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May Vol.183
‘희망드림 상담소’는 전역(예정)자들의 고민을 들어보고, 해당 분야 전문가가 고민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칼럼입니다.
솔루션 제공. 제본승(서울시 법률지원담당관 법률전문관)
올해 1월 군BTL 사업을 하는 대기업의 자회사에 시설관리직으로 입사했습니다. 군 경력도 인정받았고, 추후 이직을 하더라도 경력직으로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어 근무에도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입사한지 3개월 만에 군BTL 시설관리 업체가 변경이 되었습니다.
고용승계가 되어 근무는 계속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근무환경이나 근무시간 등 모든 것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급여를 기존보다 낮게 새로 계약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직을 생각했는데 짧은 기간이라 경력도 인정받지 못하고 실업급여 수급도 해당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관리업체에 기존 급여 이상의 근무조건으로 계약을 요구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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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하던 사업체가 다른 업체로 바뀌는 경우, 즉 영업양도의 경우 근로자의 지위가 이어지는지에 대해 그동안 논란이 많았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선 근로계약을 체결했던 회사가 변경되는 경우에 대해선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영업양도 후 근로자의 지위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 그 기준을 정해나가고 있습니다.
우선 대법원은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인적, 물적으로 조직화된 업체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이전한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근로자들의 근로관계가 양수하는 기업에 포괄적으로 승계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2. 5. 10. 선고, 2011다45217, 판결). 판례에서 정한 영업양도에 해당한다면, 근로관계도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이지요.
이 판례의 의미는 영업양도를 통해 새롭게 사업자가 된 고용자가 근로자들의 근로관계, 즉 고용여부와 그 조건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따로 특약을 하는 방식으로 일부 근로자는 승계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있지만, 이는 사실상 해고로 평가되기에 근로기준법상 해고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정당한 해고사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부할 경우, 예를 들어 영업양도가 있었다는 이유만을 들어 고용승계를 거부할 경우 부당해고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두8455, 판결). 결국 영업양도에 해당하면 고용관계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업체 변경이 판례에서 정한 영업양도에 해당하는지입니다. 법원은 영업양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기준을 몇 가지 제시하고 있는데 핵심적인 기준은 ‘종래의 영업조직이 유지돼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입니다. 그리하여 영업재산의 전부를 양도했어도 그 조직을 해체해 양도했다면 영업의 양도라고 보지 않지만, 일부 영업시설만 양도했어도 그 양도한 부분만으로도 종래의 조직이 유지돼 있다고 볼 수 있다면 영업양도라고 보게 됩니다(상기 대법원 2011다45217, 판결).
판례상 영업양도에 해당하여 고용승계가 되면, 새 사업체가 기존의 근로계약상 관계를 포괄적으로 이어받게 되기에, 근로시간 및 형태, 임금 등의 조건 역시 이전과 동일하여야 합니다. 만약 이 조건을 변경한다면(즉, 취업규칙에서 정한 임금 수준에 미달하는 방식으로 임금 조건을 변경하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면) 근로기준법 제97조 위반으로써 해당 근로계약 부분은 무효가 됩니다.
만약 새 사업체가 기존 취업규칙 상 근로조건(임금 등)을 바꾸고자 한다면, 근로자 과반수 이상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나(그러한 조합이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만 합니다(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따라서 사업체가 바뀌었는데 임금이 낮아진다면 일방적인 근로계약 변경이 되어 위법한 것입니다. 사업체는 근로자가 기존에 받던 임금을 보장할 의무가 있으므로, 근로자는 종전 임금을 청구하거나 사연에서처럼 근무조건 계약서를 기존과 같이 써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영업양도 시 근로자가 새 사업체로의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본래 근무했던 사업체에 잔류하거나, 퇴사할 자유가 있습니다(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두8455, 판결). 그런데 고용승계에 따라 임금조건을 낮춰야 한다는 사업체의 요구에 따를 수 없어 퇴사를 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는 부당해고로 평가될 수도 있습니다. 고용승계가 이뤄져 새 업체에서 기존 근로조건을 유지하며 근로할 의사가 있었음에도 사업체가 위법하게 고용조건을 변경했으므로,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따른 사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