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June Vol.184
강원도 양구
전국 군부대 주변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휴전선과 맞닿아 있는 양구는 전쟁의 깊은 상흔과 군사시설을 마주하는 곳이다.
하지만 때묻지 않은 자연과 은은한 예술의 향기 덕분에 더 없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양구는 소박한 듯 아름답고 진한 여운을 안겨준다.
글. 한율 사진. 정우철
기념전시관 뒤편에 자리한 박수근 화백의 동상은 그의 작품만큼이나 친근하게 와닿는다.
양구는 국민화가 박수근 화백이 태어나 스물한 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박수근 화백은 이름없고 가난한 서민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서민화가이자 가장 한국적인 화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박수근 생가 터에 건립된 박수근박물관은 양구를 여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양구 문화·예술의 상징이 되었다. 주차장에서 박수근 기념전시관으로 가는 길, 성벽 같은 돌담을 돌아나가면 박수근 기념전시관과 마주한다. 화백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투박하고 까칠까칠한 질감을 형상화한 건물은 화강암으로 지어졌다.
현재 전시관에는 고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박수근 화백의 작품 18점을 기증한 것을 기념하여 2021 아카이브 특별전 <한가한 봄 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 업은 소녀>가 열리고 있다. <아기 업은 소녀>, <농악>, <한일>, <마을풍경> 등 지난 50여 년간 종적을 감췄던 희귀 유화 4점과 1950~1960년대 시대상이 담긴 드로잉 작품 14점을 감상할 수 있다. 건물 뒤편 전망대 오르는 길에 만나는 박수근 화백의 동상과 고즈넉한 분위기의 자작나무숲, 빨래터에서 박수근의 삶과 그림 속 풍경들을 떠올릴 수 있다. 빨래터에는 박수근 화백이 아내에게 보냈다는 연애편지가 적혀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박수근미술관은 독특한 형상의 건물은 물론이고 주변을 조성하고 있는 환경이 하나의 작품이 돼 다가온다.
한가한 봄날, 고향으로 돌아온 아기 업은 소녀.(아카이브 특별전)
박수근 화백의 작품처럼 투박하고 까칠까칠한 질감의 화강암으로 형상화된 기념전시관 전경.
강원도 양구군과 화천군에 걸쳐 있는 파로호는 1943년 일제강점이 화천수력발전소를 건설하며 만들어진 인공호수다. 한국전쟁 당시 수없이 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간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파로호는 높은 산과 푸른 숲으로 둘러싸여 주변 경관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물이 맑아 잉어, 붕어, 메기 등의 담수어가 많이 서식하고 있어 낚시꾼들의 사랑을 받는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파로호의 명물은 따로 있다. 바로 한반도의 형상을 쏙 빼닮은 ‘한반도섬’이 바로 그것. 한반도섬은 파로호 상류에 국내 최대의 습지를 조성하고 호수 한가운데 한반도 형상을 만든 인공섬이다. 산책로를 따라 파로호를 걷다 보면 한반도섬을 만날 수 있지만, 섬 주변에 바윗돌을 쌓는 하방공사 때문에 호수의 물을 뺀 상태라 한반도섬을 선명하게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나무 데크길을 따라 호수 위를 걸어 한반도섬 구경을 나섰다. 한반도섬은 우리나라 각 지역이 지니고 있는 특징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조형물들이 눈길을 끈다. 가장 북단에는 백두산이 자리 잡고 있고, 나무 데크로 이어진 제주도에는 한라산, 돌하르방 등이 놓여 있다. 독도도 빼놓을 수 없다. 동쪽에 위치한 독도에서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강원도 지역에는 강원도를 상징하는 반달곰이 설치돼 있다.
파로호 안에 한반도섬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조성된 데크길은 풍경을 감상하며 걷기에 좋은 산책로다.
한반도섬에는 우리나라 각 지역의 특징을 나타내는 조형물들이 어우러져 있다.
양구는 한반도의 배꼽이다. 한반도의 4극지점인 독도(동쪽 끝), 평북 용천군 마안도(서쪽 끝), 마라도(남쪽 끝), 함북 온성군 유포면(북쪽 끝)을 기준으로 중앙 경선과 중앙 귀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 우리나라의 중심에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게 한반도 정중앙 부근에 세운 국토중앙천문대에는 배꼽점으로 불리는 국토정중앙점이 있다.
국토정중앙점을 가려면 국토중앙천문대 주차장에서 봉화산 등산로를 따라 약 950m를 걸어 올라야 한다. 깔끔하게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숲길을 20분 정도 걸으면 국토정중앙점을 상징하는 조형물 ‘휘모리’가 반긴다.
휘모리는 꾸준히 돌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팽이의 역동성, 음양오행의 원리을 상징하는 팔괘·삼태극, 우리 전통 농악놀이인 상모의 생동감 넘치는 형상을 나타낸 작품으로, 정중앙의 기를 모아 평화통일과 민족의 번영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반도의 기운을 받기 위해 옥석을 어루만져본다. 한반도 정중앙에 서 있다는 생각에 왠지 기분이 남달라진다. 숲속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이곳에서 잠시 여유를 즐겨도 좋을 듯하다.
봉화산 등산로를 따라 20여 분 오르면 ‘국토정중앙’을 알리는 조형물 ‘휘모리탑’을 만난다.
양구의 특산물 곰취는 비타민이 풍부해 피로 회복을 돕는다.
‘0’, ‘5’일마다 장이 열리는 양구 중앙시장. 장날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시래원
시래기의 고장 양구를 갔다면 시래기를 맛봐야 한다. 국토정중앙천문대로 향하는 길목, 조용한 시골 동네에 자리하고 있는 시래원은 전국적으로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양구군 해안면(펀치볼) 시래기를 이용한 시래기 전문음식점이다. 해안면 시래기는 일교차가 큰 청정 지역에서 자라나 부드러우면서도 구수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시래원의 주 메뉴는 시래기정식과 시래원정식. 시래원정식은 솥에 갓 지은 밥이 나오는데 2시간 전에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시래기밥, 시래깃국, 각종 나물 등 한 상이 차려지면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시래기밥에 나물과 양념장을 살짝 얹어 슥슥 비벼 먹는다. 함께 나오는 양구 특산물 곰취에 비빈 밥과 청어알을 넣고 싸먹으면 더 맛있다. 진하게 끓인 시래기 된장찌개, 소박한 듯하지만 정성 가득한 밑반찬, 구수한 시래기숭늉까지 시래원의 음식을 먹다 보면 몸을 건강하게 채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
20년 넘게 군대 생활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소령 시절을 보냈던 강원도 양구입니다. 양구는 살기 참 좋은 지역입니다. 조용한 시골 동네지만 곳곳이 공원처럼 잘 조성돼 있어 어디를 가나 초록 기운을 가득 느낄 수 있습니다. 힐링 장소로 대표적인 또 다른 곳은 박수근미술관인데요.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원처럼 조성된 미술관을 여유롭게 산책하다 보면 마음이 절로 따뜻해집니다. 또 ‘국토정중앙’에 위치한 양구를 느껴보고 싶다면 국토중앙천문대를 가보세요. 자연과 함께 휘모리탑을 오르는 길은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휘모리탑에 도착하면 국토정중앙에 와 있다는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답니다! 양구에는 맛집도 많습니다. 양구는 시래기와 곰취가 유명한 곳이라 저는 시래원의 시래기 요리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잘 비빈 시래기밥을 곰취에 싸먹는 맛이 일품입니다. 이렇게 양구에 대해 소개하다 보니 다시 가고 싶어지네요. 아내와 아이들도 양구에 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저희 가족에겐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_남범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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