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my Life
매치포인트
한적했던 공간에서
사람들이 찾고 싶어 하는
매력적인 곳이 된 곳
– 청주 동물원 & 아사히야마 동물원
동물원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너나들이 친구끼리 어릴 적 소풍을 갔던 기억과 동물들과 함께 추억을 쌓은 곳이라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는 반면, 동물을 가둬두고 학대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합니다. 오늘은 이런 양면성을 가진 프레임을 벗어나, 동물에 대한 진심과 돌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는 청주 동물원과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글 한재동 작가 겸 칼럼니스트
Cheongju Zoo

청주동물원 _ 출처, 경향신문

청주동물원 바람이 _ 출처, 충청일보
동물에 대한 진심이
사람들에게 전해지다,
청주 동물원
청주 동물원은 1997년 개원한 청주의 공영 동물원입니다. 호랑이, 늑대, 일본원숭이, 수달, 두루미 등 약 70여 종의 동물이 있는 특별할 것 없는 동물원이었어요. 동물원이 변화하게 된 것은 김정호 수의사의 역할이 컸습니다. 2001년 김정호 수의사가 처음 청주 동물원에 들어왔을 당시에는 전국에서 호랑이사가 가장 작은 동물원이었다고 해요. 당시 모든 동물원들은 사람이 편하게 관리할 수 있는 네모형태의 경사가 진 콘크리트 동물사(動物舍)로 되어 있었습니다. 청소도 쉽고, 사육사가 안전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그곳에 갇힌 동물들은 자기 배설물을 먹고 자해를 하는 정형행동(좁은 곳에 갇힌 동물들이 반복되는 이상행동을 하는 것)을 보이게 됩니다. 2017년 김정호 수의사가 진료사육팀장이 되면서 청주 동물원은 본격적인 변화를 시작해요. 500여 마리 동물들의 사육을 책임지며, 동물원 운영을 결정할 권한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김정호 수의사는 청주 동물원을 동물의 입장에서 더 편안한 동물원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해요. 2018년 웅담채취용 사육곰을 동물보호단체가 구출하자 청주 동물원에서 보호하기로 자원했습니다. 국가 예산을 지원받아 오히려 동물원 내부에서도 좋은 반응이었다고 해요. 2023년 김해의 민간 동물원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학대당하고 있던 사자 ‘바람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고, 청주 동물원은 ‘바람이’를 데려오기로 합니다. 7년간 비좁은 콘크리트 공간에 갇혀있던 ‘바람이’는 흙과 바람이 있는 청주 동물원에 와서야 건강을 회복하고 사자 다운 모습을 보이게 돼요. 그리고 ‘바람이’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청주 동물원에 대해 알게 됩니다.
청주 동물원에서는 원하는 동물을 못 볼 수도 있어요. 동물들이 쉴 시간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동물은 전시보다 보호를 우선합니다. 수명을 다한 동물들을 추모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동물을 위하는 진정성에 많은 사람들이 청주 동물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2024년 청주 동물원은 사육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홍보, 동물의 질병 및 안전 관리, 종 보전과 증식의 역할을 하는 국내 1호 ‘거점 동물원’으로 지정돼요. 우리나라 동물원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겁니다.
Asahiyama Zoo

아사히야마 동물원 북극곰 _ 출처, 훗카이도시

아사히야마 동물원 _ 출처, 훗카이도시
폐쇄 직전의 작은 동물원에서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아사히야마 동물원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있는 일본 북부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약 30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입니다. 여름에는 30도를 넘고 겨울에는 영하 25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로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이에요. 1967년에 개장한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1996년 연간 관람객수 26만 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하며 일본의 96곳의 시립동물원 중 가장 운영이 어려운 동물원으로 지목을 당할 정도였습니다.
폐원까지 고려하던 때, 동물원 사육반장이던 고스게 마사오가 동물원 원장이 되었습니다. 그에게 동물원이 없어진다는 것은 직장이 사라지는 것 이상을 의미했어요. 정들었던 야생동물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인기 없는 동물은 안락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고스게 마사오는 폐쇄만은 막아달라고 지역의원들을 설득했어요. 마침내 시의회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마지막 기회를 주기로 합니다.
망해가는 작은 동물원이 처음부터 정부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고, 투자규모와 위치도 대도시 동물원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죠.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시설 확장이나 희귀 동물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학습회’라는 사육사들의 자발적 모임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요. “동물들이 움직이지 않고 자기만 해서 시시하다”라는 관람객의 의견에, 동물이 철장에 갇힌 무기력한 모습이 아닌 자유롭게 뛰어놀며 생기 있는 동물원을 만들기로 합니다. 전시하는 방법에 다양한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염소와 토끼 등 온순한 동물을 관람객이 만지며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어린이 목장’, 북극곰이 수영하는 모습을 관람객이 볼 수 있도록 북극곰 전용 수족관, 관람객이 원숭이를 관찰하도록 투명한 관찰용 창에 꿀을 발라둔 ‘원숭이산’ 등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점차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해요.
펭귄이 물속에서 마치 비행하듯이 멋지게 수영하는 모습을 관람객에게 보여주고 싶던 사육사들은 공중에 투명한 아크릴 터널을 제작하고 물을 채웠습니다. 펭귄이 그곳을 지나가며 관람객 머리 위에서 수영을 했어요. 관람객들은 하늘을 쳐다보며 마치 펭귄이 날아다니는 장면을 보는 것같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후 아사히야마 동물원 펭귄관은 엄청난 인기를 끌게 돼요. 2009년에는 동물원의 이야기가 ‘펭귄을 날게 하라’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폐원 위기의 아사히야마 동물원 관람객은 28만 명에서 2006년 304만 명까지 증가했어요.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가야 하는 동물원으로 여겨집니다. 전 세계의 관광객에게 사랑받게 되자,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코스로 하는 홋카이도 여행상품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작은 도시 동물원의 변화가 지역사회에 큰 기여를 하게 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