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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더 잡
평안한 마지막 길을
추모하는 일
매골승 & 장례지도사
죽음이란 시대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어렵고도 중요한 사건이다. 현대에는 장례지도사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일을 돕고 있지만, 옛날 사람들은 누구에게 도움을 받아 죽음이라는 큰 사건에 대처했을지 궁금해진다. 매골승, 그들의 발자취를 좇아 보았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 중생을 구제하는 승려
매골승
매골승(埋骨僧)이란 ‘뼈를 묻는 승려’라는 이름의 뜻대로 시신을 수습하여 매장하는 승려를 의미한다. 불교에서 승려들은 자비를 바탕으로 중생을 번민과 고통으로부터 구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매골승에게는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그러한 종교적 소명을 다하는 행동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매골승은 과거에는 낯설지 않은 단어였던 것으로 보인다. 고려 후기 공민왕이 신임했던 승려 출신 정치가 신돈 역시 매골승이었다는 기록이 있다. 불교가 성행했던 고려시대의 매골승은 임종 전 사찰에 머물던 왕족, 귀족의 시신을 화장 후 다비와 유골을 수습하여 매장하는 일을 했다. 이후에 진행되는 추모 의례도 매골승이 담당했으리라 추정된다. 당시 매골승은 빈자 구제를 위한 기관인 ‘대비원’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이 대비원은 조선시대에 들어 ‘활인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매골승들은 빈민과 병자를 돌보고 시신을 수습해 매장하거나 화장했다. 조선 초기, 활인원에서 활동할 매골승을 국가 차원에서 선발하고 권장 규칙을 시행했던 기록도 남아 있다. 국가가 매골승을 관리하고 동원하던 시기가 길지는 않았지만, 이후에도 매골승들은 한반도 각지의 민간에서 활동하며 소명을 다했다. 사람들의 요청으로 고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추모하거나 흉년이나 전염병 등으로 목숨을 잃은 연고 없는 시신을 거두는 일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골승은 이처럼 사회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으며 중요한 역할을 한 승려들이었다.
정중한 의례로 남은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다
장례지도사
최근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파묘》에서 유해진이 연기한 ‘영근’은 이장(移葬)의 전 과정을 책임진다. 여기서 ‘영근’의 직업이 바로 장의사(장례지도사)다. 영화는 이장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장의사를 장례식장에서 만날 수 있다. 과거의 매골승과 오늘날의 장의사는 시신 관리와 추모 과정을 함께하며 유족들을 돕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그러나 장의사는 특정 종교에 구애되지는 않으며, 고객의 종교에 맞추어 제사 의식을 거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장의사는 장례 절차 전반을 총괄하는 직업이다. 우선 낯설고 어려울 수 있는 장례 과정에 대해 고객에게 설명하고 상담한다. 이후 장례 관련 용품 준비와 시신의 염습 및 입관, 빈소 설치 등을 맡아서 하며 정중하게 제사 의식을 진행하여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한다. 제사 의식을 마친 후에는 시신을 영구차로 운반하여 매장 또는 화장 과정까지 책임진다. 장의사가 되려면 장례지도사 자격증이 필수다. 대학의 장례지도 관련 학과나 직업훈련소 등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교육과 실습을 완료하면 장례지도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이후에는 병원의 장례식장이나 상조회사에서 일하게 된다. 상담을 진행해야 하므로 대인관계 능력이 중요한 동시에, 시신을 다루어야 하므로 이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쉽지 않은 업무이지만 유족에게 위안을 주고 고인을 평안히 추모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