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Live
오늘도 ESG
비움으로 채우는 하루
11월 29일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라는 기념일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모두가 저렴한 물건을 노리는 ‘블랙프라이데이’ 문화에 맞서는 특별한 날이다. 무엇을 ‘하지 않는’ 기념일은 왠지 낯설지만, 오히려 동참하기에 더 쉬울지도 모른다.
정리 편집실
1
2024년의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은 11월 29일이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이기 때문에 매년 날짜가 변동된다. 많은 날짜 중에서 추수감사절 다음 날로 정해진 이유는 이맘때 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 선물을 챙기기 위해 소비가 증가하면서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로 불리는 대대적 할인 행사가 미국에서 행해지기 때문이다. 블랙프라이데이가 되면 사람들은 할인에 혹해 사지 않아도 될 것까지 전투적으로 사들인다.
이러한 소비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1992년 캐나다의 광고업계 종사자 테드 데이브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을 시작하게 됐다. 자신이 만드는 광고가 사람들을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을 느낀 것이다. 이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해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부터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의 제안으로 매해 전개되고 있다.
2
축제를 방불케 하는 블랙프라이데이는 누군가에게는 즐거운 날이겠지만, 환경 면에서는 부정적인 행사로 알려져 있다. 우선 할인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사용하지도 않을 불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서 자원이 낭비되는 문제가 있다. 전자제품 등은 폐기 시 오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의 포장재로 인한 오염도 무시할 수 없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온라인으로까지 확장되어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하도록 만들고 있다. 큰 폭으로 증가하는 물류 운송량은 다양한 문제를 초래한다. 주문된 물품을 모두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과로하게 되고, 온라인 판매로 인해 수많은 물품을 전 세계적으로 배송하면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여 탄소 배출이 증가한다. 지구에도, 우리에게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은 날이다.
3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날에 진행되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은 그래서 뜻깊다. 이날에는 말 그대로 물건 구매를 하지 않으면 된다.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 등 에너지 절약을 통해 소비를 줄일 수도 있다. 물건을 사지 않는 것 자체는 바로 눈에 띄지 않는 행동이므로, 쇼핑몰 앞에서 침묵 시위, 퍼포먼스, 거리 예술을 통해 캠페인을 알리기도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대안적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프리건(Free-gan)’으로 불리는 이들은 쓰레기 더미로 뛰어든다. 소매상점의 쓰레기통에는 문구류나 세제 등 생필품도 있고, 유통기한이 지나 판매할 수 없게 되었을 뿐 깨끗하게 포장되어 평범하게 소비가 가능한 음식들도 버려져 있다. 프리건은 이러한 물품들을 찾아서 소비하며 자본주의 산업화에 저항한다.
4
우리가 프리건의 생활방식을 삶에 녹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의외로 일상 속 가까운 곳에 소비를 줄이는 방법이 있다. 바로 중고장터다. 가까운 곳에서 직거래하는 것이 편하다면 ‘당근마켓’ 앱을 둘러보자. 지역 내 생활정보 공유 및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찾는 물건이 당근마켓에 없다면 전국 단위의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면 된다. ‘번개장터’와 ‘중고나라’ 등이 대표적이다.
중고 의류를 판매하고 싶으나 판매 과정이 번거롭다면 중고 의류 전문 리커머스 플랫폼 ‘차란’을 이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앱을 통해 수거 신청만 하면 수거, 클리닝, 촬영, 판매, 배송까지 전 과정을 대신 진행해 준다. 중고장터를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비용도 절약하고 불필요한 생산을 줄여 환경도 지킬 수 있으니,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기념하여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