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April Vol.182
월트 디즈니 Walt Disney
월트 디즈니(Walt Disney, 1901~1966)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든 창조주이자, 누구도 상상 못한 꿈의 왕국을 건설한 장본인이다.
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꿈과 환희의 나라로 이끈 디즈니.
연민과 두려움으로 얼룩진 현실에서 스스로 걸어 나와, 디즈니와 그의 캐릭터들은 결국 재미와 행복이 가득한 유토피아를 만들어냈다.
글. 윤진아 일러스트. 비올라
불운한 성장기를 보낸 디즈니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림을 업으로 삼은 건 군 복무를 마치면서다. 상업광고를 제작하는 회사의 도안사로 일하면서 디즈니는 평생의 친구이자 동업자인 어브 아이웍스를 만났다.
아이웍스와 함께 작은 스튜디오를 설립해 독립한 디즈니는 지역극장에서 상영할 1~2분짜리 만화 상업광고를 제작했다. 이후 신문 만화에 실린 내용을 스케치 형식으로 옮긴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호응을 얻었다. 용기를 얻은 디즈니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혼용된 7분 분량의 ‘앨리스의 만화왕국’을 제작했지만, 재정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1923년에는 형 로이와 함께 할리우드에 ‘디즈니 브라더스’ 간판을 내걸었지만, 배급사에 속아 판권까지 모두 잃는 상황에 몰렸다. 그를 좌절에서 일으켜 세운 건 생쥐 한 마리였다.
1928년 탄생한 미키마우스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동그란 귀를 쫑긋 세운 채 늘 환한 미소를 머금고 100년 가까이 지구인의 친구로 곁에 있어왔다. 미키의 본명은 ‘마마듀크(Marmaduke)’. 스페인에선 ‘미겔 라토노시토’, 일본에선 ‘미키 구치’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이 캐릭터는 기차 안에서 탄생했다.
사업이 망한 뒤 할리우드로 가는 기차 안에서 디즈니는 짧은 시나리오 한 편을 썼다. 린드버그의 대서양 횡단비행 성공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시나리오의 제목은 ‘미친 비행기’(Plane Crazy). 애초 미키마우스는 지금처럼 귀엽고 선량한 이미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다소 기괴한 모습에 성격도 좀 모났지만, 디즈니는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동글동글한 몸에 긴 팔다리를 지닌 앙증맞은 생쥐 한 마리를 탄생시켰다. 디즈니 왕국의 첫걸음이었다.
미키마우스에 목소리를 입힌 세계 첫 유성만화영화 ‘증기선 윌리’(1928)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소심한 도널드 덕, 낙천적인 구피 등 후속 캐릭터를 선보이며 디즈니 왕국을 구축해나갔고, 곧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신데렐라, 피노키오, 앨리스도 왕국에 합류했다. ‘판타지아’(1940)로 ‘애니메이션=아동용’이라는 등식도 깼다.
당대 사람들의 예상을 속속 뒤엎으며 역사가 기억하는 성공을 거둔 디즈니는 급기야 어릴 적 상상을 현실로 만들 계획을 발표한다. ‘꿈꾸던 환상이 바로 여기에!’를 모토로 한 세계 최초의 테마파크, 디즈니랜드다. 월트 디즈니가 평생을 바쳐 이룩하고자 했던 가치들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제한된 매체를 벗어나 거대한 실제 공간에 살아난 것이다.
끊임없이 꿈꾸고 도전하는 사람에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디즈니의 작품에는 대체로 일관된 스토리가 있다. 칠흑 같은 어둠에 좌절했던 등장인물들은 크고 작은 환희를 통해 삶의 달콤함을 맛보고, 꿈꾸듯 어둠을 헤쳐나가며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기실 환희도 슬픔도 모두 삶의 일부이며, 둘 중 하나만 있는 삶이란 없다. 그 어떤 것도 외면하지 않은 채 꿈꾸고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디즈니의 상상은 결국 현실이 됐다.
어딘가에 꼭 있을 것만 같은 환상의 세계를 직접 보고 듣고 만질 수 있게 만들어낸 월트 디즈니. 한 마리 생쥐에서 시작한 디즈니사는 오늘날 만화 및 영화 제작과 배급은 물론이고 리조트, 크루즈, TV 채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군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디즈니는 늘 한발 앞선 생각으로 유성 애니메이션, 총천연색 애니메이션, 장편 애니메이션에 최초로 도전했고, 성공을 이뤄냈다. 숱한 역경을 딛고 전 세계 관객에게 환희를 선사하며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을 움직이는 법’을 몸소 증명했으니, 그의 모든 작품이 그러했듯 월트 디즈니의 삶 또한 해피엔딩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