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my Life
리;스펙 히어로
35년간 군에서
갈고 닦은 역량,
사회에서 빛을 발하다
이상웅 예비역 육군 준위
군생활 35년 동안 한결같이 군대 내의 유·무선 통신장비를 운용하며 재해재난 및 유사시를 대비해서 효율적인 통신망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지금은 자신이 군에서 쌓은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해 지하철 역사를 오가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있는 예비역 육군 준위 이상웅 씨를 만났다.
글 양일석 사진 권진혁 영상 오철민
Interview
내 전공은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
대도시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며 도시민의 안전한 이동을 책임지고 있는 지하철에 가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사연을 안고 분주히 발걸음을 옮긴다. 사람들이 무리 지어 한 방향으로 몰려가다가 여러 방향으로 갈라지고, 또 다르게 무리지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다 보면 어린 시절 공원 한 귀퉁이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켜봤던 개미떼가 연상된다. 거대한 지하철 역사가 열차 도착 시간에 맞춰 밀물과 썰물처럼 사람들로 채워졌다 비워졌다를 반복한다.
이 거대한 시스템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각자 역할을 다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정보통신 설비를 담당하는 분야는 지하철 운행에 있어 더 전문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라 생각된다. 코레일테크(주) 곤지암통신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상웅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1987년 11월 21일 육군 하사로 임관하여 2022년 12월 31일 준위로 전역하였습니다. 약 35년간 통신부대에 근무를 하면서 하사에서 상사까지는 통신소장 직책으로 유·무선 통신장비, 전원장비 등의 운용 및 장애시 조치와 교육훈련, 병력관리를 주 업무로 실시하였습니다. 준위로 임관한 후에는 통신장비 교관 직책을 수행하면서 혼과 열정으로 야전과 연계된 실전적인 교육을 실시하여 특기병을 배출하였습니다. 참모 직책을 수행할 때에는 유·무선 통신망 생존성 보장을 위한 계획 및 낙뢰, 태풍, 폭우 등 재해재난 대비 효율적인 통신망 유지에 주력하였습니다.
경강선 곤지암통신사업소의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 업무는 정보통신 설비에 대한 점검 및 장애 발생 시 신속한 정상복구 능력을 유지하여야 하므로 군(軍) 정보통신 업무와 유사하여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책상보다는 현장이 편안한 엔지니어
한 가지 일을 오래하다 보면 기술에 대한 숙련도는 높아지지만 일에 대한 매너리즘도 생기기 마련이다. 짧은 세월도 아니고 자그마치 35년이라는 긴 세월을 통신망 유지를 위해 바쳤으면 지금은 다른 일도 생각날 법한데 전역 후에도 다시 통신설비 유지 일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군대에서 정보통신 병과로 주어진 일을 할 때에도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전역해서 처음에는 잠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일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서 서류를 만지는 일을 하다 보니 좀 어색하고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엔지니어다 보니 실제 장비를 들고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점검하고 장애가 발생했을 때 손상된 장비를 복구하는 일이 좋고, 보람도 느낍니다. 근무 여건은 3교대로 근무하는데 야간 업무를 할 때도 완전히 밤을 새는 것이 아니라 휴식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컨디션에 많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아무튼 지금 하는 일이 마음이 편하고 제 천직인 것 같습니다.”
사회에서도 쓰임새가 많은 정보통신 기술
군대에서 아무리 높은 전문지식을 쌓았다고 할지라도 사회에 나오면 딱히 사용처를 찾지 못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오랜 기간 축적하고 숙련해 온 전문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 다시 처음부터 새로운 일을 배워나가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힘든 일이지만 국가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이다.
다행히 이상웅 씨가 익힌 기능은 현대사회의 첨단에 있는 정보통신과 연계된 기능이라 사회에 복귀하고 나서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다. 그중에서 지하철의 통신망을 관리하는 코레일테크(주)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정보통신 병과에서 근무를 하고 사회에 나오면 다행히도 다른 병과에 비해 직업 선택지가 많은 편입니다. CCTV 업체나 교통 관제하는 곳 등 영화나 TV에서 보면 화면 여러 개를 띄워 놓은 곳이 나오잖아요. 그런 곳은 다 저희 같은 사람을 필요로 하죠. 또 주변 지인들을 보면 건설회사의 감리로 취직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던 중 서울제대군인지원센터의 소개로 코레일테크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집하고도 가까워서 공무직 사원 공개경쟁 채용 모집에 응시하여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믿고 현재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라
현대사회는 너무나도 복잡하게 유기적으로 맞물려서 돌아가기에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이 가진 고유의 역할을 수행하며 함께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지금은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맡은 바 역할을 책임지고 있지만 곧 사회로 진출할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정보통신 병과는 전역 후에도 사회에 나와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많아서 취업에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현재 각자의 업무에 충실하시면서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사회가 필요로하는 지식과 기술을 눈여겨보고 관련된 자격증을 미리 취득하는 것이 전역 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선은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에서 발행하는 기술자경력수첩을 발급받으시고 ‘정보통신 감리 자격증’도 미리 취득하시기 바랍니다. 미래에 불안함을 가지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최선을 다해 해나가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