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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노동 시대,
새로운 일자리 지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분법으로는 오늘의 노동지형을 설명 하기 어렵다. 일(작업·프로젝트) 단위로 거래하고, 플랫폼을 통해 수요·공급이 즉시 매칭되는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의 플랫폼 종사자는 2023년 88.3만 명으로 집계됐다. 1년 새 11.1% 늘어난 수치다. 같은 시기 전체 취업자 중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23% 안팎으로 나타났다. 이제 일자리의 좌표는 ‘고용’이 아니라 ‘연결과 경험, 그리고 안정’ 위에서 새로 그려지고 있다.
글 편집실


* ‘플랫폼 노동(platform work)’은 2010년대 중반 EU·ILO 보고서에서 본격 통용된 용어다. 디지털 플랫폼이 알고리즘으로 일감·평가·결제를 통제하는 비표준 노동을 지칭하며, ‘긱(gig) 경제’보다 범위가 좁고 ‘공유경제’와는 개념이 다르다.
숫자가 말하는 변화, ‘직장’에서 ‘일’로의 이동
정부 합동조사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종사자는 2022년 79.5만 명에서 2023년 88.3만 명으로 증가했다. 유형은 운송·배송, 가사·돌봄 같은 현장(온디맨드)형과 개발·디자인·번역·데이터 작업 등 온라인(디지털)형으로 양분 된다.
통계청 부가조사(2024. 8. 기준)는 자영업자·프리랜서등을 포함한 비임금근로자가 665만 7천 명(23.1%)에 이른다고 밝혔다. 국제기구(OECD·ILO)의 정의는 다르지만, 공통된 기준은 하나다. “업무의 접근·평가·결제·노출을 플랫폼이 통제한다면, 그것은 플랫폼 노동이다.” 즉, 이제 ‘회사’가 아니라 ‘플랫폼’이 일의 흐름을 설계하는 시대다.
플랫폼 노동의 성장, 기술·경제·사회가 만든 변화의 삼각형
플랫폼 노동의 성장은 단순한 산업 트렌드가 아니라 기술 혁신, 경제 구조, 사회 인식 변화가 함께 만든 결과다스. 마트폰의 보급과 초고속 인터넷, GPS 기반 기술은 언제 어디서든 수요자와 공급자를 즉시 연결하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제 노동은 사무실이 아닌 네트워크 위에서 이루어지고, AI 알고리즘이 일감 배분부터 평가와 정산까지 관리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은 물리적 인프라 없이도 수많은 인력을 연결해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며, 노동자는 클릭 한 번으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을 수있 게 됐다.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이 흐름을 가속했다. 기업은 상시직보다 프로젝트 단위 계약을 선호하게 되었고 노, 동자는 고용의 불안 속에서 즉시 일감과 수입이 가능한 플랫폼을 선택했다. 이 구조는 기업에는 유연성을, 노동자에게는 생계의 통로를 제공했다.
여기에 세대 변화가 맞물렸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직장보다 일’을 중시하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자신의 일정과 삶을 우선하는 흐름이 커졌다. 불안정한 고용 환경 속에서 다중소득(N잡)을 추구하는 경향도 플랫폼 노동의 확산을 뒷받침했다. 노동의 중심이 ‘고용’에서 ‘연결’로 옮겨가며, 플랫폼은 단순한 산업이 아닌 새로운 노동 구조의 무대로 부상했다.
분야도 방식도 달라진, 새로운 일의 지형도
| 구분 | 세부 분야(예) | 주요 특징 |
| 온디맨드·이동/배송 | 대리·라이드헤일링, 배달, 퀵서비스 | 위치 기반·시간 민감, 안전·산재 리스크 큼 |
| 온디맨드·생활서비스 | 가사·돌봄, 방문 수리·설치 | 평판·검증·보험 필수, 반복 고객 중요 |
| 온라인 프리랜서(전문) | 개발, 디자인, 번역·현지화, 마케팅, 테크 라이트 | 납기·저작권·SLA 명확화 필요 |
| 마이크로워크/크라우드 | 데이터 라벨링, 콘텐츠 검수, 모델 평가 | 단가·품질기준·데이터보안 핵심 |
| 교육·크리에이터 경제 | 강의·클래스 운영, 숏폼·라이브커머스 | 저작권·초상권·광고표시 준수 필요 |

