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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tter Live
무엇이든 물어보살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좋아하는 방법

안녕하세요. 덕후의 삶을 살고 있는 20대 제대군인입니다. 저는 좋아하는 게 무척 많은데요, 아이돌부터 아기자기한 소품 등 취향을 ‘덕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덕질’의 우울감에 빠지곤 해요. 올바른 소비를 하고 있는 건 맞는지, 내 덕질이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지구를 다치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요. 좋아하는 것을 계속해서, 그리고 제대로 좋아하는 방법엔 어떤 게 있을까요?

박유진(스튜디오 휴휴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

박유진(스튜디오 휴휴 브랜드 경험 디자이너)

온 마음 다해 덕질하기

바쁘고 삭막한 현대사회에서 무엇인가 좋아할 대상이 있다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온 마음을 다해 덕질하는 경험을 해보았을 때 얻는 충만함은 누구나 경험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당장 삶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일단 계 속해서 깊게 파보시는 건 어떨까요? 좋아하는 마음의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추억은 결국 자산이 되니까요.
저는 아이돌 덕질을 과몰입해서 했을 때, 생일 카페를 열고 굿즈를 만들어 판매해 본 경험이 있어요.
카페 섭외, 전체 콘셉트 기획 및 디자인, 컵홀더, 홍보물, 굿즈 디자인 및 제작 발주까지. 늦은 밤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새벽까지 작업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어요. 생일이 가까워질수록 ‘아무도 안 오면 어쩌지? 팬들이 왔다가 실망하면 어떡하지? 준비 제대로 해서 오픈할 수 있을까?’ 걱정이 극에 치달아 잠 못 이룬 밤도 있었어요. 다행히 생일 당일에 카페는 오픈런이 있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어요. 저의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을 행사와 상품 제작으로 해소한 경험이에요. 당시 저는 이걸 통해 무엇인가 얻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사회초년생일 때 ‘행사 기획’과 ‘자체 제작 상품 판매’라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어요.

IDOL, K-POP

덕질, 가장 얻기 쉬운 도파민

반면에 팬사인회를 가기 위해 몇십 장의 앨범을 구매해야만 했을 때는, 월급의 40%를 지출해야 해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또한 하루가 덕질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남들에게 숨기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이 시간에 집에서 덕질을 하면 더 재밌을 텐데.’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됐죠. 그러던 어느 날 좋아하는 아이돌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제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어려운 것은 당연했으나, 덕질을 멈추고 싶은 데에도 멈추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어요. 넓게 봤을 때 중독은 어떤 물질이나 행동이 자신 그리고 혹은 타인에게 해를 끼침에도 그것을 지속적이고 강박적으로 소비하고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덕질에 중독되어 있었던 거죠.
덕질을 하면 쉽게 즐거울 수 있는데, 그것을 안 하니 인생 자체가 재미없어지는 혹독한 시간을 맞이했어요. 덕질은 고통스러운 현실 속에 가장 얻기 쉬운 도파민이었죠. 매일 SNS에 ‘망했다, 내 인생 노잼됐다’라고 쓰면서, 이 무료함을 견딜 만큼 덕질을 그만두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인지 고민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을 포기해야지 내 삶의 주도권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어떻게든 덕질하는 것을 참고 그 시간 속에 다른 의미 있는 것들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2022, 흐름 출판

K-CONTENTS

지속 가능한 건강한 덕질

우선 ‘아이돌 덕질’과 ‘일’밖에 없는 삶을 구조적으로 바꾸고자 관심 있던 모임들에 참여했어요. 명상 수업 등록하기, 디자이너 커뮤니티 가입하기, 독서 모임 참여하기… 이렇게 하다 보니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그 안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덕질 의존도가 낮아졌지만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이번 무대 한 번만 가볼까? 이번 팬사인회는 정말 특별한 것 같은데 가볼까?’와 같은 유혹이 자주 찾아왔습니다.
대부분 습관적으로 찾아오는 유혹이었고, 정말 가고 싶은지, 정말 사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재차 물어보며 안 하도록 노력했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죄가 없어요. 다만 자본주의 사회는 덕질을 매개로 우리에게 잦은 자극을 주며 소비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중독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힘들게 중독을 끊어낸 이후에서야 주체적으로 아이돌 덕질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내가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비용만큼 지불하고 보는 형태로요.
성과 사회는 우리에게 계속해서 일을 하거나,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압박을 주기 때문에 노는 것에 있어서 야박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독되지 않고 제대로 한다면 덕질은 건강한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대상을 다각도로 살펴보고 좋아하는 마음을 품는 것은 삶에 있어서 긍정적인 동기 부여가 되니까요. 한 번쯤 질문자님의 덕질을 되돌아보고, 지속 가능한 건강한 덕질 방식을 실천해 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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