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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있는 여정

낙조의 수평선에서 평화를 기억하다

전남 목포

한 해의 끝자락, 서해의 노을은 천천히 바다로 스며든다.
낮의 시간들이 저물고, 불빛이 하나둘 켜지는 그 순간 목포의 밤은 빛으로 말을 건넨다.

붉게 번지는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떠올리고, 다가올 새해의 숨결을 느낀다.
평화를 품은 섬 삼학도에서 시작해 유달산과 목포대교, 그리고 바다 위 스카이워크에 이르기까지, 목포의 일몰과 야경은 한 해의 마지막 여정을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박선경 사진 박진형

공원이 된 섬, 평화의 빛

삼학도공원&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세 마리 학이 하늘로 날아올랐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삼학도는 본래 세 개의 작은 섬이었다. 1968년부터 5년간 이어진 간척 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되며 지금의 삼학도공원이 되었고, 바다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와 다리, 쉼터 위로 노을이 번지며 ‘물 위의 공원’이라는 고유한 풍경을 만든다. 섬 한켠에는 목포 출신 가수 이난영을 기리는 공원이 있다. ‘목포의 눈물’의 주인공인 그녀의 노래비와 수목장, 김시스터즈로 활동한 딸들의 이야기는 목포 음악사의 중요한 흔적이다.
삼학도의 중심에는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자리한다. 유리돔과 금속 패널로 이루어진 건물은 ‘평화를 향한 빛의 파장’을 형상화했으며, 내부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생애와 철학, 노벨평화상 수상 과정이 전시돼 있다. 특히 전시 중인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메달과 증서가 최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근현대분과 소위원회에서 ‘최초의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한국과 동아시아 민주주의·인권 신장, 남북 평화 증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한 것으로, 해당 유물의 역사적 가치를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해질 무렵 수로 위로 붉은 하늘이 비치면 기념관은 하나의 ‘노을 갤러리’가 된다. 평화의 메시지와 목포의 역사, 그리고 섬이 품은 전설이 이곳에서 조용히 이어진다.

바다와 육지를 잇는 길목

유달산

목포 시가지 한가운데 우뚝 솟은 유달산은 해발 228m로 그리 높지 않지만 목포의 상징이라 불린다. ‘유달(有達)’이라는 이름은 ‘머무르지 않고 통한다’라는 뜻으로, 예로부터 바다와 육지를 잇는 길목이었던 목포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산길을 따라 오르면 노적봉, 달성사, 유선각, 전망대 등 역사적 명소가 곳곳에 자리해 있어 한 걸음마다 이야기가 이어진다.
정상에서는 다도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날씨가 맑은 날이면 멀리 흑산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특히 서쪽으로 기울어가는 태양이 바다 수평선과 맞닿는 순간, 유달산은 황금빛 거대한 캔버스가 된다.
저녁이면 해상케이블카 불빛이 켜지고, 도시의 야경이 산 아래로 번져 내려간다. 목포대교와 스카이워크, 항구의 조명들이 이어지며 하나의 빛의 강을 이루는 장면은 이 계절, 유달산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바다 위를 걷는 낙조와 야경

목포대교 & 목포스카이워크

목포의 밤을 가장 극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소는 단연 목포대교와 스카이워크다. 목포대교는 북항과 고하도를 잇는 4.13km 길이의 해상대교로, 2012년 개통 이후 서남해안의 대표 야경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해질 무렵이면 다리 전체가 붉은 노을을 품고, 조명이 점차 켜지면 수면 아래로 색색의 불빛이 흩어진다.
인근 유달산 입구의 ‘목포스카이워크’는 길이 120m의 유리전 망대다. 바닥의 3분의 2가 투명 강화유리로 되어 있어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함을 선사한다. 낮에는 푸른 파도, 저녁엔 낙조, 밤에는 불빛이 각각의 풍경을 만든다.
12월의 찬 공기 속, 손끝이 시릴 만큼 선명한 바다 위에 서면 겨울 하늘의 별빛과 도시의 불빛이 한데 어우러진다. 바다 위의 다리와 스카이워크는 목포가 품은 ‘빛의 여정’을 완성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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