‘자유’와 ‘불안’ 사이, 플랫폼 노동의 두 얼굴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은 자유와 불안이 공존하는 일터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하며, 프로젝트 단위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제대군인과 중장년층에게는 소득 보완과 경력 전환의 기회, 청년층에게는 조직에 얽매이지 않는 자율의 자유를 제공한다.
하지만 그 자유의 반대편에는 불안이 있다. 일감이 끊기면 수입이 즉시 줄고, 플랫폼의 정책이 바뀌면 생계가 흔들린다. 다수의 플랫폼 종사자가 여전히 산재보험·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노동 분쟁 시 근로자성 인정이 어렵다. “플랫폼이 일을 준다”는 명목 아래 근로를 통제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회피하는 구조, 이것이 비전형 노동의 현실이다.

혁신을 지키고 보호를 더한, 새로운 사회 안전망의 설계
정부는 이러한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안전망 구축에 나섰다. 2021년 개정된 고용보험법 제5장의3은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도입했다. 그동안 보호에서 제외됐던 퀵서비스 기사,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기사 등이 새롭게 포함되며 고용안전망의 문이 열렸다.
2023년 7월에는 산재보험의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어 여러 플랫폼을 오가며 일하더라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이 조치로 약 80만 명 이상의 플랫폼·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새롭게 보호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전국 고용센터 내에 ‘플랫폼·프리랜서 전담창구’를 설치해 기존 근로자이음센터의 기능을 통합하고, 상담·세무·직무교육·심리상담·안전교육 등 관련 서비스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일원화 지원체계 구축을 검토 중이다. 이는 ‘플랫폼 노동자도 하나의 노동자’라는 인식이 비로소 제도 안으로 들어온 첫 단계다.
일의 경계가 바뀌는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
일은 이제 더 이상 ‘직장’의 이름으로만 불리지 않는다. 한 사람의 경력은 여러 프로젝트와 플랫폼을 거치며 이어진다. 정부의 정책이 제도를 설계한다면, 노동자 스스로는 계약 조건, 보험 적용, 기술 역량을 포함한 자기 보호와 자기 성장의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 노동이 ‘불안한 대체제’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전문직 일자리로 자리 잡을 때, 진정한 의미의 ‘노동의 전환기’가 완성될 것이다.
현장에서 꼭 필요한 리스크 관리 5가지
❶ 계약·요율 관리
- 업무 범위(SOW), 납기, 수정한도, 저작권·2차 사용권을 명시해야 한다.
- 구두 합의 금지, 모든 계약은 서면 또는 플랫폼 내 메시지로 남긴다.
❷ 안전·보험 점검
- 산재보험 적용 여부, 단체보험 가입, 사고 시 신고 절차를 미리 숙지한다.
- 이동·배송 종사자는 휴식시간 기록 및 보호장비 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❸ 알고리즘 이해
- 평점·노출·배차·제한 기준을 확인하고, 이의제기 경로를 확보한다.
- EU는 2024년 플랫폼노동 지침으로 알고리즘 투명성과 감독, 이의제기 권리를 의무화했으며, 한국은 제도화를 논의 중이다.
❹ 세무·정산 관리
- 원천징수(3.3%) 여부, 부가세 과세 기준, 세금계산서 발행 절차를 숙지한다.
- 정산 지연 시 수수료·지연이자 기준을 미리 확인한다.
❺ 리스크 분산 전략
- 한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중 플랫폼 활동(멀티호밍)을 병행한다.
- 비수기에 대비해 3~6개월 생활비 비상자금을 마련하고, 업스킬(기술 고도화) 계획을 세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