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April Vol.182
강원도 철원
전국 군부대 주변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철원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녔다. 광복 후 공산 치하에 편입되었고 6.25전쟁 당시에는 백마고지 전투가 치열하게 펼쳐져 곳곳이 파괴되었다.
현재는 휴전선을 경계로 하여 남철원과 북철원으로 두 동강이 난 채 분단이라는 아픔의 역사를 생생하게 이어가고 있다.
분단국가라는 특수성 때문에 천혜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전쟁의 상흔 또한 깊은 곳. 남쪽보다는 봄이 늦게 당도하는 북쪽지방. 최북단 강원도 철원에도 어느새 봄이 당도해 있었다.
글. 한율 사진. 정우철
고석정은 한탄강 중앙의 바위와 정자, 그리고 그 일대의 현무암 계곡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다.
퇴물이 되어버린 전차와 대포, 항공기가 늘어서 있는 광장을 지나 관광안내소에서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천혜의 비경을 품고 있는 고석정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한쪽으로는 현무암 협곡이, 다른 한쪽으로는 커다란 화강암 바위가 자리하고 있는데 한탄강이 협곡과 바위 가운데를 휘돌아 나간다. 그 풍경이 마치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우뚝 솟은 화강암 바위 꼭대기에는 소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계절에 상관없이 늘 푸른 절개를 뽐낸다. 흙이라고는 하나 없는 바위 틈에서 자란 소나무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고석정에 들렀다면, 물 위를 걸으며 한탄강 절경과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 한탄강 물윗길 트레킹을 즐겨보는 것도 좋으리라. 물윗길은 한탄강 위에 부교를 띄워 태봉대교를 기점으로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8km 구간의 트레킹 코스다.
바위와 정자, 현무암 계곡이 그림을 이루는 고석정.
한탄강과 어우러진 고석정의 기암절벽이 웅장함을 뽐낸다.
기암절벽과 한탄강의 멋스러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은하수교
화개산에 자리한 사찰 도피안사(到彼岸寺)도 꼭 들러보자. 세워진 지 오래되지 않은 사천왕문과 해탈문을 통과하면 도피안사 전경과 마주한다. 깊은 산중에 자리하기는커녕 도로와 가까운 곳에 세워졌음에도 오가는 인적이 드물어 한적한 정취가 가득하다. 규모 또한 크지 않아 사찰이라기보다는 마치 작은 암자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간다.
도피안사는 규모는 작지만 국보 제63호로 지정된 철조비로자나불좌상과 보물 제223호로 지정된 높이 4.1m 높이의 3층 석탑을 간직한, 신라 천 년의 역사가 숨 쉬는 사찰이다. 통일신라시대 경문왕 5년인 865년, 도선국사가 1,500여 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산수가 좋은 곳을 찾다가 이곳에 이르러 ‘이 터가 마치 안식처와 같다’고 하여 사찰을 짓고 도피안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불교 용어인 피안(彼岸)은 ‘해탈에 이른다’는 말로 도피안사는 ‘해탈에 이르는 사찰’이라는 의미다.
도피안사는 창건 후로 순탄치 않은 운명과 마주했다. 천년 고찰의 역사를 지녔음에도 관련된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을 뿐 아니라 1898년에 화재로 전소됐다가 다시 재건되었다. 그러나 6.25전쟁 때 다시 폐허로 불타고 만다. 이후 육군 제15사단에서 복원 관리해오다 1986년 민간에게 이관, 정부지원하에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햇살이 가득한 도피안사 풍경이 따스하다.
소박하고 정감 가는 도피안사는 '해탈에 이르는 사찰'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피안사에서 내려와 조금 더 북쪽으로 향해 도착한 민간인통제구역 출입구 바로 앞. 3층짜리 콘크리트 건물 한 채가 무너지다 만 모습으로 서 있다. 실제 건물이라기보다는 마치 영화 세트장이나 설치미술 같은 느낌이다. 북한이 점령했던 1946년, 조선노동당에서 지었다는 노동당사의 모습이다.
광복 직후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철원은 북한으로 넘어갔다. 1946년 북한 조선노동당은 철원 주민들을 강제 동원해 노동당사를 짓고 6.25전쟁 전까지 북한 노동당 철원군 당사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북한 건축물이자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축물이라는 점에서 노동당사는 큰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2001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돼 보호 중이다.
현재 1층은 각 방의 구조가 남아 있지만 2층과 3층은 허물어져서 뼈대만 남아 구조를 알 수 없는 상태다. 건물 뒤쪽으로 돌아가보니 1층 벽체는 허물어져 커다란 구멍이 생겼고 무너진 부분은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해 철제 기둥으로 받쳐 놓았다. 옆면 외벽과 내부 곳곳도 철제 구조물을 세워 벽체를 지탱하고 있다.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의 현실을 두 눈으로 담을 수 있는 곳이라서 그럴까. 노동당사를 바라보고 있는데 편치 않다. 총탄과 포탄 자국이 가득한 뼈대뿐인 건물 외벽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이곳 노동당사에도 따스한 햇살은 어김없이 내려 앉아 있다.
과거 이곳이 북한지역이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
마치 영화 속 세트장 같은 느낌을 주는 노동당사
솔향기
만두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인기 음식이다. 손으로 빚어 쫄깃하고 부드러운 손만두라면 더할 나위 없다. 30년 가까운 손만두 경력을 가진 주인장이 매일 빚는 손만두를 먹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이는 솔향기는 철원의 대표 맛집이다. 이곳의 메뉴는 손만두 버섯전골과 손칼국수 버섯전골. 옥수수 전분을 넣어 쫄깃함을 더한 만두피에 일 년 된 김장김치와 매일 무치는 겉절이를 6:4의 비율로 넣어 만든 만두소로 빚은 손만두는 보기에도 먹음직스럽다. 사골육수에 손만두, 버섯, 채소, 사태편육까지 듬뿍 넣고 끓이면 맛과 비주얼을 모두 갖춘 손만두 전골 완성! 속이 꽉 차 있는 만두에 아삭아삭한 겉절이를 얹어 한입 베어 물고 난 후 뜨끈한 국물 한 번 즐겨주면 여행을 하며 쌓였던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다. 만두전골을 먹고 난 뒤에는 남은 국물에 각종 야채와 계란을 넣어 함께 끓인 영양죽으로 마무리! 그리고 밥알이 동동 떠 있는 식혜로 입가심을 하면 기분 좋은 포만감에 사로잡힌다.
저는 2005년 11월 1일 임관하여 2020년 10월 31일 전역한 예비역 대위입니다. 저희 아버지도 예비역 소령이신데요. 군인 가족이다 보니 어릴 적부터 이사를 자주 다녔습니다. 아버지의 근무지였던 강원도 철원은 제가 6살부터 8살 때까지 살았던 곳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장교로 임관 후 첫 근무지가 6사단 7연대 수색중대였습니다. 부모님이 절 보시려고 17년 만에 철원을 방문하셨을 때 도피안사, 고석정 등 추억이 깃든 장소와 음식점을 갔는데, 정말 좋아하시더군요. 철원은 제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화천에서 근무했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철원읍으로 구경도 가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제 막냇동생이 부사관으로 임관해 또 다시 6사단 7연대 2대대 화기중대로 배치를 받아 임무 수행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저희 가족과 철원은 아주 깊은 인연이 아닐까요?_정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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