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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E 산업, 국제회의가 만드는 새로운 일자리
APEC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MICE 산업의 세계
2025년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년 APEC 정상회의는 단순한 국제회의가 아니다. 아시아·태평양 21개 회원 정상이 모이는 이 행사를 계기로 경주는 ‘국제회의도시’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뒤에는 연 43조 원 경제효과와 64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거대 산업, ‘MICE’가 있다. 단순한 회의 개최를 넘어 도시 전체를 변화시키는 MICE 산업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직업 세계를 들여다봤다.
글 편집실


하나의 회의가 만드는 ‘도시 혁신’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박람회(Exhibi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용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네 글자로 압축하기엔 너무 크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MICE 산업의 경제 파급효과는 43조 원, 고용유발효과는 64만 명에 달했다.
하나의 국제회의가 열리면 숙박·교통·외식·관광은 물론 통역·기획·디자인·기술 분야까지 연쇄적인 경제효과를 낳는다.
과거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부산은 ‘국제회의도시’로 인정받으며 해운대 일대가 급성장했다.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는 동대문디자인 플라자(DDP) 건설과 강남 일대 인프라 재정비를 이끌었다.
2012년 여수 엑스포는 여수를 지방 소도시에서 국제관광도시로 탈바꿈시켰다.
이제 그 바통이 경주로 넘어왔다. 천년 고도의 문화유산과 첨단 회의시설이 만나는 지점에서, 새로운 MICE 허브가 탄생할 준비를 하고 있다.
88올림픽부터 세계 2위까지, 성장하는 K-MICE
한국의 MICE 산업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본격 시동을 걸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코엑스, 킨텍스, 벡스코 등 대형 국제전시장이 잇따라 건설되며 하드웨어 기반이 완성됐다. 여기에 국제회의기획사(PCO) 제도가 정착하면서 소프트웨어 역량도 함께 성장했다.
그 결과는 놀랍다. 국제협회연합(UIA)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2016·2017년 세계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며, 최근 10여 년간 꾸준히 세계 2~3위를 유지하며 미국·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명실상부한 ‘MICE 강국’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 MICE 산업의 진화 방향이다. 단순한 회의 개최에서 벗어나 디지털 전환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접목한 ‘미래형 MICE’로 나아가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하이브리드 회의, 메타버스 전시, 탄소중립 행사 운영은 이미 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MICE가 만드는 다양한 직업들
MICE 산업의 매력은 다양성에 있다. 하나의 국제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기획자부터 기술감독, 통역사부터 디자이너까지 수십 개 직종의 전문가들이 협력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직종들이다. 메타버스 전시를 기획하는 ‘VR 콘텐츠 기획자’, 친환경행사를 설계하는 ‘지속가능성 매니저’, 글로벌 참가자들의 실시간 소통을 돕는 ‘AI 통역 솔루션을 관리·운영하는 전문가(일명 AI 통역 코디네이터)’ 등이 그것이다.
MICE 산업 핵심 직업군과 진입 방법
직업군 | 주요 역할 | 진입 방법 |
---|---|---|
컨벤션 기획자(PCO) | 국제회의·전시 전반 기획·운영 | 관광·MICE 전공, 국제회의기획사 국가 자격증, 현장 경력 |
전시·박람회 디자이너 | 전시 부스·공간 연출, 브랜드 홍보 | 디자인 전공, 3D 디자인 소프트웨어 (CAD·3D Max·Rhino 등) 활용 |
통역·번역 전문가 | 국제회의 동시통역·문서 번역 | 어학 능력, MICE 통번역 전문 교육 과정 |
이벤트 기술 감독 | 음향·영상·조명·무대 관리 | 방송·무대 기술 경력,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 |
MICE 관광 가이드 | 대표단 전용 관광·문화 체험 안내 | 관광통역안내사 국가자격증, 지역문화 이해 |
ESG·지속가능성 매니저 | 친환경 회의·탄소중립 운영 관리 | 환경·지속가능경영 관련 학위, 국제기구·기업 경험 |
전공자가 아니어도 괜찮다, MICE 진출 로드맵
MICE 업계 진출 경로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관광·MICE 전공자에게만 문이 열려있는 것이 아니다. 정통 코스는 대학·전문대학의 관광학과나 MICE 관련 학과를 졸업한 후 국제회의기획사(PCO)나 전시전문기업(PEO)에서 인턴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국제회의기획사 자격증, 관광통역 안내사 등 국가공인 자격을 취득하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융합형 진입도 가능하다. IT 전문가는 하이브리드 회의 기술 분야로, 디자이너는 전시 공간 연출 분야로, 환경 전문가는 ESG 행사 기획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특히 제대군인이나 경력 전환자에게는 체계적인 조직 운영 경험과 위기관리 능력이 큰 장점이 된다.

MICE 전문가가 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경주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기회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둔 경주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대규모 숙박시설이 확충되고, 교통 인프라가 정비되며, 수천 명의 정상단·수행단·기자단을 맞을 준비
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는 단순한 임시직이 아니다. 국제회의 운영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 인력들은 경주를 거점으로 동남권 MICE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 자산이 될 것이다.
특히 청년층에게는 글로벌 무대를 경험할 기회가, 경력 전환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년 고도 경주가 ‘미래 MICE 도시’로 도약하는 순간, 그 중심에는 새로운 꿈을 품은 MICE 전문가들이 서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