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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A.I의 시대 자기다움 찾기 –
오리지널리티
아침 운동을 하면서 유튜브에서 ‘플레이 리스트’를 재생했다.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너무 좋은 곡이 들려서 멈추고 제목과 가수를 찾아봤다. 없다. AI가 작곡한 노래였다. 어떤 외국인이 할머니에게 영어 표현을 알려주는 짧은 영상을 봤다. ‘오 콘셉트 좋은데~’하면서 다시 돌려봤다. 뭔가 좀 어색하다 싶었다. 역시나. AI로 만든 영상이었다.
챗 GPT와 함께한 지 벌써 3년째가 되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점점 AI가 만든 콘텐츠들로 덮여가고 있다.
글 이임복

2025년 8월 초 ‘나노 바나나’라는 이름의 이미지 생성 AI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생성형 AI들에게 가장 어렵다고 여겨지던 ‘기존 첨부한 이미지에서 일부 내용만 바꾸는 - 일관성’ 유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이 모델을 만들었는지를 모두들 궁금해 했고 1주일이 지나 알게됐다. 구글이었다. 이제는 누구나 구글의 AI ‘제미나이’를 통해 다양한 제품과 모델을 합성하거나 유명인들의 모습을 합성할 수 있게 됐다.(그것도 무료로!) 예를 들어 ‘빌게이츠와 셀카 찍은 모습’이라고 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합성 사진을 만들어준다. 나 역시 이 기능이 소개되자마자 만들어봤다. 무서울 정도였다. 너무 자연스러우면 자연스러울수록 두려움 역시 커졌다.
‘이래도 괜찮은걸까?’
물론 괜찮지 않다. 다행스럽게도 더 많은 혼란이 야기되기 전에 이 기능은 차단되어 더 이상 유명인의 모습은 합성할 수 없다. 하지만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언제든 할 수 있지만 ‘하지 못하게’ 해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미 사이버 세상 속에선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버렸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한 인터뷰에서 사전 질문을 받고 여러 번 고민했다. 뭐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창의성’입니다. 라고 이야기해야 할까? 나 역시도 그렇게 이야기했었다. 2016년 알파고 이후 잠시. 하지만 지금은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에 대해 알아갈수록 결국 ‘철학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창의성이란 기존의 케케묵은 고정관념, 기존에 있던 것들을 살짝 다르게 들추어 보는 것. 기존에 있던 것들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걸 창의성이라 배웠다. 그런데 AI가 그리는 그림과 AI가 쓰는 글 역시 대단히 창의적이다. 더 이상 창의성은 인간만의 영역이 아닌 것 같다.
결국 이 질문에 대해 ‘비효율적인 어려운 일, 의심과 질문’이라 답했다. 택배 기사님들의 일과 이삿짐 센터의 일들을 생각해 보자.
구석구석 도시의 곳곳을 찾아가는 건 정말 어렵고 힘들다. 이 일을 인공지능이, 휴머노이드가 대신할 수 있을까? 언젠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도시 자체를 재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기관에서 쓰이는 ‘한글 문서로 된 표’는 어떤가.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라고 할 정도로 비효율적이지만 효과적으로 만들어져 있다. 생성형 AI들은 감히 ‘표 기능’으로 조직도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비효율적이고 어렵고 힘든 일들이 인간의 최소한의 직업을 지켜나가고 있다.
‘의심과 질문’은 어떨까. 이거다. 이것만큼은 우리 인간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누군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쉽게 믿지 않는 것.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고 해도 일단 의심하고 질문해 보는 것. 이것만큼은 우리가 계속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믿지 못함이 인간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왠지 서글프다.
AI를 활용해서 굿즈와 MD 상품들을 만들고 있는데 괜찮나요?
강의가 끝난 후 이런 질문을 받았다. 2-3년 넘게 해당 일을 하던 디자이너분이 던진 질문이었다. 직접 고민하면서 수없이 스케치하고 지워가며 했던 일들이 생성형 AI를 쓰니 너무 빠르고 정확하게 바뀌었다. 당연히 업무 성과는 늘어났고 보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괜찮은건가? 내가 직접 하는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나는 괜찮다고 답변드렸다. 이유는 하나다. 한번도 그 일을 제대로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무엇이 필요한지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 활용하는 건 그만큼 해왔던 경험이 있으시기 때문이다.
아무리 AI라는 도구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평준화되었다 해도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기초 조건은 ‘경험’이다. 경험이 바탕되어야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부분을 바꾸면 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질문을 던져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아쉽고 걱정된다.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점점 이 ‘경험’을 쌓을 ‘시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명쾌하게 답했으면 좋겠지만 어렵다. 하지만 2016년 알파고 이후 같은 질문에 답했던 것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세상이니 무엇이든 어떻게든 할 수 있게 ‘기본기’를 익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야 한다.
기본기는 우리가 이미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웠던 기초 과정이다. 읽기, 쓰기, 말하기, 생각하기. 지금은 수많은 읽을거리들이 넘쳐나지만 점점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읽는 사람들이 적다. 수많은 게시판과 SNS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의견을 쓸 수 있지만 제대로 1장의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읽기와 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말하기가 되지 않는다. 이 셋 모두는 ‘제대로 생각하기’에서 시작된다. ‘생각하기’는 ‘질문’이다. 이건 왜 이렇게,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끝없는 질문을 던지며 의심하고 방황하는 게 인간이다. 그래서 <파우스트>에서도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에 더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키워야 한다. 무작정 AI에게 글쓰기를 맡기기 전에 비문이라도 어설프더라도 자신만의 글을 써봐야. 자신의 ‘문체’가 생긴다. 이렇듯 어떤 일을 AI에게 맡기기 전에 먼저 그 일을 경험하고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되는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AI는 도구다. 도구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는 굳건히 자신의 두 발로 서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먼저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글은 100% 직접 썼다.
글쓴이 소개 이임복
현) 세컨드브레인연구소 대표, 인터렉티브북스 대표, 한국경제인협회 MWC 모더레이터,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 유튜브 일상 IT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