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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하늘 위에
다시 그리는 이륙선
드론 수석교관으로 시작한 ‘두 번째 비행’
장훈빈 예비역 육군 대위
끊임없는 도전은 결국 새로운 길을 만든다. 장훈빈 예비역 육군 대위는 유도선수에서 군인의 길을 거쳐, 전역 후 드론 분야에서 인생 2막을 열었다. 철저한 준비와 확신으로 비상에 성공한 그는 지금 수많은 교육생의 비행을 돕는 교관이자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제복을 벗은 뒤에도 멈추지 않는 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 박선경 사진 최다영

장훈빈
예비역 육군 대위
JA N G H U N B I N


유도 도복에서 군인의 군복으로
어린 시절 그는 단조로우면서도 질서 있는 삶을 살아왔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유도선수로 활동하며 하루 대부분을 학교와 훈련장에서 보내는 일상이었다. 특별한 추억보다는 매일 반복되는 훈련이 있었지만, 그 속에서 끈기와 인내심, 절제와 자기통제라는 귀한 자산을 체득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뜻하지 않은 어깨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중단하게 되면서 삶은 다시 갈림길에 놓였다.
“유도를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는 빠르게 방향을 바꿨다. ROTC 51기와 군장학생 시험에 모두 합격하며 군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항상 묵묵히 자신을 응원해 준 부모님 덕분이었다. “음악 특기생인 누나와 체육 특기생이었던 저를 뒷바라지해 주신 부모님께 늘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 마음이 지금까지도 제 삶을 밀어주는 원동력입니다.”



포병 장교로 책임을 배우다
2013년 그는 포병 소위로 임관하여 파주에 위치한 2기갑여 단 포병대대에서 초임 장교로 군 생활을 시작했다. 관측장교, 전포대장, 사격지휘장교를 거쳐 포병 운용의 전반을 익혔고, 이후 6포병여단 9포병단에서 포대장으로 지휘 책임을 맡았다. 수많은 훈련과 실전 같은 상황 속에서 사람을 다루는 법, 정보를 정확히 정리하고 전달하는 법,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을 끝까지 지는 자세’를 배웠다.
“군 생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후보생 시절 수류탄 투 척 훈련이었습니다. 폭우 속 야외에서 먹던 된장국 한 숟가락 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숟가락을 수십 번 떠도 줄지 않던 그 국물처럼, 그날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더군요.”
그는 군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능력의 100% 이상을 발휘했고, 그때 밴 습관은 사회에 나와서도 변함없이 유지되 며 열심히 살아가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6년 4개월의 군 생 활은 그에게 리더십과 실무 감각을 길러주었고, 새로운 환경 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만들어주었다.
전역을 결심하고 나를 재설계하다
군복을 벗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그는 한 가지 질문 앞에 섰다. ‘나는 과연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사람일까?’ 당장 눈앞에 닥친 것은 취업, 결혼, 학위, 자격이라는 네 마리 토끼였다.
전역을 3개월 앞두고 신혼생활을 시작한 그는 가정과 커리어를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혼란 속에서 우선순위를 나눴습니다. 마인드맵을 수십 장 그리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를 분석했어요.”
처음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명확히 그릴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한 객관화, 특히 단점을 직시하는 데 오래 걸렸다.
하지만 그 시간 덕분에 지금도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기”를 잊지 않는다. 드론 분야를 선택하게 된 것도 그런 치열한 고민의 결과였다. 2017년 무인기 관련 법률 제정이라는 시점을 산업 초기로 판단하고, 정보 수집과 현장 방문, 취업 가능성 분석을 반복했다. 기술직, 그리고 유망직업이라는 두 가지 확고한 조건을 충족하자 드론 공부에 몰두했다

드론이라는 새로운 하늘에 착륙하다
2022년부터 그는 국토교통부 지정 전문교육기관인 남양주시드론항공협회의 사무국장이자 드론항공센터 수석교관으로 근무 중이다. 드론 국가자격과정의 이론 수업, 실기 비행지도, 평가는 물론 국가자격증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며 새로운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가고 있다. 협회는 드론항공센터, 드론방재단, 드론지원단, 드론스포츠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군과 협약을 맺어 도발 상황 및 예비군 훈련을 지원하고 경기북부 지역의 산불감시와 폐기물 순찰, 청소년 진로체험 교육까지 사회적 역할에도 충실히 임하고 있다.
특히 그는 경기북부제대군인지원센터의 멘토로 활약하며 드론에 관심 있는 제대군인들에게 차근차근 도움을 주고 있다. 자신이 겪었던 전역 후의 혼란과 고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드론학과 교수와 공직전환을 목표로 매일 늦은 밤까지 논문 작성과 자격증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오는 8월에는 예비역 소령으로 진급하는 기쁨도 누리게 됐다.
“제복을 벗은 순간부터 진짜 비행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더 높고 더 멀리 비상할 준비를 계속해 나갈 겁니다.”
유도선수에서 군인으로, 그리고 드론 전문가로. 그의 인생은 마치 하늘을 나는 드론처럼 때로는 방향을 바꾸고, 때로는 높이 상승하며 자신만의 비행경로를 만들어가고 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도전하는 것입니다.”
그의 마지막 조언이 오래도록 귓가에 맴돈다.
1. 선택의 순간, 최선을 택하라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
완벽한 선택은 없다. 대신, 그 순간의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행하자.
2.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
실패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실패 속에는 반드시 배움이 있고, 그것이 곧 다음 성공의 밑거름이 된다.
3. 경쟁력은 스스로 만드는 것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력, 경력, 자격, 이 세 가지를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하고 성장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