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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있는 여정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길,
생태와 삶의 풍경
경기 시흥
도시와 자연이 맞닿은 곳, 바다와 호수가 함께 흐르는 도시가 있다 .
경기도 시흥은 수도권에서 보기 드문 생태의 보고로, 연꽃이 피어나는 습지와 갯골, 붉은 갯벌의 바다가 어우러진다.
이번 여정은 화려한 도심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이 들려주는 생태와 삶의 소리를 따라가본다.
글 박선경 사진 박진형


연꽃 향기 가득한 호수의 정원
연꽃테마파크
입구를 지나면 초록빛 연잎과 분홍·흰 연꽃이 햇살을 머금고 드넓게 펼쳐진다. 바람결 따라 연잎이 파도처럼 흔들리고, 그 사이로 나비와 잠자리가 살며시 날아든다. 꽃잎을 가리키며 웃는 사람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잇따르는 풍경 속에서 여름의 정점이 느껴진다.
연꽃테마파크의 뿌리는 조선 세조 9년(14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학자 강희맹이 명나라 남경의 전당지에서 가져온 전당홍 연꽃 씨를 관곡지에 심으며 우리나라 최초로 연꽃 재배를 시작한 것이다. 이곳은 이후 ‘연성’, 곧 연꽃의 고을이라는 별호를 얻을 만큼 상징적인 터전이 되었다.
시흥시는 이러한 역사성을 기리기 위해 관곡지 주변 19.3헥타르(약 58,300평)의 논을 정비해 연꽃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지금은 재배단지 주위로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물드는 풍경을 시민들이 가까이에서 즐긴다. 진흙 속에서도 청아하게 피어나는 연꽃은 오랜 역사와 자연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은 채 찾는 이들에게 평화로운 시간을 선물한다.

도심 속 갯벌과 염전이 있는 바닷길
시흥갯골생태공원
갯골생태공원은 내륙 깊숙이 바닷물이 들어와 형성된 독특한 갯벌 지형을 품고 있다. 데크길을 따라 걷자 사방으로 갈대밭이 은빛 물결처럼 흔들리고, 짭조름한 바다 냄새와 갈대가 스치는 소리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여름의 갯골은 꽃과 생명의 계절이다. 해바라기가 활짝 고개를 들고, 유럽수국과 배롱나무, 보랏빛 버베나가 여름 햇살을 받아 화려한 색감을 뽐낸다. 이 풍경 속에서 붉은발말똥게가 갯벌 위를 바삐 오가고, 검은머리물떼새와 저어새 같은 희귀 조류가 습지 위를 날아든다. 공원 안에 자리한 22m 목조 흔들전망대에 오르면 갈대숲과 꽃들이 어우러진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옛 소금창고는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해 염전의 기억을 전하고, 염전체험장에서는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공간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온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바다와 등대가 지켜낸 시간의 흔적
오이도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오이도다. 서해안 최대 패총유적지인 이 곳은 다양한 신석기 유물이 출토되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온 긴 역사의 무대를 보여준다. 오이도의 상징인 빨강등대 앞에 서니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 위로 등대 불빛이 길을 지켜주는 듯했다. 사람들은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하루의 기억을 담고 있었다.
오이도의 바다는 늘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 하루 두 번 밀물과 썰물이 드러내는 갯벌은 도시의 빠른 리듬과는 다른 시간을 선사한다. 썰물 때면 드넓은 갯벌이 열리고, 관광객들은 갯벌 위를 걸으며 자연의 숨결을 가까이서 마주한다.
등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시흥오이도박물관은 전시와 체험의 장이자 해넘이와 바다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다. 창 너머로 보이는 고요한 바다 풍경과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Tip. 여정별 정보
연꽃테마파크
주소 경기도 시흥시 하중로 299
운영 연중무휴 / 무료 관람
시흥갯골생태공원
주소 경기도 시흥시 동서로 287
운영 공원 24시간 개방 / 무료 관람
오이도
주소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로 175 일원
운영 연중무휴 / 무료 관람
오이도박물관
주소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로 332
운영 10:00~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 무료 관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