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my Life
리;스펙 히어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꿈을 응원하다
최홍균 예비역 해군 상사
바야흐로 자격증의 시대이다. 실력과 상관없이 우선은 자격증으로 나를 증명하고 시간을 들여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 통신병과 출신이지만 조금은 낯선 전기 분야에서 꿈을 좇는 다른 사람들을 응원하고, 실기 과정을 지도하고 있는 예비역 해군 상사 최홍균 씨를 만났다.
글 김현정 사진 권진혁 영상 최다영
Interview
하얀 세일러복에 반하다
최홍균 씨를 만나기 위해 한국전기학원 전기기능사 실기반의 문을 열었다. 강의실 뒤편에는 굵기와 색이 다른 전선뭉치가 쌓여있고 책상 위에도 각종 전기 장비와 자재가 놓여 있었다. 아래 위로 하얀 옷에 하얀 운동화를 신은 최홍균 씨가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맞아준다. 하얀 옷이 눈에 띄어 의상 콘셉트에 대해 물어보았다.
“저는 해군부사관으로 입대하여 33년간의 해군생활을 마치고 올해 3월 말일 정년퇴직했습니다. 제가 흰색을 좋아하는데, 외출이나 외박을 나온 수병들의 하얀 세일러복에 반한 것도 해군 부사관을 지원한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지금도 하얀색 옷을 자주 즐겨 입습니다.”
통신병과에서 전기기능사 실기강사로
남을 가르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마이크를 잡고 강단에 서서 전문 자격증, 특히 실기 분야를 가르치는 것은 오랜 기간 현장에서 축적된 기술과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전기기능사 실기반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최홍균 씨는 이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가지고 있을까?
“저는 33년 군생활 하는 동안 쭉 통신 분야에 근무해서 전기 쪽은 거의 문외한이었습니다. 작년 8월부터 전기기능사 공부를 시작해서 9월에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11월에 실기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31일에 전역했고, 4월 1일부터 전임교수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잠시 현실감각이 없어지고 멍해진다. 현장경험도 없이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해당 분야의 실기반 전담교수가 되다니? 바로 지금 근무하는 이 학원에서 전기기능사 시험을 합격했기에 경력을 부풀릴 수도 없을 텐데 어떻게 된 일일까?
“제가 여기에서 위탁교육 과정 중에 선배님들의 추천으로 학급 반장을 맡게 되었고, 각종 정보나 전달사항 등을 교육생들과 잘 공유하고 전기에 생소한 교육생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등 반장으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신 원장님께서 2024년 3월경에 저에게 연락을 하셔서 전기기능사 실기과정 강사를 해 볼 생각이 있냐고 권유를 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전기강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였지만 원장님께서 군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시고, 저 또한 군생활 중 경험한 텔렉스 정비교관 생활과 각종 함형별 직별장을 거치면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교육해 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강단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전기기능사 과정을 하면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부분이나, 어렵고 실수가 많았던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나만의 강의 방식을 정립하여 원생들을 열심히 지도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신뢰가 가면 갓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에게 전임교수 자리를 제안할 수 있었을까. 직접 보지 않았어도 그가 교육받는 동안 얼마나 성실하고 열심히 교육을 받았을지 짐작이 간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상대방을 배려하며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에서 최홍균 씨에게 강사 제안을 한 원장님의 마음에 수긍이 갔다.
전문가를 가르치는 초보자의 Know-how
어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다 큰 성인들, 그중에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육생도 있을 텐데 초보강사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했다.
“전기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오시는 분들은 굉장히 교육하기가 편해요. 나만의 방식으로 교육하면 되니까. 그런데 전기 일을 30년, 40년씩 하다 자격증이 필요해서 오신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은 자기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서 제가 시험에 필요한 부분을 가르쳐 드려도 현장에서는 쓸모없는 일이라며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세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과 현장일은 차이가 있는데, 교육생이 아무리 현장경험이 많아도 제 의견을 듣지 않으시면 자격증 취득을 못 하시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지금 교육받으시는 분이 저보다 전기 분야에서는 선배님이시고 저보다 경험도 많으시다고요. 그래서 저는 전기 일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이 전기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지도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제가 교육하는 것을 믿고 따라주셔야 한다고요. 제 의견을 듣지 않으시고 시험에 떨어지는 분들을 보면 참 안타깝죠. 그래서 초반에 조금 힘들더라도 교육생들을 위해서 기선을 제압하려고 합니다.”
100세 시대에 전역 이후의 삶을 설계하라
“직업군인은 타 직종에 비해 굉장히 젊은 나이에 퇴직을 하게 됩니다. 퇴직이 다가오면 퇴직 후 나는 뭘 하지? 하는 걱정과 의문이 항상 들기 마련입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여러 후배님들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무얼 잘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적성에 맞는지 잘 판단하시고, 퇴직 전에 미리 공부하고 준비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전역을 앞둔 모든 후배님들에게 국가보훈부의 제대군인지원센터를 추천드립니다. 형식적인 도움이 아니라 교육정보와 취업정보, 교육비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담당 주무관님들과 같이 고민하고 취업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제대군인지원센터 덕분에 교육비를 지원받으며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취업을 하여 만족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많은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