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해산이 불러온 전국 봉기
1907년 7월 일본은 ‘한일신협약’을 체결하여 대한제국의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켰습니다. 시위대 제 1대대장 박승환이 이에 항거하여 자결하자 지방 진위대 병력도 연이어 봉기하며 무장 항쟁이 전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이 무렵 각지의 군인과 유생, 농민이 함께한 항쟁을 정미의병이라 부릅니다. 그 중심에서 각 도의 의병장들은 “흩어진 힘을 하나로 모아야 국권을 지킬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연합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전국 13개 도의 의병이 하나로 뭉친 13도 창의군이 탄생하였습니다.

전국 의병의 통합, 13도 창의군 결성
1907년 9월 문경의 유생 이인영 선생이 총대장으로 추대되고, 허위 선생이 군사장을 맡으며 창의군이 공식적으로 결성되었습니다.
이인영 선생은 각국 영사관에 서한을 보내 “의병은 애국단체로서 국제법상 교전단체로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호소하였고, 「해외 동포에게 보내는 격문」을 발표하여 국민의 단결을 촉구하였습니다.
그의 호소에 응답한 의병들이 양주로 집결하였으며, 충청도의 이강년, 강원의 민긍호, 전라도의 문태수, 경상의 신돌석, 황해도의 권중희, 평안도의 방인관, 함경도의 정봉준 등 각 도의 대표 의병장이 참여하였습니다. 12월 6일 의병들은 약 1만 명의 병력을 24개 진으로 편성한 13도창의대진소(十三道倡義大陣所)를 구성하고, 국권 회복을 위한 서울 진공 작전을 개시하였습니다.

동대문 30리까지 진격한 항전
허위 선생이 이끄신 선발대 300명은 1907년 12월 중순 서울 동대문 밖 30리 지점(현 구리·양주 일대)까지 진격하셨습니다. 그러나 일본군의 기관총 공격으로 후속 부대가 도착하지 못해 격전 끝에 부득이 후퇴하셨습니다. 비록 작전은 실패로 끝났으나, 이는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전개된 항일 의병 가운데 가장 대규모의 무장 항쟁이었습니다.
이듬해 일본군의 토벌이 강화되었고, 허위 선생께서는 1908년 6월 11일 양평 유동 전투에서 체포되어 순국하셨으며, 이인영 선생께서는 1909년 6월 충북 황간군 금계동에서 체포되어 순국하셨습니다.

13도 창의군의 흔적과 역사적 가치
13도 창의군의 서울 진공은 실패로 끝났지만, 정미의병의 전국적 연합을 이끌어낸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습니다. 1907년부터 1909년 사이, 전국적으로 3천 회가 넘는 의병 전투가 이어졌고, 일본은 이를 진압하기 위해 ‘남한 대토벌작전’(1909년 9~10월)을 전개하였습니다.
생존한 의병 세력은 연해주와 간도로 이동하여 대한독립군, 의민단, 서로군정서 등으로 재편되었고, 이인영·허위 두 선생을 비롯한 창의군 의병장들은 모두 국가보훈부 독립유공자로 서훈되어 계십니다.
현재 경기도 양주 남면에는 현충시설 제15호 ‘13도창의군 탑’이 세워져 있으며, 국사편찬위원회와 독립기념관의 공식 사료를 통해 그 활동 전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3도 창의군의 항전은 대한제국의 멸망기, 전국이 하나 되어 국권을 지키려 한 마지막 무장 항쟁의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