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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한 스푼

#사우스웨스트 항공
#사브밀러

또 하나의 경쟁력,
상생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익 창출입니다. 그러나 이윤만을 추구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숫자상으로 보이는 당장의 이익보다, 다양한 상생의 방법으로 성공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상생을 경쟁력으로 삼아 성장한 사우스웨스트 항공과 사브밀러의 이야기입니다.

– 한재동 브랜드 전문 에디터 / 마케터

Southwest
허브 켈러허 _ 출처 NewYork Times
상생 경영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 _ 출처 Unsplash

상생경영의 교과서,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

직원들이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은 강력한 인적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합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저가 항공사임에도 1967년 창립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가장 큰 항공사 중 하나가 되었어요.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다양합니다. 불필요한 서비스를 줄이고 비즈니스석과 일반석의 구분을 없애며 항공권 가격을 낮게 책정했어요. 또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예약을 하면서 수익성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펀(Fun) 경영’이에요.
‘손님은 왕’이라는 문구는 많이 쓰이는 표현이지만,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창업자 허브 캘러허(Herb Kelleher)는 오히려 ‘직원이 왕’이라고 주장합니다. 그게 바로 ‘펀 경영’의 핵심 가치에요. 캘러허는 “회사가 직원을 왕처럼 모셔야 직원들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라며 오히려 직원들을 괴롭히는 불량 고객들을 퇴출하는 것이 회사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사우스웨스트 항공 직원들의 서비스는 미국에서도 늘 손꼽히는 수준으로 기장과 승무원들의 재미있는 서비스 일화가 화제가 되기도 해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이 스스로 즐기며 제공한 서비스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가장 성공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으로 마케팅 관련 도서에 자주 등장합니다. 보통 일하기 좋은 기업의 조건으로 높은 연봉과 복지, 워라밸 등을 따지는데, 사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경쟁사에 비해 연봉이 높거나, 업무량이 적지 않은 기업임에도 늘 일하고 싶은 기업에 뽑혀요. 그 비결은 바로 ‘고객 만족은 직원 만족에서 나온다’라는 노사 상생 덕분입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적인 상생은 직원뿐만 아니라 경쟁사와도 이루어졌습니다. 1992년 ‘just plane smart’라는 슬로건을 만들었는데, 알고 보니 경쟁사인 스티븐스 항공에서 이미 ‘plane smart’라는 광고를 하고 있었어요. 저작권에 대한 소송 대신 사우스웨스트 항공 캘러허 회장은 본인보다 훨씬 젊은 스티븐스 회장에게 팔씨름 승부를 제안합니다. 진 쪽이 슬로건을 포기하자고요. 스티븐스 항공의 회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팔씨름 경기는 대대적인 이벤트로 전국에 생중계됩니다. 승부는 스티븐스 항공이 이겼지만, 슬로건을 사우스웨스트 항공에게 양보해요. 팔씨름 이벤트로 스티븐스 항공은 어마어마한 광고효과를 누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우스웨스트 항공도 다음 날 주가가 3배나 뛸 정도로 엄청난 수혜를 누렸습니다. 경쟁사까지 상생의 대상으로 보는 진정한 윈-윈(Win-Win)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SABMiller
이글 라거 _ 출처 mondeselection
카사바를 원료로 만들어진 모잠비크의 대표 맥주 임팔라(Impala) _ 출처 theworld.org

아프리카 농민과 함께 만든 맥주,
사브밀러(SABMiller)

사브밀러는 세계적인 맥주회사입니다. 맥주 업계는 기존 소비자들의 맥주 소비 감소가 가장 큰 고민이었어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대체 시장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만한 곳이 없었죠. 그러나 아프리카를 새로운 맥주시장으로 개척하기에는 큰 장애물들이 있었습니다. 주류에 대한 높은 세금, 맥주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보리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 결정적으로 맥주를 사 마실 수 있을 만한 경제력을 가진 소비층이 적었어요.
이런 문제들로 그간 많은 주류업체가 큰 시장이었던 아프리카 진출을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사브밀러는 포기하지 않았어요. 기존 맥주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통해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 아프리카 진출을 시도합니다. 우선 보리 대신 아프리카에서 잘 자라는 사탕수수와 옥수수로 맥주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이 혁신적인 기술 덕에 맥주의 원재료를 수입하지 않고 아프리카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그 작물을 재배하는 현지 농부들에게 납품받았습니다.
대부분 영세했던 아프리카 농가는 덕분에 수입이 늘게 되었고, 그들은 다시 사브밀러가 아프리카에서 생산한 맥주의 소비자가 되었습니다. 사브밀러의 맥주가 많이 팔릴수록 아프리카 농가의 소득도 높아지고, 지역사회의 경제 자체가 발전하게 되었어요. 상생의 선순환이 이어진 것입니다. 우간다의 국민 맥주 ‘이글 라거(Eagle Lager)’가 바로 그 대표적인 상품이에요.
우간다에서 성공적인 상생 사례는 모잠비크로 이어졌습니다. 아프리카의 뿌리채소 카사바(cassava)를 원료로 한 맥주를 출시하게 돼요. 사브밀러가 연구를 통해 카사바 맥주를 만드는 시설과 기술을 만들었고, 모잠비크 저소득 농가들에서 카사바를 구매했습니다. 이것이 모잠비크의 대표 맥주 ‘임팔라(Impala)’로, 이 맥주 역시 지역사회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었죠. 사브밀러는 모두가 포기했던 시장을 상생이라는 경쟁력으로 말미암아 아프리카의 대표 맥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테마읽기사람과 사람
상생의 힘을 믿어요
라이프 체인저상생의 길을 실천하는
교통약자의 편안하고 친근한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