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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쪽상담소
N잡러,
지속 가능한 삶일까요?
Q
안녕하세요. 전역 2년 차 30대 청년입니다. 저는 ‘작곡가’가 희망 직업이지만 현실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택배업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데요. 그럴수록 마음이 불안합니다. ‘영영 작곡가가 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들고, 택배업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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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작가
안녕하세요. 현재 ‘청소부’로 생계를 꾸리며 ‘작가’도 병행 중인 김예지 작가입니다. 이 질문을 받으니 제가 청소일을 시작했던 때가 떠오를 만큼 많이 공감되네요. 저도 ‘그림을 그리는 작가’ 로 생계가 막막해 처음 청소일을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막상 시작했어도 이 일을 하는 게 맞는지, 그림에만 매진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도 벌써 청소일과 작가 일을 병행한 지 9년이 넘었네요. 처음 고민이 무색하게 말이죠.
저에겐 확실히 생계가 보장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성향에 맞았어요. 무조건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좋아하는 일만 주야장천하며 무책임하게 부모님에게 손 벌리진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이후엔 신기하게도 청소일이 제가 그림을 그리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그 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됐거든요. 참 재밌죠? 질문 주신 분도 내가 어떤 직업 한 가지만 꼭 이루겠다라는 마음보단, 지금 상황에 맞게 생계로 택배업을 두고 시간을 내 작곡가도 포기하지 않고 쭉 해보심이 어떨까 싶어요. 택배업에서 얻은 영감으로 작업을 할 수도 있고요. 꼭 다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말고 절대 연결될 수 없어 보였던 직업을 스스로 유연하게 연결하는 방법도 찾아보세요. 어떻게 보면 다양한 직업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것도 꽤 재미있는 삶 아닌가요?
Q
어떤 식으로 일을 분리하여 생활하시나요? 저는 택배업을 주 4일 하고 있는데, 작곡일은 딱히 정해진 날은 없어 택배업을 쉬는 날 주로 작업을 하고 있거든요. 작가님의 분리 방법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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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작가
저도 작가 일이 없을 땐 주 6일 청소일을 했어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요. 대신 주 6일 모두 일을 많이 하면 그림을 그리거나 제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없으니, 요일마다 조금씩 일의 분량을 조절했어요. 월, 수, 금은 대체로 일을 많이 했다면 화, 목, 토는 오전 11시면 일이 끝나게 조절했죠. 그래야 제가 하고 싶은 일도 병행할 수 있었으니깐요. 그리고 그 이후 작가 일이 늘어나면서 청소일은 주 6일에서 현재는 주 3일만 하고 있어요. 사흘 청소일을 하고 그 외엔 작가 일을 해요. 즉, 요일로 아예 일을 분리하여 생활하고 있답니다.
아무래도 저는 청소일을 하고 와서는 에너지가 없어 다른 일을 하기 힘들더라고요.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고 몸을 많이 쓰는 직업이잖아요. 질문하신 분도 택배업을 하고 계셔서 어떻게 보면 저와 근무 환경이 비슷하네요. 일찍 움직이시고 몸을 많이 쓰는 특징이 말이에요. 그리고 현재 주 4일을 하고 계신다면 제가 했던 방법처럼 택배업을 하지 않는 날은 작곡가로서 나아갈 수 있는 공부를 한다든지 포트폴리오를 만들든지 그날만큼은 확실히 작곡하는 데 비중을 두면 좋을 것 같아요. 애매하게 택배하는 날까지 작곡하며 에너지를 소모하기보단, 주 4일 택배업을 한 후는 확실히 쉬어주고, 그 외 나머지는 작곡에만 매진하며 자신의 에너지를 잘 분배하는 것이죠. 괜히 불안하다고 매일 몸을 혹사하는 것보단 잘 쉬어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일에도 더 큰 도움을 주니까요.
Q
사실 택배업을 하는데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시선 때문인데요.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시고, 전역 후 새로운 꿈을 꾸는 게 늦은 게 아니냐는 핀잔도 자주 듣습니다. 작가님도 청소일을 하며 그런 고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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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작가
처음 시작할 때 특히나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시선들이 처음이고 거기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몰랐거든요. 그리고 부모님에게도 참 미안했어요. 좀 더 떳떳한 자식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요. 그러나 당장 생계가 필요한데, 그 시선 때문에 필요한 일을 그만둘 순 없었어요. 거기다 청소일은 저에게 잘 맞았거든요. 좀 험한 일이지만 상사나 동료 스트레스도 없고 야근도 없고, 문제가 생기면 혼자서 잘 해결하면 되는 일이어서, 회사에 다니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보다 딱 그 ‘사회적 시선’만 빼면 ‘아주 잘 맞는 직업’이었어요. 질문자 분도 택배업이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를 고민하는 건 자신의 문제지만, 다른 이들의 말이나 시선은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그러니 택배업이 잘 맞고 작곡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보태자면 직업이란 것이 꼭 한 가지일 필요도 없고, 그게 어렸을 적부터 꼭 이루고 싶던 직업이 아니어도 된다는 거예요. 이루고 싶은 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고, 잘 맞지 않는다면 다른 일을 찾아볼 수도 있고요. 그리고 현재 저처럼 N잡러로 살 수도 있죠. 요즘은 스스로 뽐낼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해서 여러 가지 직업을 갖기 좋은 시대이기도 하죠. 저 또한 청소일은 생계로, 작가 일은 ‘독립출판’을 통해 시작해, 그 책을 계기로 강연, 강사, 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됐지요.
하시는 일 모두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잘 유지할 수 있길 바라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