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October Vol.188
현대인의 기대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노후 설계가 필수인 시대이지만, 정작 아름다운 황혼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과연 어떻게 계획해야 오래 사는 두려움을 누그러뜨리고 끝까지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글. 강진우(문화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2018년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3배를 웃도는 43.4%다. 자칫하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노년을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노후 설계의 첫 번째 단계는 바로 경제적 준비, 즉 노후생활자금 마련이다.
가장 쉽고도 기본적인 방법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는 만 18세부터 60세 미만의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공적연금인데,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대상이 아닌데도 자진해서 국민연금을 납입하는 임의계속가입자가 50만 명을 돌파했다. 연금 수령 연령이 되면 사망 전까지 매월 수령이 가능한 데다가,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을 지급하기에 더욱 든든하다. 납입기간을 10년 채워야 매월 연금 수령이 가능하고, 20년이 넘으면 기본연금을 100% 지급받는다. 아울러 가입기간이 1년씩 늘어날 때마다 연금액이 5%씩 상향되므로 가입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추가로 연금보험에 가입하거나 주택연금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노후 대비법이다. 특히 주택연금의 경우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일정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금융상품인데, 이용자가 사망할 때까지 주택 소유권이 유지되므로 평생 내 집에서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금수령액이 집값을 초과할 경우 상속인에게 초과 금액이 상속되지 않고, 반대로 집값이 남으면 상속인에게 돌아가므로 상속 처리 시에도 합리적이다.
인생이 길어지다 보니 노년에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죽하면 인생 3모작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 이를 위해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는 실버세대의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중장년층은 맹목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보다는 공공의 이익까지 두루 생각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선호한다. 숲해설가, 노인돌봄사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노인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는 노인이 노인을 직접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다.
한편 시대 흐름에 따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중장년도 많아졌다. 드론이 전 산업 분야에 두루 쓰이면서 드론 조종 및 유지보수 자격증을 취득, 드론 전문가로 거듭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와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보호자 대신 반려동물을 돌보는 ‘펫시터(Pet Sitter)’에 도전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며 쌓은 전문성과 지식, 삶의 지혜를 영상으로 담아 사람들과 나누고 수익도 창출하는 ‘실버 크리에이터’도 중장년층의 선망의 직업 중 하나다.
우리나라가 조만간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중장년층의 직업적 기회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필수적이다. 경제적 노후 준비와 함께 평생교육시대에 걸맞은 노력을 꾸준히 이어 나간다면, 노후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기쁨과 보람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