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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상담소

MBTI, 우리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조수연(㈜호시담 대표, 상담학 박사)

아이들

요즘 많은 사람들이 MBTI를 자신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내세웁니다. 한때 유행하는 재밋거리로 생각했는데, 우리 집 아이들도 자신이 해당하는 MBTI의 특징을 말하며 ‘나는 I유형이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 ‘P유형이어서 난 새로운 장난감이 많이 필요해.’라며 우리 부부를 당황하게 합니다. 정말 MBTI가 아이들의 성향이나 특성을 정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이 맞는지, MBTI가 아이들과 소통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부모님들이 여러 명 모이면, 자연스럽게 자녀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의 나이가 학령기가 넘어가면 부모님들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학업적 성취도에 대한 화두가 주를 이룰 때가 많습니다. 자녀가 조금 더 성장을 해서 사춘기가 시작되면, 학업적 대화 주제 이외에도 소통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부모님들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의 주제는 무엇이었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더 근본적인 것, 더 가치 있는 것을 화두로 삼지는 않았을까요?

자녀를 소개할 때, 보통 어떤 표현으로 아이를 소개하고 있으세요?
수학을 잘하고, 영어를 힘들어하는 아이 또는, 회색보다는 핑크색을 좋아하는 아이, 고양이보다는 강아지 같은 느낌의 아이 등등 소개의 방식은 정말 다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어떤 표현으로 자신이 소개되길 기대할까요?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일인 듯합니다.

“우리 첫째는 책임감이 강하고 야무져요.”,
“우리 둘째는 흥이 많고 사랑스러운 아이예요.”

위의 설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드는 소개의 표현!
성격은 이렇게 누군가에게 자신의 “자기다움”을 표현해 주는 대표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격은 타고난 성향을 표현하기도 하고, 태어난 후 삶을 살아가며 후천적으로 개발된 습관의 방식을 말하기도 합니다.
최근 아이들은 대표적으로 자신을 소개할 때, MBTI라는 성격의 기준을 활용해서 본인을 소개하곤 합니다. 4가지 축의 조합을 통해 자신이 설명되고,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공식이 그들에게는 참 익숙한 것 같습니다.
SNS상에서 보면 무료 검사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통은 공인된 정식 검사를 통해 MBTI 유형을 측정합니다. 원리를 생각해 보면, MBTI는 타고난 선호 경향성을 측정하는 성격유형 검사입니다. 따라서 선호 경향성이 자신의 적응 능력과는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내가 선호하는 성격의 경향성은 내향이지만, 외향적 적응의 태도로 일상생활을 보낼 수 있는 것처럼요.

MBTI 성격유형은 특히 개인의 선호 경향성을 설명하기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대화의 주제와 상관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기에 매우 효율적인 매개라고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에게는 우리들의 혈액형, 별자리처럼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익숙한 설명 지표이기 때문에 부모님들에게도 이 도구의 기본적 정보를 숙지하는 것은 서로의 소통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됩니다.
MBTI는 4가지의 성격의 축을 기준으로 에너지의 방향(외향, 내향)과 정보의 수집(경험, 가치), 중요한 것의 선택과 판단(사고, 감정), 행동양식(인식, 판단)으로 구분되어 각자의 성격의 생김새가 구별됩니다.
다만, MBTI 심리검사는 자기 자신이 검사 문항에 응답하는 자기보고식 검사라서, 자신의 선호 경향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사회적 바람직성 등의 영향으로 ‘진짜 선호하는 나’의 모양과 다른 결과가 유형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실제 상담 센터에서 심리검사를 진행해 보면, 심리검사 결과와 다르게 상담 전문가와 1:1 면담을 하면서 본인의 진짜 성격유형을 제대로 탐색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따라서, 성격의 생김새를 설명하고 이해하는 다양한 기준과 관점 중 하나로 MBTI를 활용하는 것은 소통에 편의성을 줄 수 있으나 결과에 대한 “결론”이나 “낙인”은 지양해야 합니다.
실제로 동일한 성격유형이라고 하더라도, 삶에서 선호 경향성과 다르게, 삶의 순간순간 당면하는 더 중요한 가치와 맥락, 의미들이 우리의 성격을 넘어선 책임과 포용으로 적응해 내는 시간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MBTI 성격을 통해 서로의 선호 경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내가 특별히 더 익숙하게 제공했던 우리 집 문화와 방식은 없었는지, 자녀의 성격과 나의 성격의 차이로 그들이 그 차이를 즐겁게, 때론 버겁게 적응하고 있지는 않은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화의 실마리로 활용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성격의 생김새에 대한 정의와 이해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격의 생김새와 다른 시도와 견딤, 해낸 시간들을 서로가 따뜻하게 목격해 주며 소중한 발견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서로가 너무 닮아서 이해되고, 또 매우 달라서 필요했던 이해의 시간들을 소중히 살펴보는 것이 진짜 성격의 생김새를 알아가는 더 깊은 발견이 될 것입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떤 모습으로 발견되고 설명되고 싶었을까요? 우리는 그것을 목격해 주는 부모가 되고 있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의 성격의 기준으로 놓치고 있었을지 모르는 아이들의 소중한 순간을 함께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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