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Live
무엇이든 물어보살
오늘 기필코 자고 싶은
당신에게
글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Q.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곧 제대를 앞두고 있는 직업 군인입니다. 직업 군인 이외에는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삶을 생각할 때 막연한 불안감을 느낄 때가 있고, 이런 불안은 특히 자기 전에 각종 잡념의 형식으로 저를 괴롭힙니다. 그러다 보니 자려고 누워도 쉽게 잠들기 어렵고, 어떤 날에는 몇 시간 뒤척이다가 자는 날도 있습니다. 가끔은 밤에 마음이 답답하면 휴대폰에서 영상을 보게 되는데, 숏을 넘기다 보면 몇 시간씩 지나 새벽이나 돼야 잠드는 날도 많습니다. 그런 날이면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하루가 멍하게 지나가게 됩니다.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A.
나의 잠 문제는 심각한가?
‘불면증’이라는 단어는 잠을 못 잘 때 쉽게 사용하지만, 과연 내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 수면 문제가 심각한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불면증이라는 수면 장애는 보통 3가지 증상을 동반할 때 사용돼요. 첫 번째, 잠들려는 의도로 침대에 누워서 불을 끈 후,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이상으로 수면 개시의 문제가 있어요. 두 번째, 잠은 우선 들었지만, 한밤중에 깨서 다시 잠드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을 초과했을 때 생기는 수면 유지의 문제가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계획했던 기상 시간에 비해 너무 일찍 일어났는데, 다시 잠들지 못하고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조기 증상이 있어요. 예를 들어, 7시에 기상하기로 했는데 4시쯤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이런 경우예요. 이런 불면 증상은 생각보다 흔하고, 3명 중 1명은 간헐적으로 잠을 잘 못 잔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증상만 있다고 무조건 병원으로 달려 가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이런 증상이 일주일에 최소 3번, 그리고 3달 이상 지속이 됐으며, 낮 동안에도 잠 문제로 인해 집중을 잘 못 하거나, 잠 때문에 스트레스 받거나 쉽게 예민해진다면 ‘불면 장애’를 의심해 볼 수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내 낮과 밤이 잠의 포로가 되어 괴롭다고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수면전문의가 있는 병원이나 불면증 치료를 해주는 심리상담소를 방문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추천해요.
수면을 예열하자
하루를 바쁘게 지내다 보면, 잡념이 가장 많이 생기는 시간이 밤 시간인 것 같아요. 밤이 되면 몸이 바쁜 것은 적어지고, 머리가 복잡해지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침대에 눕게 되면 갑자기, 살면서 가장 억울했던 일들, 저번 주 했어야 했는데 깜빡한 것들, 내일 해야 할 일 목록화, 그리고 미래에 대한 온갖 파국적인 생각이쭉 펼쳐지면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쉽게 잠들지 못하는 마음 상태가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복잡해진 머리 때문에 오랫동안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현재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거나,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면 이런 증상들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 있어요.
이런 경우엔, 수면을 충분히 예열해 주는 것이 중요해요. 잠이라는 것은 스위치처럼 껐다가 켤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우리의 낮과 밤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낮에 있었던 일로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낮과 밤을 구분해 주는 마음속의 방파제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하루를 마무리해 주세요. 자기로 계획했던 한 시간 전 쯤에 하루의 긴장을 어느 정도 풀어주며, 목표가 없는 활동을 해보세요. 사람마다 수면을 예열할 때 즐기는 활동은 다양하지만, 어떤 분들은 독서를 하고, 어떤 분은 차를 마시며 차분한 음악을 선호하고, 어떤 분은 명상과 기도를 해요. 이 기회를 통해 본인만의 수면 예열을 할 수 있는 활동을 개발하여, 자기 전에 잠이 나를 찾아올 수 있게 레드 카펫을 잘 깔아주세요.
잠만 자는 침대를 만들자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는 방법을 배우게 돼요. 배운다는 것은, 전통적인 의미로 수업을 듣는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신생아 때부터 졸리면 부모는 아이를 침대에 눕히게 됩니다. 태어난 후, 졸리거나 잘 때 침대에 누워있는 횟수가 반복될수록, 우리의 뇌는 “잠 = 침대”라고 각인을 하게 되며, 특별히 졸리지 않아도 잘 자는 사람들은 침대에 들어가면 쉽게 잠들 수 있게 돼요. 그런데 침대에서 잠이 아닌 다른 활동들, 예를 들어 휴대폰 영상 시청, 업무, 독서, 걱정 등을 하게 되면, 우리 뇌에서 “잠 = 침대”라는 공식이 희미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잠과 부부관계 이외의 활동은 침대에서 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잠만 자는 침대를 만들어, 우리의 뇌는 침대가 잠과만 연결이 된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시켜주는 것이에요.
특히 요즘 휴대폰을 침대에서 보는 분들이 많은데, 자극적인 내용들을 보다 보면 오히려 각성이 되어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해요. 그리고 잠을 자는 침대에서 휴대폰 사용을 반복하다보면 뇌도 침대를 잠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하는 곳이라고 인식하게 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휴대폰은 침대가 아닌 곳에서 사용한 후, 침실 밖에 두고 올 것을 추천합니다. 휴대폰 콘텐츠도 너무 자극적인 내용이 아닌, 시작과 끝이 분명한, 약간은 지루한 내용의 영상을 추천드려요. 요즘 영상의 알고리즘들이 너무 똑똑해서 어떻게든 잠을 깨워가며 영상 시청을 연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무서운 함정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게 좋겠어요.
잠을 잘 자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묻는 분들이 있어요. 잠을 잘 자게 되면 우리 몸에서 혜택을 받지 않는 곳은 한 군데도 없어요. 우리의 심장 기능, 혈액순환, 대사 기능, 면역, 정신건강 등 모두 잠만 잘 자도 우리가 지킬 수 있어요. 반면에 잠을 잘 못 자게 되면, 우리의 몸 중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곳도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몸과 마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것은, 잠을 잘 자는 것입니다.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잠을 줄여가며 나의 성공을 도모해야 할 것 같지만, 수면을 가치롭게 여길 때 비로소 나의 낮도 편안하고 총명하게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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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개
국내 1호 수면 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전문가.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저서로 《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우는 책》, 《당신을 위한 수면 큐레이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