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d 業 LIFE
굿 JOB 굿 LIFE
더 빛나는 인생을 위해
2022년 제대군인 리스타트 챌린지
수기 공모전 우수상(요약본)
글 서은미 예비역 육군 대위
군인에서 군인가족이 되다.
임관 4년 차였던 2011년 11월, 나는 대위로 진급하였다. 그리고 같은 병과의 선배인 남편과 결혼을 했다. 이후 주말부부를 하면서 각자 근무지에서 성실히 임무 수행을 하던 중 첫째를 임신했다. 첫째 출산과 육아휴직에 이어 둘째까지 임신하면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나는 남편과 상의한 끝에 전역을 선택했다. 2015년 8월, 나는 그렇게 현역 군인에서 군인가족이 되었다. 아내로, 엄마로서의 삶에 온전히 집중하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아이 돌봄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편의점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근처에 새로 생긴 건물 1층 자리가 괜찮다며 본사 직원을 소개해 주었고 일사천리로 계약까지 했다.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오픈을 준비했다.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무조건 실패다.
오픈 후에는 내가 선택한 상품이 판매되는 뿌듯함에 매일 상품을 분석하고 매출로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전역 후 처음으로 시작한 일이었기에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러나 매출은 점점 더 떨어지고, 다른 편의점의 매출이 높게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편의점은 위치가 가장 중요한 사업인데, 근거리에 중형마트와 또 다른 편의점이 있었던 우리 가게는 장사가 잘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고객층이 어떤지, 하루에 몇 명이 통행하는지 최소 이틀이라도 직접 확인하고 분석했어야 했다. 기본적인 분석도 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이야기만 믿고 신중하게 결정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크게 실망했고 좌절했다. 이후 의욕이 떨어져 편의점 관리와 매출은 바닥을 찍었다. 운영을 할수록 손해가 더 커지는 상황이 되면서 폐업했다.
혹시 창업을 하고자 하는 예비역 선후배님들이 있다면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기를 바란다. 우리가 군에서 어떤 계획을 수립할 때 현 실태와 문제점, 추진 방향, 최선책과 차선책 그리고 우발 상황 대비책까지 철저하게 검토했던 것처럼, 창업을 할 때도 여러 방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대책까지 종합, 분석하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
일단 다시 시작
나를 믿어준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커져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생각이 많아 밤을 꼬박 새는 날이 많아지면서 일단 뭐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근처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 공고가 보이길래 바로 일을 시작했다. 야간 시간은 손님이 없으면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이었기에 책도 많이 읽고 여러 강연, 영상 등을 보면서 제대군인지원센터를 알게 되었고, 나라일터 사이트에 정부 또는 공공기관 채용 공고가 수시로 올라온다는 정보도 알게 됐다. 거기서 지방병무청 한시임기 시간선택제 공무원(육아휴직 대체직)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고, 고민 끝에 접수 마지막 날 지원서를 제출했다. 서류합격 후 공무원 면접 정보를 찾아 예상문제를 준비해서 매일 연습했고, 병무청 홈페이지를 보며 기관의 임무와 편성에 대해 숙지했다. 또한, 내가 맡게 될 직무도 확인 · 분석하고 정리해 면접 당일 자신 있게 임할 수 있었고,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나는 병역판정검사장에서 신장 / 체중 측정 업무를 맡았다. 검사 시작 전 전체 과정과 유의 사항을 검사자들에게 미리 설명해야 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웠다. 내용을 달달 외워서 출 · 퇴근길에도 혼자 연습하고 가족들 앞에서도 마이크를 들고 연습했다. 적응하고 보니 검사자 한 명 한 명이 눈에 들어왔고, 볼 때마다 예전 병사들이 생각나서 진심을 다해 일할 수 있었다.
또 한 번의 도전
계약 종료 이후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병무청에서 병역진로설계 전문상담관으로 공무직 근로자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입영하기 전 상담을 통해 개인별 적성이나 전공에 맞는 군사특기를 추천하고 이와 관련된 상담을 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누구나 가는 길이라고 해서 막연하게 입대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맞게 미리 계획해서 복무한다면 적응과 자기계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떨어지더라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한 모습으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면접에 임했다. 그리고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는 날,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못할 것이 없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우리는 군에서 정말 많은 것을 습득했다. 군인이라면 누구나 정신적 · 육체적 한계를 극복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사회에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힘든 순간이 와도 ‘힘든 훈련도 극복했는데 이 정도쯤이야’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고 못할 것은 없다는 마음으로 해결하려 노력한다. 또한 군이라는 거대 조직에서 다양한 직급의 상급자, 동료들에 맞춰 업무를 했던 경험과 눈물 쏙 빠지게 혼나며 보고서를 기안했던 경험도 지금 조직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군에서의 경험 중 우리가 미련 없이 잊어야 할 것은 딱 하나라고 생각한다. 군에서의 나의 지위, 그리고 그때 받았던 대우이다. 군에서는 내가 인정받는 간부였을지 몰라도, 사회에서는 이등병이라는 각오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병역진로설계 전문상담관으로 근무한 지 벌써 1년이 지나고 있다. 지금 나의 책상에는 채용 전에 작성했던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가 붙어 있는데, 당시 열심히 준비했던 기억과 간절했던 마음을 잊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매일 읽고 하루를 시작한다. 우리는 군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시절을 보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예비역으로서의 자부심과 못할 것 없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사회에서도 분명 더 빛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기억하자. 우리는 더 빛날 수 있다.
※ 본 수기는 개인의 경험으로 정부의 정책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본 수기는 지면 관계상 내용이 다소 요약되었습니다.