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트렌디한 공간까지 각양각색의 매력을 뽐낸다. 외관도 내부 분위기도 제각각이지만 대부분의 가게에서 쌍화차를 달이고 있기 때문에, 거리를 걷기만 해도 진한 향이 진동한다. 정읍 스타일의 쌍화차는 궁중 탕약에서 영향을 받아 숙지황, 생강, 대추 등 총 20여 가지의 약재를 달여서 밤, 은행, 잣 등의 고명을 넣어 완성된다. 뜨끈하게 데워진 잔을 들고 차의 향을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쌍화차 거리 전북 정읍시 초산로 110
백제 문학기행, 정읍사 문화공원
가을 정취를 더해줄 문학의 향기를 좇아, 백제가요 정읍사를 주제로 조성된 정읍사 문화공원으로 향한다. 5만여 평의 넓은 부지 위로 정읍사 여인을 테마로 한 공간들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여인의 기다림을 표현한 조형물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스토리텔링 콘텐츠까지. 공원을 둘러보며 한 번쯤은 읊어봤을 정읍사의 시 구절을 어렴풋이 떠올려 본다. 잔디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사랑의 계단에 다다른다. 계단 끝에는 정읍 시내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망부상이 자리하고 있다. 긴 저고리를 입고 두 손을 마주잡고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이 시리도록 애틋하다. 걸음을 조금 옮겨 망부상을 뒤쪽에서 바라보면 저 멀리 내장산의 능선이 이야기의 배경처럼 펼쳐지며 또 다른 감상을 마주하게 된다. 바로 근처에는 정읍시립미술관, 편백산림목 숲이 자리하고 있으니 함께 둘러봐도 좋다.
정읍사 문화공원 전북 정읍시 정읍사로 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