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my Life
리;스펙 히어로
암에 걸릴 확률보다 높은
교통사고 확률을 낮춘다
안은평 예비역 육군 대위
요즈음 고속도로를 운행하다보면 도로 옆이나 휴게소에서 ‘비트박스’라는 말을 자주 보게 된다. 이는 ‘비상등 켜고 / 트렁크 열고 / 밖으로 대피 후 / 스마트폰으로 신고’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교통사고 발생 시 행동요령이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로부터 소중한 목숨과 재산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예비역 육군 대위 안은평 씨를 만났다.
글 양일석 사진 권진혁 영상 오철민
Interview
고속도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곳
끔찍한 사회적 참사가 잊을 만하면 한번씩 일어나서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목숨과 건강, 그리고 피땀 흘려 일군 많은 재화들을 한번에 앗아간다.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하는 사고현장과 유가족의 모습은 이를 지켜보는 온 국민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고 다시 한번 일상의 소중함을 상기시켜 준다. 한 번 일어난 사고는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사고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한다. 많은 사고들 중에서도 특히 교통사고는 연간 사망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사고이다. 오늘은 고속도로건설관리업을 하고 있는 ‘제이영동고속도로’라는 회사에 근무하며 고속도로상에서 빚어질 수 있는 모든 사고의 예방과 사고 수습의 최일선에서 재난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안은평 씨를 만났다.
“저희 회사는 경기 광주 초월읍에서 강원 원주까지 이어지는 광주-원주고속도로의 운영관리를 담당하는 곳으로, 이용객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물의 점검, 보수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는 국가에서 지정한 ‘국가핵심기반시설’로, 재난에 대비하여 행안부의 주관하에 안전한국훈련과 재난관리평가 등을 실시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서 위험성평가 등 저희 회사 직원들의 안전과 더불어 안전한국훈련 등 재난안전 분야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지켜주는 보이지 않는 손
재난안전관리라는 용어가 쉽게 와닿지는 않는다. 회사의 재난안전담당은 결국은 직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인데 고속도로를 유지보수하는 회사에는 어떠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까?
“언뜻 볼 때에 고속도로에서는 달리는 차만 조심하면 큰 위험이 없어 보이지만 사고의 위험은 언제나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터널팀 같은 경우에는 주로 터널 내에서 전기를 다루는 경우가 많으므로 감전사고 등의 전기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고, 그리고 도로를 지나가다보면 각종 표지판이나 이정표, 또 톨게이트나 도로 위에 전광판 같은 것들을 수리하고 보수하시는 분들은 높은 곳에서 작업을 하므로 전기위험뿐만 아니라 낙상사고 발생 위험도 높습니다. 그리고 사고 처리를 주로 하는 교통순찰대 같은 경우에는 순찰하시다가 교통사고 현장을 만나면 렉카차나 보험회사가 와서 사건이 정리될 때까지 현장을 정리하고 통제해야 하는데 이때 2차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각각의 상황에 따른 사고의 위험성과 이에 대한 예방책들을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사고는 한 가정을 파괴한다
전역 후 재난안전관리라는 낯선 일에 도전했는데 적응하는 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었다.
“재난안전 분야는 군에서 작전 분야와 매우 흡사합니다. 더군다나 안전한국훈련의 경우, 결국 훈련의 형태이기 때문에 해당 업무 프로세스가 군과 거의 동일합니다. 군에 복무하던 당시 정보/작전 분야에서 상당 기간 복무하였기 때문에 처음 실시하는 업무임에도 크게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군에서의 경험 덕분에, 올해 안전한국훈련에서는 104점 만점 중 103.5점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일을 하는 것과 어떠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그 성격이 다르다. 일을 하는 것은 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만 반대로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아무리 노력을 했더라도 한순간에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는지 물어보았다. “제가 어렸을 적 아버님이 사고로 다치셔서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습니다.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사고를 당하면 그 가족 구성원 모두의 삶이 망가지게 됩니다. 그것을 잘 알기에 눈에 보이는 한 사람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한 가정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제가 하는 업무에 만전을 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통한 안전분석 전문가
“새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일 자체가 주는 보람도 크고 제 성격과도 맞는 것 같습니다. 우선은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업무에 익숙해져야겠지요. 우선 내년까지는 ISO나 기업체의 기업 연속성 계획 같은 것들을 직접 해보면서 경험을 쌓을 생각입니다. 그 다음은 재난안전 분야에서 전문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각종 자격증 및 석사학위를 도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은 안전 분야에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많은 효과를 보고 있는데 향후에는 저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안전관리 쪽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수많은 사고를 통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잃어가고 있다. 비록 지금 첫 걸음마를 떼었지만 훗날 안은평 씨가 재난안전관리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우리나라가 안전한 나라가 되는데 한 축을 담당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