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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있는 여정
색과 바람과 울림을 따라 걷는 길
경남 통영
푸른 바다와 언덕, 그리고 오래된 골목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도시, 통영.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이 있던 이곳은 충청·전라·경상 삼도의 수군을 지휘하던 본영이었다.
‘병기를 씻고 나라를 지킨다’는 뜻의 세병관을 중심으로, 알록달록한 벽화로 가득한 동피랑과 문학 향기가 흐르는 서 피랑, 그리고 이순신 장군의 호국 정신이 깃든 이순신공원까지.
바다와 예술, 그리고 역사가 공존하는 통영의 길 위에서는 시간마저 천천히 흐른다.
글 박선경 사진 박진형


세병관, 통제영의 숨결을 품다
통영의 이름은 ‘삼도수군통제영(統制營)’에서 유래했다. 세병관은 그 통제영의 중심 건물로, 충청·전라·경상 삼도의 수군을 총괄하던 객사였다. 1605년(선조 38년) 제6대 통제사 이경준이 완공한 이 건물은 현재 국보 제30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웅장한 팔작지붕과 넓은 마루가 인상적이다. 조선시대에는 수군 장수들이 모여 작전을 논의하고 임금의 교지를 전달받던 장소였다.
지난 9월 26일부터 10월 26일까지 이곳에서는 국가유산의 이야기에 첨단 미디어 기술을 더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 통제영, 평화의 빛’이 열렸다. 적을 무찌르는 힘보다 사람을 지키는 의지를 택한 통제사와 수군의 이야기가 빛과 영상으로 되살아나며, 통영의 역사와 문화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세병(洗兵)이라는 이름에는 ‘은하수 물을 끌어와 병장기를 씻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세병관은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당시 일본이 이곳을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동안, 통영은 박경리, 유치환, 윤이상 등 세계적인 예술인을 배출한 예향으로 성장했다.

동피랑, 색으로 살아난 마을
세병관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걸으면 알록달록한 벽화로 가득한 동피랑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피랑’은 ‘벼랑’을 뜻하는 통영 사투리이며, 이곳은 국내에서 벽화마을 운동의 시초가 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철거 위기에 놓였던 마을이 주민과 예술가들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났다. 전국의 미술대학 재학생과 작가들이 참여해 낡은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고, 지금은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2년마다 새로운 주제로 벽화를 다시 그리며 늘 새로움을 더 하고, 소품 가게와 커피숍, 향기 가게, 음식점 등이 골목마다 이어져 정겨운 풍경을 이룬다. 당시 일본이 이곳을 교육 공간으로 활용하는 동안, 통영은 박경리, 유치환, 윤이상 등 세계적인 예술인을 배출한 예향으로 성장했다.

서피랑, 바람과 계단이 만든 길
동피랑에서 시선을 돌리면 맞은편 언덕 위로 서피랑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피랑은 통영의 작가들이 남긴 예술의 흔적을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99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통영의 문학정신을 상징하는 흔적들이 이어진다. 시인 유치환의 시비와 함께 소설가 박경리의 생가가 자리해 문학의 향기를 더하고, 담장마다 새겨진 시구는 한 걸음마다 여운을 남긴다. 계단을 다 오르면 통영항과 미륵산이 잔잔히 시야에 들어온다. 화려한 전망 대신, 오래된 지붕과 골목을 따라 스며드는 사색의 풍경이 이곳의 진짜 매력이다


통영중앙전통시장, 꿀빵의 달콤한 향기
통영의 삶과 맛이 고스란히 담긴 통영중앙시장은 항구의 활기와 사람 사는 냄새로 가득하다. 신선한 해산물과 충무김밥, 굴국밥이 가득한 시장 골목에서는 그 지역 특유의 생활 리듬이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건 꿀빵이다. 시장 초입의 꿀빵집마다 줄이 늘어서고, 따끈한 꿀빵 한 입에 달콤함과 바다의 소금기가 어우러진다. 그 맛은 여행의 피로를 녹이고, 통영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을 전한다 .

이순신공원, 바다 위의 영웅을 만나다
서피랑에서 차로 10분가량 이동하면 이순신공원에 닿는다. 이곳은 통영 앞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로, 한산도와 죽도, 비진도, 방화도 등 570여 개의 섬이 눈앞에 펼쳐진다. 공원 중심에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위풍당당히 서서 통영항을 굽어보고 있으며, 장군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여전히 한산대첩의 바다가 고요히 빛난다. 이순신공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통영이 조선 수군의 중심이자 나라를 지킨 영웅의 도시였음을 상기시키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Tip. 여정별 정보
세병관
경남 통영시 세병로 27 /
09:00~18:00, 연중 무휴
동피랑 벽화마을
경남 통영시 동피랑1길 6-18
서피랑 마을·9
경남 통영시 충렬로 22
이순신공원
경남 통영시 멘데해안길 205
통영중앙전통시장
경남 통영시 중앙시장1길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